광주 서구 치평동의 한 상가가 지난달 경매에 나왔습니다. 감정가는 110억5900만원. 낙찰가는 약 53억원, 감정가의 47.9%였습니다. 응찰자는 한 명이었습니다. 경쟁자 없이 혼자 써낸 금액이 그대로 낙찰가가 된 겁니다. 같은 달 전국 아파트 경매의 평균 낙찰가율은 84.7%, 평균 응찰자는 5.3명이었습니다. 같은 법원, 같은 날 열리는 경매인데 물건 종류에 따라 숫자가 두 배 가까이 벌어져 있습니다.
아파트는 5.3명, 상가는 2명 안팎
지지옥션의 8월 경매동향보고서를 지역별로 펼쳐보면 격차가 더 선명합니다. 전국 아파트는 진행 3614건에 낙찰률 35.4%, 낙찰가율 84.7%였습니다. 반면 업무·상업시설은 지역마다 이렇습니다.
- 광주·전남: 695건 진행 → 99건 낙찰. 낙찰률 14.2%, 낙찰가율 44.4%, 평균 응찰자 1.8명 - 제주: 256건 진행 → 30건 낙찰. 낙찰률 11.7%(전국 최저), 낙찰가율 45.4%, 평균 응찰자 2.1명 - 전북: 220건 진행 → 38건 낙찰. 낙찰률 17.3%, 낙찰가율 40.7% - 경남: 낙찰률 15.8%, 낙찰가율 33.9%, 평균 응찰자 2.0명
경남의 33.9%는 감정가 10억짜리 상가가 3억4000만원에 팔렸다는 뜻입니다. 낙찰률이 15% 안팎이라는 것은 열 건 중 여덟아홉 건이 그날 주인을 못 찾고 다음 기일로 넘어갔다는 뜻이고요. 유찰될 때마다 최저가는 20~30%씩 깎이니, 두세 번 유찰된 물건이 쌓이면서 평균 낙찰가율이 아래로 눌립니다. 제주에서는 감정가 236억원짜리 문화시설이 95억원에, 역시 응찰자 한 명에게 넘어갔습니다.
왜 상가만 이렇게 빠졌나
아파트는 값을 매기기 쉽습니다. 같은 단지 같은 평형의 최근 실거래가가 있으니 응찰자 다섯 명이 비슷한 숫자를 써냅니다. 상가는 다릅니다. 가격의 근거가 '지금 받는 월세'인데, 공실이면 그 근거가 0이 됩니다. 감정평가는 대개 임대가 정상적으로 되던 시점을 기준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공실이 길어진 물건일수록 감정가와 현재 수익가치의 거리가 벌어집니다. 낙찰가율 40%대는 시장이 붕괴했다기보다 감정가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 결과에 가깝습니다.
다만 전부가 그런 것도 아닙니다. 같은 광주에서도 서구 마륵동의 근린상가에는 21명이 몰려 9억1700만원, 낙찰가율 63.5%에 팔렸습니다. 임차가 살아 있고 배후 수요가 확인되는 물건에는 여전히 줄이 섭니다. 상가 경매는 시장 전체가 아니라 물건 하나하나가 따로 노는 시장이라고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실수요자·투자자가 봐야 할 것
싸게 보이는 숫자 뒤에 확인해야 할 항목이 아파트보다 훨씬 많습니다.
첫째, 임차인입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 있으면 낙찰자가 보증금을 떠안을 수 있습니다. 매각물건명세서에서 '인수' 표시를 반드시 확인하세요. 계약갱신요구권이 남아 있으면 명도 자체가 수년 뒤로 밀립니다.
둘째, 체납 관리비입니다. 판례상 낙찰자는 공용부분 관리비를 인수합니다. 공실이 길었던 집합상가는 이 금액이 수천만원대인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관리사무소에 미리 확인해야 할 숫자입니다.
셋째, 유치권 신고 여부입니다. 상업시설은 인테리어·공사대금을 근거로 한 유치권 신고가 자주 붙습니다. 허위 신고도 많지만, 진위를 가리는 소송 기간과 비용은 그대로 낙찰자 몫입니다.
넷째, 실질 수익률입니다. 감정가 대비 40%가 아니라 '내가 받을 수 있는 월세 대비 몇 %인가'로 계산하세요. 주변 공실률, 실제 거래되는 임대료, 취득세(상가는 4.6%)와 부가세, 명도 비용까지 넣은 뒤의 숫자가 판단 기준입니다.
응찰자 한 명이라는 건 기회일 수도, 아무도 손대지 않은 이유가 있다는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둘을 가르는 건 물건 하나를 얼마나 파고들었느냐뿐입니다. 상가 경매에서 평균 낙찰가율은 참고 지표일 뿐, 투자 근거가 되지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