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장에서 좀처럼 함께 나오지 않는 두 숫자가 나란히 나왔습니다. 지지옥션이 지난 9일 발간한 '6월 경매동향보고서'를 보면, 6월 서울 아파트 경매의 낙찰률은 34.0%입니다. 전월 40.0%에서 6.0%포인트 떨어진, 2년 6개월 만의 최저치입니다. 그런데 같은 달 낙찰가율은 101.7%. 전월보다 0.9%포인트 올라 석 달 연속 상승했습니다. 열 건 중 세 건밖에 팔리지 않는데, 팔린 물건은 감정가를 넘겨 팔린다는 뜻입니다.
두 숫자가 다른 것을 재고 있습니다
이 조합이 낯설게 느껴진다면, 두 지표가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낙찰률은 "내놓은 물건 중 몇 건이 팔렸나"를 봅니다. 시장의 폭, 즉 수요가 얼마나 넓게 퍼져 있는지를 재는 숫자입니다. 낙찰가율은 "팔린 물건이 감정가의 몇 %에 팔렸나"를 봅니다. 시장의 깊이, 즉 사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얼마나 세게 밀어붙이는지를 재는 숫자입니다.
그래서 6월의 두 숫자는 모순이 아니라 하나의 문장입니다. 수요의 폭은 좁아졌는데, 남은 수요의 밀도는 더 높아졌다. 응찰자 수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6월 서울 아파트 경매의 평균 응찰자는 7.2명으로, 전월 5.9명보다 오히려 늘었습니다. 진행 건수도 150건으로 전월 140건에서 7%가량 증가했습니다. 물건은 늘고 사람도 몰렸는데 낙찰률만 떨어졌다면, 사람들이 아무 물건에나 몰린 게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문턱은 전용 60㎡에 있습니다
그 '아무 물건'과 '그 물건'을 가르는 선이 어디인지가 이번 보고서의 핵심입니다.
전용 60㎡ 이하 소형 아파트의 낙찰가율은 6월 112.8%였습니다. 4월 105.1%, 5월 109.2%, 6월 112.8%로 석 달 내리 올랐습니다. 서울 전체 낙찰가율(101.7%)을 11%포인트 넘게 웃돌며 상승세 자체를 이 구간이 끌어올렸습니다.
이유는 경매장 밖에 있습니다. 지난해 10·15 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집값 구간별로 묶였습니다. 15억원을 넘으면 4억원, 25억원을 넘으면 2억원까지만 빌릴 수 있습니다. 고가 물건일수록 낙찰받고도 잔금을 치를 방법이 마땅치 않아진 겁니다. 실제로 감정가 25억원 초과 아파트의 평균 응찰자는 지난해 10월 12.33명에서 크게 줄었고, 이 구간 낙찰가율은 올 1월 125.6%에서 90%대까지 내려앉았습니다.
반면 소형은 대출 규제의 사정권에서 상대적으로 비켜서 있습니다. 자금 조달이 가능한 가격대라는 것, 그 한 가지가 지금 경매장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력입니다. 6월 서울 경매에서 응찰자가 가장 많이 몰린 상위 3개 물건이 모두 15억원 이하였던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그래서 무엇을 봐야 하나
첫째, 낙찰가율 하나만 보고 시장을 읽지 마십시오. 101.7%라는 숫자는 '서울 경매가 뜨겁다'가 아니라 '팔린 34%가 뜨거웠다'는 뜻입니다. 나머지 66%는 그 숫자에 아예 포함되지 않습니다. 유찰된 물건들의 침묵은 평균에 잡히지 않습니다.
둘째, 낙찰가율 112.8%가 곧 수익률은 아닙니다. 감정가는 통상 입찰일보다 6개월 이상 앞서 매겨집니다. 그사이 시세가 올랐다면 감정가의 112%가 시세보다 쌀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6월 최다 응찰(34명)을 기록한 성동구 중앙하이츠 전용 72㎡는 7억8300만원에 낙찰됐는데, 최근 실거래가 8억2800만원보다 낮았습니다. 기준선은 감정가가 아니라 오늘의 시세여야 합니다.
셋째, 잔금 계획을 입찰가보다 먼저 세우십시오. 경매는 낙찰 후 통상 한 달 남짓 안에 잔금을 완납해야 하고, 못 하면 입찰보증금(최저가의 10%)을 잃습니다. 고가 구간의 응찰자 감소는 사람들이 흥미를 잃어서가 아니라 계산기를 두드려 봤기 때문입니다. 내 물건이 15억·25억 구간의 어느 편에 서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넷째, 유찰이 반복된 물건은 이유를 의심하십시오. 선순위 임차인의 대항력, 유치권, 미납 관리비, 명도 부담은 낙찰가에 얹히는 비용입니다. 싸 보이는 물건이 싼 데는 대개 이유가 있습니다.
지금 경매장은 값이 아니라 자금 조달 가능성으로 줄을 세우고 있습니다. 낙찰률과 낙찰가율이 반대로 움직인다는 건, 시장이 식었다는 신호도 뜨겁다는 신호도 아닙니다. 선별이 시작됐다는 신호입니다. 다음 달 보고서에서 볼 것은 낙찰가율이 102%를 넘느냐가 아니라, 낙찰률 34%가 더 내려가느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