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시장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지난 5월 서울 전세가격지수는 한 달 새 0.91% 올랐습니다. 2013년 10월(1.04%) 이후 12년 7개월 만에 가장 가파른 상승입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올해 전셋값이 연 5.0% 오를 것으로 내다봤는데, 이는 임대차 2법이 시장을 흔들었던 2021년의 상승률(5.1%)에 맞먹는 수준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정부가 꺼내 든 카드는 조금 뜻밖입니다. 아파트가 아니라 '비아파트'입니다.
왜 전세가 다시 오르나
지금의 전세난은 하루아침에 생긴 일이 아닙니다. 뿌리는 몇 해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첫째, 입주 물량이 말라붙었습니다. 2020~2024년 사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고금리, 건설공사비 급등이 겹치면서 신규 착공이 크게 줄었습니다. 아파트는 착공에서 입주까지 통상 2~3년이 걸립니다. 그때 삽을 뜨지 못한 결과가 지금 '들어갈 집이 없다'는 현실로 돌아온 셈입니다.
둘째, 매물 자체가 잠겼습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와 대출 규제가 이어지면서 집을 내놓을 유인이 줄었고, 곳곳의 재개발·재건축 이주 수요까지 겹치며 임대 매물 품귀가 심해졌습니다.
즉, 공급은 막혔는데 살 곳을 찾는 수요는 그대로인 구조입니다. 전세가는 이런 수급 불균형을 가장 정직하게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정부가 '비아파트'를 택한 이유
아파트를 지금 당장 늘릴 수는 없습니다. 이미 늦은 착공을 되돌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부는 상대적으로 빨리 지을 수 있는 도시형생활주택과 오피스텔 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목표는 2030년까지 수도권에 비아파트 11만 가구 공급입니다.
핵심은 규제 완화입니다. 도시형생활주택은 세대수 상한을 현행 300가구에서 준주거·상업·공업지역은 500가구, 역세권은 700가구 미만까지 늘립니다. 최고 층수도 5층에서 6층으로, 일조권 기준도 건축물 높이 17m까지 완화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2030년까지 7만7000가구를 짓겠다는 계획입니다.
여기에 비어 있는 지식산업센터를 주거로 돌리는 카드도 더했습니다. 2027년까지 한시적으로 일반공업지역 지식산업센터를 오피스텔로 전환할 수 있게 하고, 30㎡ 미만 준주택은 주차장 의무까지 면제해 3만3000가구를 확보한다는 구상입니다. 사업자 부담을 낮추기 위해 도시형생활주택 기금대출 한도는 60㎡ 이하 기준 7000만원에서 1억1000만원으로 늘리고 금리는 3.8%에서 3.4%로 내렸습니다. 이와 별도로 공공 매입임대주택도 내년까지 수도권에 9만 가구(서울·경기 6만6000가구)를 풀 예정입니다.
실수요자가 봐야 할 세 가지
첫째, 속도의 한계입니다. 도시형생활주택과 오피스텔은 아파트보다 빨리 지어지지만, 그래도 '지금 당장'은 아닙니다. 착공에서 입주까지 시차가 있어 올해·내년 전세난을 즉시 잠재우긴 어렵습니다. 이번 대책은 단기 진화제라기보다 2~3년 뒤를 겨냥한 밑작업에 가깝습니다.
둘째, 비아파트의 특성을 냉정히 보셔야 합니다. 도시형생활주택·오피스텔은 급한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하지만, 환금성·관리비·주차·시세 상승 여력에서 아파트와 차이가 큽니다. 전세로 들어간다면 보증금 안전(선순위 근저당, 전세보증보험 가입 가능 여부)을, 매입을 고려한다면 향후 되팔기 쉬운 입지인지를 꼭 확인하세요.
셋째, 7월 종합대책과 함께 읽어야 합니다. 정부는 이달 중 취득·보유·양도를 아우르는 부동산 종합대책을 예고했습니다. 세금과 대출로 수요를 누르는 쪽과, 비아파트로 공급을 푸는 쪽이 어떻게 맞물리는지가 하반기 전세 시장의 방향을 가릅니다. 특히 도심 자투리 공급 대책의 세부 지원안이 추가로 나올 예정이니, 관심 지역이 있다면 역세권 규제 완화 대상에 드는지부터 살펴보시길 권합니다.
결국 이번 대책의 성패는 '얼마나 빨리, 살 만한 집을 공급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숫자는 크지만 실제 입주로 이어지기까지가 관건입니다. 전세 계약을 앞두셨다면, 정부의 공급 청사진보다 내 계약의 안전장치부터 챙기는 것이 먼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