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에서 낙찰이 떨어지면 그날로 상황이 끝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전세사기 피해주택에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내가 살던 집이 낙찰되고 매각 절차가 다 끝나도, 같은 근저당에 묶인 옆 호실·옆 동이 팔리지 않으면 내 몫의 돈은 계산조차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국토교통부가 7월 중 시행하겠다고 밝힌 '공동담보 피해주택 경매차익 일부 선지급'은 바로 이 순서를 바꾸는 제도입니다. 경매 물건의 권리분석을 조금이라도 해본 분이라면, 이 변화가 왜 실질적인지 바로 감이 오실 겁니다.
공동담보가 만든 대기줄
공동담보란 하나의 채권에 여러 부동산이 함께 담보로 잡혀 있는 구조입니다. 빌라 한 동 스무 세대를 통째로 지어 한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 그 스무 세대가 한 덩어리로 묶입니다. 전세사기 피해주택 상당수가 다세대주택·오피스텔·다가구주택인 이유와도 맞물립니다.
문제는 배당입니다. 공동담보는 각 물건의 매각대금을 합쳐 채권자 배당을 정산하는 구조여서, 원칙적으로 모든 물건의 경·공매가 끝나고 배당이 확정돼야 개별 피해자의 몫이 나옵니다. 스무 세대 중 열아홉 세대가 낙찰됐어도 마지막 한 세대가 계속 유찰되면, 이미 절차가 끝난 열아홉 세대 피해자도 함께 기다려야 했습니다. 유찰이 반복돼 반년, 1년이 흐르는 사이 피해자는 새 전셋집 보증금도 마련하지 못한 채 묶여 있었던 셈입니다.
7월부터는 '내 집 경매가 끝나면' 일부 먼저
바뀌는 내용은 단순합니다. 앞으로는 해당 피해주택의 경·공매가 종료되면, 나머지 물건의 절차 완료를 기다리지 않고 경매차익 일부를 먼저 지급합니다. 전체 정산이 끝난 뒤 잔여분을 맞추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경매차익은, LH가 피해자로부터 우선매수권을 양도받아 해당 주택을 낙찰받았을 때 발생하는 감정가와 낙찰가의 차액입니다. LH는 이 차익을 피해자의 보증금 회복에 쓰거나 임대료로 충당해, 살던 집에 최장 10년간 임대료 부담 없이 계속 거주할 수 있도록 해왔습니다. 즉 경매차익은 피해자 입장에서 사실상 '돌려받는 보증금'인데, 그 돈이 옆집 사정 때문에 잠겨 있었던 것입니다.
숫자로 보면 왜 급한 일인지 보입니다
6월 한 달간 1409건이 심의돼 548건이 전세사기피해자등으로 결정됐습니다. 2023년 특별법 시행 이후 누적 3만9669건입니다. 지역별로는 서울 1만1478건, 경기 8778건, 대전 4433건, 부산 4055건, 인천 3787건 순입니다.
LH의 피해주택 매입은 누적 9707호(서울 3199호, 경기 1564호, 인천 985호)입니다. 그런데 사전협의 요청은 2만3019건이 들어왔고 이 가운데 1만5612건이 매입 가능 판정을 받았습니다. 매입 가능 판정과 실제 매입 사이에 약 6000호의 간격이 있는 셈인데, 이 구간에 경·공매 진행 중이거나 배당을 기다리는 물건이 상당수 걸려 있습니다. 선지급이 겨냥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피해자 구성도 참고할 만합니다. 20~39세가 75.9%, 보증금 3억원 이하가 97.6%입니다. 자산 여력이 얇은 계층일수록 '언제 받느냐'가 '얼마 받느냐'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그래서 무엇을 봐야 하나
첫째, 우선매수권 양도 시점입니다. LH에 우선매수권을 넘겨 매입을 진행하려면 매각기일 전 정해진 기한까지 신청이 끝나 있어야 합니다. 기일이 임박해 움직이면 그 회차를 놓칩니다. 결정문을 받았다면 경매 진행 상황부터 확인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둘째, 내 물건이 공동담보인지입니다. 등기부 을구의 근저당권 설정 내역에 '공동담보목록'이 붙어 있는지, 목록에 몇 건이 올라 있는지 보면 됩니다. 여기 걸린 물건 수가 많을수록 이번 선지급의 체감 효과가 큽니다.
셋째, 11월 일정입니다. 경·공매가 끝난 피해자에게 보증금의 최소 3분의 1까지 회복을 보장하는 최소보장제, 신탁사기 등 무권계약 피해자에 대한 '선지급-후정산'이 11월 시행 예정입니다. 7월 조치가 시기를 앞당기는 것이라면, 11월 조치는 금액의 하한을 세우는 것입니다. 성격이 다르므로 본인이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 구분해두실 필요가 있습니다.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도 함의가 있습니다. 공동담보 물건의 배당 지연이 완화되면, 그동안 유찰이 반복되던 공동담보 빌라·오피스텔 물건의 처리 속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만 제도는 피해자 회복을 위한 것이고, 우선매수권이 붙은 물건은 일반 응찰자가 최고가를 써도 밀릴 수 있다는 점은 그대로입니다. 입찰 전 해당 물건에 우선매수권 신고가 들어와 있는지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