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가 오르는 국면에서 사람들은 보통 고정금리로 갈아탑니다. 이자가 더 오르기 전에 잠가두려는 것이죠. 그런데 지금 한국의 주택담보대출 시장에서는 정반대의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7월 28일 발표한 '6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새로 취급된 주담대 가운데 고정금리가 차지한 비중은 37.7%였습니다. 2014년 2월(31.8%) 이후 12년 4개월 만의 최저치입니다. 열 명 중 여섯 명 이상이 변동금리를 선택했다는 뜻입니다.
4.36%는 올랐고, 4.53%는 더 올랐다
숫자부터 정리하겠습니다. 6월 예금은행의 주담대 평균 금리는 연 4.36%로 전월보다 0.04%포인트 올랐습니다. 2023년 11월(4.48%) 이후 2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가계대출 전체 금리는 4.5%, 일반신용대출은 5.72%(+0.23%p), 전세자금대출은 4.07%(+0.1%p)로 모두 상승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고정형과 변동형의 격차입니다.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연 4.53%로 전월보다 0.09%포인트 뛰었고, 지난해 10월 이후 9개월 연속 오르고 있습니다. 평균(4.36%)보다 위에 있다는 것은, 지금 창구에서 고정금리를 고르면 변동금리보다 눈에 보이게 비싼 이자를 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차주 입장에서 계산은 단순합니다. 당장 매달 나가는 돈이 적은 쪽을 고르는 겁니다. 대출 한도가 조여진 상황에서는 이 선택이 더 강해집니다. 정부가 15억원 이하 아파트의 주담대 한도를 6억원에서 3억원으로 줄이면서, 남은 자금을 어떻게 굴리느냐가 매수 가능 여부를 가르는 변수가 됐기 때문입니다.
이 숫자는 '전망'이 아니라 '체감'이다
고정금리 비중 하락을 두고 "시장이 금리 인하를 예상한다"고 해석하는 시각이 있습니다. 절반만 맞습니다. 실제로는 미래 전망보다 현재 부담이 선택을 결정하고 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고정형이 9개월 연속 오르는 동안 그 격차가 벌어졌고, 차주는 그 격차만큼을 매달 지불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가계대출 전체로 넓혀 봐도 방향은 같습니다. 6월 가계대출 중 고정금리 비중은 24.6%에서 22.7%로 1.9%포인트 낮아졌습니다. 2022년 7월(21.4%) 이후 3년 11개월 만의 최소치입니다.
문제는 이 선택이 금리 인상 위험을 가계가 그대로 떠안는 구조를 만든다는 점입니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 16일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올렸습니다. 2023년 1월 이후 3년 6개월 만의 인상이었습니다. 변동금리 비중이 62%를 넘는 상태에서 추가 인상이 이어진다면, 그 부담은 시차를 두고 대부분의 차주에게 전달됩니다.
8월 27일, 무엇을 봐야 하나
다음 분기점은 8월 27일 금융통화위원회입니다. 현재 지표는 양쪽으로 갈립니다. 2분기 GDP는 전 분기 대비 0.6% 성장해 한은 전망치(0.2%)를 크게 웃돌았고, 이는 추가 인상 논거가 됩니다. 반면 원·달러 환율은 7월 초 1,500원대에서 1,410원대로 내려왔고, 7월 소비자물가는 석 달 만에 2%대로 둔화했습니다. 연속 인상을 서두를 이유가 줄어든 셈입니다.
시장 전망은 '동결' 쪽에 무게가 실려 있습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인상 소수의견 1~2명이 나오는 매파적 동결을 예상했고, BNP파리바는 이달 동결 후 10월과 내년 1월 추가 인상을 전망했습니다. 즉, 8월에 멈추더라도 인상 사이클이 끝났다는 신호는 아니라는 뜻입니다.
실수요자 체크리스트
첫째, 지금의 금리차만 보고 결정하지 마십시오. 변동형이 지금 0.2%포인트가량 싸더라도, 기준금리가 두 차례 더 오르면 그 이점은 사라집니다. 본인의 상환 기간이 5년 이내인지 20년 이상인지에 따라 답이 달라집니다.
둘째, 혼합형·주기형 상품의 조건을 확인하십시오. 초기 고정 구간이 끝난 뒤 어떤 기준으로 변동되는지,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시점은 언제인지가 실제 부담을 좌우합니다.
셋째, 거래량과 금리를 함께 보십시오. 7월 서울 아파트 매매는 3,091건(1~29일)으로 올해 최저였지만, 가격은 77주 연속 올랐습니다. 거래가 줄어든 상태의 가격은 소수 거래가 만든 숫자일 수 있습니다. 8월 세제 개편 발표와 27일 금통위 결과가 나온 뒤 9월 시장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는지가 더 신뢰할 만한 신호입니다.
금리 국면에서 가장 위험한 판단은 "지금 싼 쪽"을 곧 "계속 싼 쪽"으로 착각하는 것입니다. 37.7%라는 숫자는 시장의 예측이 아니라, 지금 당장의 압박이 만든 결과에 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