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숫자는 집값이 아니라 집값과 전셋값의 '거리'입니다. 그 거리가 곧 매수에 필요한 현금이고, 세입자 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여유분이기 때문입니다. 한국부동산원의 8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를 보면, 올해 1~8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7.52%, 전세가격은 7.35% 올랐습니다. 격차는 0.17%포인트. 같은 기간 지난해는 매매 5.05%, 전세 1.51%로 격차가 3.54%포인트였습니다. 1년 만에 거리가 20분의 1로 줄어든 셈입니다.
같은 상승장인데, 올라가는 방식이 달라졌습니다
지난해의 상승장은 전형적인 '매매 주도장'이었습니다. 집값이 앞서 뛰고 전셋값이 뒤에서 따라가는 구조였고, 그래서 전세가율은 계속 내려갔습니다. 갭은 벌어졌고, 같은 집을 사는 데 필요한 자기 현금은 매달 늘었습니다.
올해는 두 지표가 거의 나란히 움직였습니다. 8월 한 달만 떼어 봐도 매매 1.05%, 전세 0.95%, 월세 0.91%로 셋의 간격이 0.15%포인트 안쪽입니다. 상승률 격차가 0.17%포인트라는 말은, 전세가율이 여전히 조금씩 낮아지고는 있지만 그 속도가 사실상 멈춰 섰다는 뜻입니다. 매매가 전세를 끌고 가는 장이 아니라, 전세가 매매를 밀어 올리는 장에 가까워졌습니다.
금리 인상은 매매만 때렸습니다
배경에는 금리가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 16일 기준금리를 2.50%에서 2.75%로, 8월 27일 다시 3.00%로 두 차례 연속 올렸습니다. 9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는 인상 배경으로 "수도권 주택가격 오름세 및 가계대출 증가세 확대"를 지목하면서, 추가 인상의 시기와 속도를 계속 점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효과는 한쪽에서만 나타났습니다. 9월 셋째 주 주간 시황을 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03%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전주 0.19%에서 크게 꺾인 수치입니다. 반면 같은 주 서울 전셋값은 0.17% 올랐고, 경기·인천도 0.13% 상승해 수도권 전체가 0.15% 뛰었습니다. 매매는 숨을 고르는데 전세만 달린 것입니다.
당연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금리는 대출을 끼고 사는 매수자를 직접 압박하지만, 전세를 구하는 사람에게는 선택지를 줄일 뿐입니다. 집을 사기 부담스러워진 수요가 그대로 임차 시장에 남으면 전셋값은 오릅니다. 여기에 전세의 월세 전환과 대출·세금 규제가 겹치면서 전세 매물 자체가 마르고 있다는 것이 현장의 설명입니다.
서울 안에서도 방향이 갈렸습니다
8월 주택종합 기준으로 서울에서 가장 많이 오른 곳은 성북구(1.83%), 노원구(1.77%), 서대문구(1.64%)였습니다. 반대로 강남구는 -0.18%, 서초구는 -0.01%로 내렸습니다. 전세 상승률도 노원구 1.58%, 성북구 1.38%, 서대문구 1.16%로 매매와 같은 지역에 몰렸습니다.
금리가 올라가면 총대출 규모가 큰 고가 지역부터 먼저 식고, 대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중저가 지역은 늦게 반응합니다. 지금 서울은 그 시차 구간을 지나고 있습니다. "서울 집값"이라는 하나의 숫자로 판단하면 놓치는 구간입니다.
그래서 무엇을 봐야 합니까
첫째, 갭이 줄었다는 사실 자체는 중립입니다. 진입에 필요한 현금이 줄어드는 만큼 소액 갭투자 유인이 커지지만, 동시에 전세보증금이 매매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 비중은 집값이 한 번만 흔들려도 곧장 역전세와 보증금 반환 문제로 돌아옵니다. 최근 경매·공매 물건이 늘어난 경로도 결국 여기였습니다.
둘째, 관심 지역의 전세가율을 단지 단위로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지수 상승률은 평균값이고, 실제 갭은 같은 구 안에서도 단지마다 크게 다릅니다.
셋째, 다음 확인 지점은 금리입니다. 한국은행이 추가 인상에 나서면 매매 둔화는 더 길어지고 전세 쏠림은 더 강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인상이 멈추면 눌려 있던 매수세가 돌아오면서 격차가 다시 벌어질 수 있습니다.
넷째, 만기 도래 전세의 재계약 조건을 미리 계산해 두십시오. 2년 전 계약 대비 보증금 증액분을 세입자가 감당할 수 있는지, 감당하지 못할 경우 차액을 메울 현금이 있는지가 내년 상반기 임대인의 실제 시험대입니다.
숫자 두 개를 다시 놓습니다. 3.54%포인트와 0.17%포인트. 지난해에는 집값이 앞서 달렸고, 올해는 전세가 따라붙었습니다. 갭이 닫히는 구간은 기회처럼 보이지만, 안전마진이 얇아지는 구간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