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를 전세 끼고 사는 거래가 1년 사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국토교통부 자료를 인용한 데일리안 보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갭투자 거래 비중은 2025년 10월 37.9%에서 2026년 8월 6.1%로 내려왔습니다. 규제의 목표만 보면 성공입니다. 문제는 세입자가 고를 전세도 함께 줄었다는 점입니다.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을 묶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은 12월 31일 끝나고, 연장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갭투자자는 전세 공급자이기도 했습니다
토허구역에서 아파트를 사면 2년 실거주 의무가 붙습니다. 보증금을 끼고 사서 세를 놓는 길이 막힌 것입니다. 그런데 갭투자로 산 집은 곧 시장에 나오는 전세 물건이기도 했습니다.
숫자도 이 방향을 가리킵니다. 올해 1~8월 서울 아파트 신규 전세계약은 3만6084건으로 전년 동기 5만2781건보다 31.6% 줄었습니다. 전용 60㎡ 이상 85㎡ 미만, 보증금 5억 원 이하 신규 전세는 7298건에서 3554건으로 51.3% 감소했습니다. 이 수치에는 전셋값이 올라 5억 원을 넘어간 물건도 섞여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 기준 8월 서울 아파트 전세 중위가격은 5억6000만 원이었습니다. 전셋값은 10·15 대책 이후 약 1년간 9.79% 올라, 직전 1년 상승률 2.41%의 약 4배였습니다.
다만 모든 원인을 토허제 하나로 돌리기는 어렵습니다. 전문가들은 입주 물량 감소와 등록임대 종료도 함께 꼽습니다. 37.9%의 기준 시점이 규제 직전이어서 낙폭이 커 보였을 수도 있습니다. 6.1%는 아파트 기준입니다. 오피스텔·빌라까지 넣은 서울 전체 거래에서는 임대보증금이 있는 거래 비율이 21.2%로 집계됐다는 지난 4월 보도가 있어, 수요 일부는 규제 밖으로 옮겨간 것으로 보입니다.
눌러앉은 세입자, 내년이 더 걱정입니다
세입자의 선택은 재계약이었습니다. 한겨레가 국토부 실거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월 1일~10월 26일 신고된 서울 아파트 전세 8만9460건 중 51.3%가 갱신 계약이었습니다. 2021년 전월세신고제 시행 이후 처음으로 절반을 넘었습니다. 2023년에는 27.0%였습니다.
부담은 뒤로 밀려 있을 뿐입니다. 지난해 계약갱신요구권을 쓴 전세 계약은 3만6101건으로 전년보다 127.5% 늘었고, 상당수가 내년에 만료됩니다. 5% 상한으로 버틴 세입자가 그때는 시세를 마주합니다.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전문위원은 "내년에는 입주물량이 더 줄어들고 실거주를 요구하는 정부 규제도 계속 남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정부도 숨통은 열어 뒀습니다. 요건을 갖춘 무주택자가 세입자 있는 집을 사면 실거주를 미룰 수 있고, 신청 기한은 2027년 말까지 늘었습니다. 그러나 9월 유예 신청은 198건으로 토허 신청 3678건의 5.4%에 그쳤습니다. 집을 팔고 옮기려는 1주택자의 제약도 남아 있습니다. 세제로 매물을 끌어내면서 살 사람은 묶어 둔다는 '엇박자'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12월 결정, 무엇을 봐야 할까요
홍지선 국토부 장관은 10월 7일 국정감사에서 "시장 상황을 계속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며 토허제에 "어느 정도 수요가 있다"고 답했습니다. 시장은 연장 쪽을 더 유력하게 봅니다. 2025년 2월 강남 일부 구역을 풀었다가 집값이 뛰어 다시 묶은 기억이 있기 때문입니다. 선택지는 전면 유지, 하락 지역 축소, 외곽 확대 세 갈래로 거론됩니다. 올해 누적 상승률이 군포 10.48%, 수원 권선구 11.12%에 이른 비규제지역이 변수입니다.
- 세입자: 내년 만기라면 갱신요구권 사용 여부부터 확인하고, 이사 가능성까지 넣어 예산을 다시 잡으시기 바랍니다. - 매수자: 세입자 있는 집은 본인의 유예 요건과 임대차 잔여 기간을 계약 전에 맞춰 봐야 합니다. - 투자자: 해제를 기대한 선매수는 이르다고 봅니다. 확정된 것이 없고, 풀려도 대출 규제는 별개로 남습니다. - 경매 투자자: 민사집행법상 경매는 토지거래허가 대상에서 빠집니다. 다만 잔금을 짧은 기한 안에 마련해야 하므로 갭투자처럼 접근하기는 어렵습니다. 대출 한도와 해당 물건의 조건은 입찰 전 확인이 필요합니다.
연말 결정이 어느 쪽이든, 내년 전세 시장의 물량 부족은 곧바로 풀리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지정 범위보다 내 계약의 만기 날짜가 먼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