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은 여전히 오르고 있습니다. 다만 맨 앞에서 끌던 단지들이 먼저 힘이 빠졌습니다. KB부동산이 10월 25일 발표한 '10월 전국 주택가격동향'(조사 기준일 12일)을 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한 달 새 0.61% 올랐습니다. 8월 1.14%, 9월 1.13%였던 데서 두 달 연속 줄어 올해 월간 기준으로 가장 낮은 상승률입니다. 시가총액 상위 50개 단지를 묶은 KB선도아파트50지수는 98.8로 0.39% 내려 두 달째 하락했고, 강남구(-0.33%)와 서초구(-0.04%)는 하락으로 돌아섰습니다. 전체 평균은 오르는데 대장주는 내리는 엇갈림이 숫자로 확인된 셈입니다.
위는 식고, 아래는 아직 뜨겁다
권역별로 나누면 차이가 더 분명합니다. 강북 14개구는 0.90% 올랐지만 강남 11개구는 0.35%에 그쳤습니다. 노원구(1.52%), 종로구(1.32%), 도봉구(1.29%), 성북구(1.25%), 중랑구(1.14%), 동대문구(1.10%)는 모두 1%를 넘었습니다. 경기 아파트값은 0.74% 올라 서울(0.61%)보다 높았고, 화성 동탄구(2.71%)·병점구(2.42%)·군포(2.29%)·수원 영통구(2.12%)가 앞에 섰습니다. 반면 이천(-0.84%)·안성(-0.45%)은 내렸습니다.
KB선도50은 6월 0.14%, 7월 0.38%, 8월 0.20% 오른 뒤 9월 -0.22%, 10월 -0.39%로 내림폭이 커졌습니다. 이 지수는 조사 표본이 아니라 시장을 끄는 대표 단지들의 시가총액 흐름을 보여 주므로, 고가 단지의 매수세가 먼저 약해졌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통계도 같은 방향입니다. 10월 셋째 주(19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13% 올라 상승을 이어갔지만 오름폭은 전주(0.16%)보다 줄었습니다. 강남구는 -0.31%, 서초구는 -0.32%였고, 성북·서대문구(각 0.36%)와 도봉구(0.33%) 등 강북권이 상승을 이끌었습니다. 조사 방식이 다른 두 통계가 같은 그림을 그린다는 점에 무게를 둘 만합니다.
왜 중요한가: 상승의 질이 바뀌고 있다
집값 상승기에 대장주가 먼저 꺾이고 외곽·중저가가 뒤늦게 오르는 모습은 자주 나타났습니다. 고가 주택은 대출 한도와 세 부담의 영향을 가장 먼저, 가장 크게 받습니다. 반면 중저가 지역은 대출로 살 수 있는 가격대여서 실수요가 몰립니다. 서울시 집계를 보면 9월 매매 거래가 가장 많았던 자치구는 노원구(332건)였고, 노원·도봉·강북·금천구는 15억 원 이하 거래 비중이 99~100%였습니다.
거래도 줄고 있습니다. 서울시가 10월 22일 공개한 자료에서 9월 서울 아파트 매매는 2923건으로 전월(3578건)보다 18.3% 감소했습니다. 9월 계약분은 신고 기한이 10월 말이어서 숫자는 더 늘 수 있지만, 3000건 안팎에 머문다면 거래 부진은 분명합니다. 앞으로의 기대도 식었습니다. 서울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112.8로 6월(125.3) 이후 넉 달째 떨어졌습니다. 아직 100을 넘어 '오를 것'이라는 응답이 많지만, 낙관의 강도는 확실히 약해졌습니다.
전세도 함께 둔화했습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50% 올라 전월(1.00%)의 절반 수준이었고, 강남구(-0.28%)와 서초구(-0.17%)는 전셋값도 내렸습니다. 매매와 전세가 같은 지역에서 함께 약해진다는 점은 단순한 일시 조정 이상으로 볼 여지를 남깁니다.
무엇을 봐야 하나
첫째, '서울이 오른다'는 평균값만 보지 마십시오. 같은 달 노원은 1.52% 오르고 강남은 0.33% 내렸습니다. 매수든 매도든 내가 보는 단지가 속한 권역과 가격대의 흐름이 더 중요합니다.
둘째, 중저가 지역의 뒤늦은 상승은 체력을 따져 봐야 합니다. 과거에도 외곽 상승은 대장주 둔화 뒤에 이어지다가 거래가 마르면서 함께 꺾이곤 했습니다. 강북·경기 남부에 들어가려는 실수요자라면 최근 몇 달 새 오른 호가를 그대로 받기보다 실거래가와 매물 증감을 함께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셋째, 갭투자 계산은 보수적으로 하십시오. 전셋값 오름폭이 줄고 강남권은 전셋값까지 내렸습니다. 전세를 끼고 사는 구조라면 2년 뒤 같은 보증금으로 다시 계약할 수 있다고 가정하기 어렵습니다.
넷째, 11월 통계에서 확인할 것은 세 가지입니다. KB선도50이 석 달째 내리는지, 강남 하락이 서초·송파로 번지는지, 9월 거래량이 신고 마감 뒤 3000건을 넘기는지입니다. 세 가지가 모두 약하게 나오면 '상승 둔화'에서 '조정'으로 판단을 옮길 때입니다. 반대라면 이번 10월은 고점 부담에 따른 쉬어 가기로 끝날 수 있습니다.
10월 숫자가 말하는 것은 하락장이 아니라 상승세가 고르지 않게 갈라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국면일수록 '서울'이라는 큰 단위보다 내 단지의 숫자를 보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