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0일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680건이었습니다(부동산 정보 플랫폼 아실 집계). 연초보다 10.3% 적고, 6·27 대출규제가 나온 2025년 6월 27일(2만4855건)과 비교하면 16.8% 줄었습니다. 같은 날 발표된 거래 통계에서는 올해 1~9월 서울 아파트 임대차 거래 가운데 월세가 51.0%를 차지했습니다. 2011년 이후 처음으로 월세가 절반을 넘은 것입니다. 세입자가 고를 수 있는 전셋집이 줄었고, 그만큼 월세로 옮겨 가고 있습니다.
월세가 늘어서가 아니라 전세가 줄어서입니다
51.0%라는 숫자는 해석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자료를 인용한 파이낸셜뉴스 보도에 따르면 1~9월 월세 거래는 8만774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만310건)보다 오히려 2.8% 적습니다. 반면 전세 거래는 11만6272건에서 8만4287건으로 27.5% 줄었습니다. 월세 수요가 갑자기 늘었다기보다 전세 거래가 크게 줄면서 비중이 뒤집힌 것입니다.
자치구별로 보면 월세 거래가 전세보다 많은 구가 지난해 4곳에서 올해 13곳으로 늘었습니다. 종로(65.6%), 중랑(64.9%), 구로(63.1%)가 상위권이고, 강남구도 54.0%로 월세가 더 많습니다. 중랑구는 1년 새 20.3%포인트 올라 상승폭이 가장 컸습니다. 다만 양천(42.1%), 성북·도봉(각 44.7%), 강서(45.6%)처럼 아직 전세가 더 많은 곳도 있습니다.
월세 수준도 올랐습니다. 한국부동산원 기준 9월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166만1000원으로 1년 전(144만3000원)보다 21만8000원 높습니다. 중위 월세도 120만 원에서 140만 원이 됐습니다.
외곽에서 시작해 강남권까지 번졌습니다
전세 매물은 한꺼번에 줄지 않았습니다. 뉴스핌이 정리한 자료를 보면 6·27 대출규제 직후에는 성북(-39.3%), 중랑(-35.8%), 성동(-31.9%), 관악(-30.6%) 등 외곽·중저가 지역에서 먼저 줄었습니다. 이 기간 송파(+90.3%)와 강남(+14.9%)은 오히려 늘었습니다.
흐름이 바뀐 건 2025년 10·15 대책 이후입니다. 규제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이 넓어지고 실거주 요건이 강화되면서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방식이 막혔고, 그만큼 새로 나오는 전세 물건이 줄었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서울 전세 매물은 15.1% 줄었고, 25개 구 가운데 21곳에서 감소했습니다. 송파는 -47.0%, 강남은 -24.1%로 돌아섰고, 동대문(-69.5%)과 구로(-58.8%)는 감소폭이 더 컸습니다. 계약갱신 증가와 월세 전환도 신규 전세 매물을 줄인 요인입니다.
값도 오르고 있습니다. KB주택시장 리뷰 10월호에 따르면 9월 서울 주택 전세가격은 한 달 새 0.64% 올랐고, 전세수급지수는 2020년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공급보다 수요가 그만큼 많다는 뜻입니다.
내년 입주가 줄고 이주 수요가 겹칩니다
단기간에 풀리기 어렵다는 전망이 많습니다. 서울시 자료 기준 신축 아파트 입주(예정) 물량은 올해 약 2만6000가구에서 내년 약 2만2000가구로 4000가구가량 줄어듭니다. 급감 수준은 아니지만, 기존 매물이 이미 줄어든 상황이라 체감 부족은 더 클 수 있습니다. 내년부터 본격화할 정비사업 이주 수요도 변수입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이주 수요가 생기는 곳과 새 아파트가 들어서는 곳이 달라, 전체 입주 물량만으로는 생활권별 부족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짚었습니다.
반대로 상승을 누르는 힘도 있습니다. 전세대출 규제와 높은 금리, 세입자가 감당할 수 있는 보증금의 한계 때문입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고액 전세대출이 막힌 만큼 상승 압력이 6억 원 미만 전세와 월세 쪽으로 분산될 것으로 봤습니다.
실수요자와 투자자가 볼 것
세입자라면 만기 3~4개월 전부터 갱신과 이사를 함께 따져 보시는 게 좋습니다. 매물이 많이 줄어든 구에서는 조건 좋은 물건이 오래 남아 있지 않습니다. 보증금을 올릴지, 일부를 월세로 돌릴지는 대출 금리와 전월세 전환율을 비교해 숫자로 판단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매수를 고민하는 분이라면 전셋값 상승을 곧바로 "갭이 줄었다"는 신호로 읽지 않으셔야 합니다. 규제지역에서는 전세를 끼고 사는 길 자체가 좁아졌고, 이번 매물 감소도 그 결과입니다.
정비사업 투자자라면 이주 일정을 다시 보셔야 합니다. 이주 수요가 몰리는 생활권은 주변 전셋값이 먼저 움직이고, 이는 이주비와 조합원 부담에도 영향을 줍니다.
앞으로 확인할 지표는 세 가지입니다. 매주 나오는 자치구별 전세 매물 추이, 연간 월세 비중이 실제로 50%를 넘는지, 그리고 정부가 거론하는 실거주 의무 한시 유예 같은 공급 보완책이 나오는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