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0월 22일 기준금리를 연 3.00%로 동결했습니다. 7월과 8월에 0.25%포인트씩 연달아 올린 뒤 처음으로 쉬어 간 것이고, 동결은 5월 이후 5개월 만입니다. 같은 날 발표된 한국부동산원 주간 통계에서는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0.16%에서 0.13%로 3주 만에 줄었습니다. 두 소식을 나란히 놓으면 "이제 금리 걱정은 끝났나"라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정문과 총재 발언을 보면 이번 동결은 방향을 바꾼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춘 것에 가깝습니다. 무엇이 달라졌고 무엇이 그대로인지 정리했습니다.
동결인데 '매파적'이라는 이유
이번 결정은 금통위원 7명 전원 찬성이었습니다. 금융투자협회 설문에서도 응답자 93%가 동결을 예상했기 때문에 시장에 놀랄 일은 없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결정문의 문구입니다. 금통위는 "추가 인상의 시기와 속도 등을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내릴지 말지를 고민하는 단계가 아니라, 언제 얼마나 더 올릴지를 따지는 단계라는 뜻입니다. 시장이 이번 결정을 '매파적 동결'이라고 부르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동결에 힘을 실은 요인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연속 인상의 효과를 지켜볼 시간이 필요했다는 점, 다른 하나는 원/달러 환율이 1320원대로 내려와 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 됐다는 점입니다. 반대로 물가와 성장은 금리를 낮출 여건이 아닙니다.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9%로 목표치 2.0%를 웃돌았고, 10월에는 3% 안팎으로 다시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한은은 올해와 내년 성장률도 8월 전망(3.3%, 2.9%)보다 "상당폭"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경기가 좋고 물가가 높은 상황이니 금리를 내릴 이유가 마땅치 않습니다.
금통위가 짚은 집값과 대출
부동산과 관련해 금통위는 "수도권 주택시장 및 가계부채와 관련한 금융불균형 위험에 계속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적었습니다. 전체 가계대출은 기타대출을 갚는 사람이 늘면서 줄어드는 쪽으로 돌아섰지만, 주택 관련 대출은 여전히 늘고 있다고 봤습니다. 신용대출은 줄어도 집을 사기 위한 대출은 꺼지지 않았다는 이야기입니다. 가계신용 잔액은 이미 2000조 원을 넘었습니다. 신현송 총재도 10월 12일 국정감사에서 "수도권 주택가격의 오름세와 가계부채 증가세에 따른 금융 불균형 우려가 여전히 큰 상황"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주간 통계는 조금 결이 다릅니다. 10월 3주(19일 기준) 서울 상승률은 0.13%로 줄었고, 수도권도 0.20%에서 0.16%로 내려왔습니다. 강남 3구는 하락이 이어졌습니다. 강남구는 -0.31%로 11주 연속, 송파구는 -0.13%로 7주 연속 내렸고, 서초구는 -0.27%에서 -0.32%로 낙폭이 오히려 커졌습니다. 반면 성북·서대문(0.36%), 도봉(0.33%) 같은 외곽 지역과 경기 화성 병점구(0.65%), 안양 동안구(0.56%)는 여전히 높게 오르고 있습니다. 고가 지역이 식는 동안 중저가 지역이 시세를 따라잡는 흐름입니다. 대출을 끼고 사는 실수요자가 많은 곳일수록 금리에 더 민감하다는 점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매매보다 전세가 더 올랐습니다
이번 주에 눈여겨볼 숫자가 하나 더 있습니다. 서울 전셋값 상승률은 0.16%로 매매(0.13%)보다 높았습니다. 강남구 전셋값은 8주 만에 상승(+0.12%)으로 돌아섰고, 노원(0.31%)·성북(0.36%) 같은 외곽 지역의 전세 오름세도 강합니다. 매매가 숨을 고르는 사이 전세가 받쳐 주면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가 좁혀집니다. 그러면 실수요자의 매수 전환이나 갭투자 수요가 다시 고개를 들 수 있습니다. 금리를 쉽게 내리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지금부터 보셔야 할 세 가지
첫째, 11월 26일 금통위입니다. 올해 마지막 회의이고, 국내외 주요 기관 다수는 이때 한 차례 더 올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8월 금통위원들이 내놓은 6개월 뒤 금리 전망에서도 3.25%에 찍힌 점이 21개 중 10개로 가장 많았습니다. 변동금리 대출을 쓰고 계시거나 연말·연초에 잔금을 치르실 예정이라면, 지금 금리가 연말까지 유지된다고 가정하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둘째, 수도권 외곽의 매매 상승률입니다. 이번 주 오름폭이 줄어든 흐름이 2~3주 이어지는지 확인하셔야 합니다. 한 주 줄었다고 추세가 바뀌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금통위도 수도권 오름세가 "다시 커졌다"고 진단한 상태입니다.
셋째, 전세와 매매의 간격입니다. 전셋값 오름세가 매매보다 강한 상황이 이어지면 다음 금리 결정에서 인상 쪽에 무게가 실릴 가능성이 큽니다. 매수를 고민하신다면 시세만 보지 마시고, 금리가 0.25%포인트 더 오를 때 매달 원리금이 얼마나 늘어나는지 미리 계산해 두시길 권합니다.
이번 동결은 긴축이 끝났다는 신호가 아닙니다. 집값과 대출이 금리 결정의 핵심 변수로 남아 있는 한, 11월에도 같은 질문이 반복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