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오랜만에 매물이 쌓이고 있습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10월 26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7만8261건입니다. 정부가 세제 개편안을 발표한 8월 3일(6만409건)보다 29.5% 늘었고, 3월 말 이후 약 7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수준입니다. 그런데 같은 주 한국부동산원 통계에서 군포시와 수원 영통구는 한 주 만에 0.58% 올랐습니다. 서울에서 매수세가 숨을 고르는 동안 수요가 경기 남부로 옮겨 가고 있는지, 숫자로 짚어 보겠습니다.
25개 구 모두 매물이 늘었습니다
이번 매물 증가는 일부 지역에만 나타난 현상이 아닙니다. 서울 25개 자치구 모두에서 매물이 늘었습니다. 증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성북구(55.5%)였고 강동구(39.7%), 동작구(38.8%), 성동구(38.5%), 마포구(37.3%)가 뒤를 이었습니다. 상위권이 대부분 비강남권이라는 점이 눈에 띕니다. 반대로 금천구(3.0%)와 도봉구(3.4%)는 거의 늘지 않았습니다.
배경으로는 여러 요인이 겹쳐 있습니다. 1년 넘게 가격이 오르면서 차익을 실현하려는 집주인이 늘었습니다. 대출 금리도 올랐습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신규취급액 기준)는 9월 3.43%로 한 달 새 0.25%포인트 상승했습니다. 한강벨트 등 고가 지역에서는 내년 보유세 부담도 매도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거래는 이미 줄어든 상태였습니다. KB국민은행 리뷰에 따르면 8월 전국 주택 매매 거래량은 4만8000건으로 전월보다 23.5% 감소했고, 서울의 주간 매수우위지수는 8월 둘째 주부터 7주째 내려갔습니다.
서울은 상승폭 축소, 경기 남부는 강세 지속
10월 넷째 주(26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09% 올라 90주 연속 상승을 이어 갔습니다. 다만 상승폭은 둘째 주 0.16%, 셋째 주 0.13%, 넷째 주 0.09%로 2주 연속 줄었습니다. 강남 11개구는 0.02% 내렸고 강북 14개구는 0.22% 올라 서울 안에서도 흐름이 엇갈렸습니다.
경기 남부는 분위기가 다릅니다. 군포시와 수원 영통구가 각각 0.58%, 용인 기흥구가 0.54%, 의왕시가 0.47% 올랐습니다. 기흥구는 전주 0.30%에서 상승폭이 수도권에서 가장 크게 확대됐습니다. 올해 누적으로 보면 차이가 더 분명합니다. 1월부터 10월 둘째 주까지 수원 권선구는 10.29%, 군포시는 9.26% 올랐습니다. 6월 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될 당시 기흥구(6.21%)와 구리시(7.87%)의 누적 상승률보다 높습니다. 군포 대표 단지인 래미안하이어스 전용 84㎡는 최근 12억4500만 원에 거래돼, 7월 초 거래가보다 1억8500만 원 높은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수요 이동으로 해석합니다. 서울은 단기 급등과 대출 제약으로 거래가 둔화했고, 실수요자가 경기 인기 지역과 비규제지역으로 옮겨 가면서 강세가 번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전세 매물이 부족하고 매매가와 전셋값 차이가 작은 경기 남부에서는 임대차 만기를 맞은 세입자가 아예 집을 사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합니다.
무엇을 봐야 할까요
첫째, 매물이 늘었다고 곧바로 집값이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매물은 집주인이 원하는 가격이 반영된 '호가' 지표입니다. 실제 시세는 거래가 이뤄져야 확인됩니다. 매물이 적은 지역에서는 집주인이 호가를 쉽게 낮추지 않아 실거래가에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늘어난 매물이 소화되는지, 쌓이기만 하는지는 11월 이후 실거래 신고를 함께 봐야 판단할 수 있습니다.
둘째, 경기 남부 매수는 규제 리스크를 함께 따져야 합니다.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가능성에 대해 "시장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권선구와 군포시는 이미 기흥·구리가 지정될 당시보다 많이 올랐습니다. 지정되면 실거주 의무와 대출 규제가 한꺼번에 적용될 수 있으므로 자금 계획을 넉넉히 잡아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셋째, 금리 방향은 양쪽 시장에 모두 영향을 줍니다. 코픽스가 오르면 변동금리 대출 이자가 바로 늘어납니다. 서울에서는 매도를 서두르게 하는 압력이, 경기에서는 매수 여력을 줄이는 제약이 될 수 있습니다. 대출을 끼고 집을 산다면 금리가 0.5%포인트 더 오른 경우도 감당할 수 있는지 미리 계산해 보시기 바랍니다.
정리하면 서울은 거래보다 매물이 빠르게 늘면서 숨을 고르고 있고, 그 사이 수요 일부가 경기 남부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한쪽의 둔화가 다른 쪽의 과열로 이어지는 흐름이 연말까지 이어질지는 서울의 매물 소화 속도와 정부의 규제지역 판단에 달려 있습니다. 서두르기보다 실거래 흐름을 확인하면서 판단하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