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6일 전국 법원에서 진행된 경매는 182건. 이 가운데 새 주인을 찾은 건 46건뿐이었습니다. 열에 일곱은 그날도 유찰됐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같은 시기, 경기 화성의 한 토지는 감정가의 242%에 팔렸고 인천 부평의 한 아파트에는 16명이 입찰표를 넣었습니다. 한쪽은 응찰자가 아예 없어 값이 계속 깎이고, 다른 한쪽은 감정가를 두 배 넘겨서라도 가져가려는 경쟁이 붙습니다. 2026년 여름 경매장의 진짜 풍경은 '평균 낙찰가율'이라는 한 줄 숫자로는 결코 잡히지 않습니다.
평균이라는 착시
숫자만 보면 시장은 차분해 보입니다. 6월 전국 법원경매 평균 낙찰가율은 63% 안팎, 물건당 평균 유찰 횟수는 2.7회였습니다. 서울 아파트로 좁히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5월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100.8%로 두 달 연속 감정가를 넘겼는데, 정작 낙찰률(경매에 부쳐진 것 중 실제 팔린 비율)은 40% 안팎에 그쳤습니다. 팔린 물건은 비싸게 팔리고, 안 팔린 물건은 아예 손도 못 대는 구조입니다.
이 '평균의 착시'가 초심자에게는 함정이 됩니다. 낙찰가율 100%라는 헤드라인만 보고 "경매도 이제 싸지 않다"고 물러서거나, 반대로 "감정가만 써도 되겠다"고 덤비면 둘 다 시장을 잘못 읽은 것입니다. 평균 아래에는 감정가의 두 배와 절반이 함께 녹아 있습니다.
왜 갈리나 — 알짜에만 붙는 돈
양극화의 원인은 경매 밖에 있습니다. 일반 매매시장의 호가가 워낙 높고 대출 규제까지 겹치자, 매수 여력이 있는 사람들이 '감정가를 넘겨서라도' 깨끗한 물건을 낙찰받는 쪽으로 몰렸습니다. 감정가는 대개 몇 달 전 시세로 매겨지기 때문에, 그사이 값이 오른 인기 지역에서는 감정가에 웃돈을 얹어도 시세보다 싸다는 계산이 서는 것이죠.
반대로 외면받는 물건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선순위 임차인의 대항력이 걸려 있거나, 인수해야 할 권리가 남아 있거나, 지분·맹지처럼 처분이 까다로운 경우입니다. 입지가 애매한 지방 물건도 마찬가지입니다. 값이 싸서 안 팔리는 게 아니라, 위험이 얹혀 있어서 안 팔립니다. 경쟁이 몰리는 쪽은 언제나 '입지 좋고 권리 깨끗한' 물건입니다.
실수요자·투자자가 봐야 할 것
첫째, 지역·용도별 통계를 따로 보세요. 전국 평균 낙찰가율은 내가 노리는 단지와 거의 무관합니다. 같은 시·군 안에서도 단지별 낙찰가율 추이가 갈리므로, 관심 물건이 속한 세부 구간의 최근 사례를 봐야 적정 입찰가가 잡힙니다.
둘째, 감정가가 아니라 '현재 시세'에서 출발하세요. 감정 시점과 입찰일 사이의 시차가 클수록 감정가는 참고치일 뿐입니다. 국토부 실거래가로 현재 시세를 확인하고, 거기서 역산해 상한선을 정한 뒤 그 선을 넘기지 않는 규율이 필요합니다.
셋째, 유찰이 잦은 물건일수록 이유를 의심하세요. 세 번 유찰돼 값이 반토막 난 물건은 '싼 기회'가 아니라 '남들이 피한 이유가 있는 물건'일 확률이 높습니다. 등기부등본·매각물건명세서·현황조사서를 펼쳐 인수 권리와 선순위 임차인 대항력을 확인하기 전에는, 낮은 최저가에 현혹되지 마십시오.
경매가 '싸게 사는 시장'이던 시절은 지나가고 있습니다. 지금은 잘 고르는 시장입니다. 평균이라는 숫자에 안심하지도, 위축되지도 말고, 내가 노리는 한 물건의 권리와 시세를 스스로 계산하는 사람만이 이 양극화 장에서 살아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