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7월 20일)부터 22일까지 사흘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온비드에서 압류재산 2084건을 공매에 부칩니다. 감정가 기준 9277억원 규모입니다. 눈길을 끄는 숫자는 따로 있습니다. 전체 물건 중 887건, 그러니까 열에 넷 이상이 감정가의 70% 이하 가격에 나왔습니다. 싸 보입니다. 다만 이 숫자를 "할인"으로 읽으면 곤란합니다. 압류재산 공매에서 감정가 70%라는 가격표는 대체로 세 번 팔리지 않았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70%는 할인이 아니라 이력입니다
압류재산 공매는 국세·지방세 체납액을 징수하기 위해 국가가 압류한 재산을 캠코가 대신 매각하는 절차입니다. 법원이 민사집행법에 따라 진행하는 경매와는 근거 법률부터 다릅니다. 이쪽은 국세징수법입니다.
가격이 매겨지는 방식도 다릅니다. 압류재산 공매는 통상 1회차에 감정가 100%로 시작해, 유찰될 때마다 회차별로 10%씩 최저입찰가를 낮춥니다. 낮추는 주기가 법원 경매(보통 한 달)보다 짧아 회차가 빠르게 돌아갑니다. 즉 감정가의 70%에 걸려 있는 물건은 100%, 90%, 80%에서 각각 응찰자를 만나지 못하고 내려온 물건입니다. 887건이라는 숫자는 이번 회차의 가격 매력도가 아니라, 시장이 이미 세 차례 거절한 물건의 재고량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왜 거절당했는지를 물어야 합니다. 물건 구성을 보면 답의 상당 부분이 나옵니다.
절반은 임야, 수도권은 8%
이번 회차 2084건 중 부동산이 1992건입니다. 그 안을 나눠 보면 이렇습니다.
- 토지 1081건 — 부동산의 54.3%, 임야 등이 다수 - 주거용(아파트·주택) 525건 — 26.4% - 상가 등 나머지 386건 - 동산 92건 — 자동차, 비상장주식 등
그리고 전체 물건 가운데 수도권 소재는 169건, 8.1%에 그칩니다.
절반 이상이 지방의 임야를 비롯한 토지라는 구성은, 유찰이 반복되는 이유를 상당 부분 설명합니다. 맹지이거나 경사가 급하거나 진입로가 없어 실질적으로 개발·활용이 어려운 토지는 감정가와 무관하게 매수 수요가 얇습니다. 가격이 30% 내려갔다는 사실보다, 30%를 깎고도 세 번 팔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더 많은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주거용 525건 역시 마찬가지 시선이 필요합니다. 수도권 물건이 전체의 8%인 만큼, 이 525건의 다수도 지방 소재로 보는 편이 합리적입니다.
공매에는 인도명령이 없습니다
실무에서 공매와 경매를 가르는 가장 큰 차이는 여기에 있습니다. 법원 경매에는 인도명령 제도가 있어, 낙찰자가 대금을 내면 비교적 간단한 절차로 점유자를 내보낼 수 있습니다. 압류재산 공매에는 이 제도가 없습니다. 점유자가 나가지 않으면 명도소송을 따로 제기해야 하고, 여기에 수개월에서 그 이상의 시간과 비용이 듭니다. 캠코가 공매 안내에서 "임차인 명도 책임은 매수자에게 있다"고 못 박는 이유입니다.
또 하나, 공매는 취소될 수 있습니다. 체납자가 세금을 납부하거나 송달 불능 등의 사유가 발생하면 입찰 이후라도 공매 절차가 취소됩니다. 낙찰을 받아도 거래가 확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뜻입니다.
배경에는 늘어나는 부실이 있습니다
압류재산 물량이 꾸준한 배경에는 부실채권 증가가 있습니다. 삼정KPMG에 따르면 국내 부실채권 규모는 2026년 1분기 17조7000억원으로 2025년 3분기 이후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고, 은행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60%로 함께 올랐습니다.
정리 방식도 바뀌었습니다. 부실채권을 직접 회수하지 않고 시장에 매각해 처리한 비중은 2022년 16.4%에서 2023년 33.2%, 2024년 37.6%로 뛴 뒤 2025년 36.2%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연간 8조원 안팎이 시장에 나오는 셈입니다. 다만 2026년 2분기 기준 NPL 투자 건수의 89.2%, 금액의 90.3%를 전문 투자사가 가져갔습니다. 개인이 비집고 들어갈 자리는 넓지 않습니다.
무엇을 봐야 하는가
- 가격표보다 회차를 보십시오. 감정가 대비 몇 %인지가 아니라 몇 번 유찰됐는지가 핵심입니다. 3회 유찰에는 대개 이유가 있습니다. - 토지는 현장이 전부입니다. 진입로, 경사도, 지목과 실제 이용 현황을 확인하지 않은 임야 입찰은 권하지 않습니다. - 명도 비용을 입찰가에 포함하십시오. 인도명령이 없는 만큼, 점유자가 있는 물건은 소송 기간과 비용을 미리 계산에 넣어야 합니다. - 취소 가능성을 감안하십시오. 자금 계획을 이번 낙찰에만 걸어두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공매는 경매보다 진입 문턱이 낮습니다. 온비드에서 온라인으로 입찰하고, 보증금도 입찰금액의 10%면 됩니다. 그러나 문턱이 낮다는 것과 위험이 낮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이번 회차의 887건은 기회의 목록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앞선 세 번의 입찰에서 시장이 남긴 판단의 기록이기도 합니다. 그 판단을 뒤집을 근거가 손에 있을 때에만 입찰서를 쓰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