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당첨자를 정하고, 분양은 나중에 한다.' 2021년 정부가 공공 사전청약을 도입하며 내세운 약속입니다. 내 집 마련 시점을 미리 알 수 있다는 점에서 무주택자에게 큰 기대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5년이 지난 지금, 그 시점이 가장 불확실한 부분이 됐습니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민의힘 정희용 의원실이 LH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21년 이후 사전청약을 진행한 수도권 공공주택 99개 블록 가운데 70개 블록(70.7%)의 본청약이 당초 계획보다 늦어졌습니다. 평균 지연 기간은 12.8개월입니다.
본청약은 1년, 입주는 1년 3개월 늦어졌습니다
지연은 본청약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입주 일정이 바뀐 59개 블록을 보면 입주 예정일이 평균 15.5개월 밀렸고, 이 가운데 35개 블록은 1년 넘게 늦어졌습니다.
가장 심한 곳은 성남복정2 A1블록입니다. 본청약이 39개월 늦어졌고, 2025년 10월이던 입주 예정일은 2030년 5월이 됐습니다. 4년 7개월(55개월)이 밀린 셈입니다. 남양주 왕숙2 A3블록도 2026년 12월 입주 예정이었지만 2030년 5월로 41개월 미뤄졌습니다. 사전청약에 당첨될 때 초등학생이던 자녀가 입주할 때는 고등학생이 될 수도 있는 시간입니다.
왜 이렇게 늦어지나 — 땅이 준비되기 전에 당첨자를 뽑았습니다
LH가 밝힌 지연 사유는 이주·철거 지연, 인허가, 전선 같은 지장물 이설, 연약지반 처리, 관계기관 협의, 문화재 조사, 공사 지연 등입니다. 이유는 블록마다 다르지만 뿌리는 같습니다. 사전청약은 토지 보상과 부지 조성이 끝나기 전에 진행됐습니다. 그래서 공사 앞 단계에서 생기는 변수가 그대로 당첨자 일정으로 넘어왔습니다.
정부도 이 한계를 인정했습니다. 2024년 공공 사전청약 신규 시행을 중단했고, 이후 새로 공급하는 공공주택은 곧바로 본청약을 받는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다만 이미 당첨된 사람들의 일정은 이 결정으로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이 기존 당첨자들입니다.
당첨자에게 지연은 '돈 문제'입니다
일정이 밀리면 단순히 기다리는 시간만 늘어나는 게 아닙니다. 사전청약 당첨자는 입주 시점에 맞춰 전·월세 계약 기간과 대출, 자녀 학교, 직장 이동 계획을 세웠습니다. 입주가 1년 넘게 밀리면 전세를 한 번 더 연장하거나 이사를 해야 하고, 그 비용은 당첨자가 냅니다.
분양가도 따져봐야 합니다. 사전청약 때 안내된 가격은 확정가가 아닌 '추정 분양가'입니다. 예를 들어 2021년 사전청약을 받은 성남신촌 A2블록 전용 59㎡는 추정 분양가가 6억8268만원이었는데, 실제 본청약 분양가는 7억8870만원으로 약 1억원 올랐습니다(헤럴드경제 보도). LH는 지연에 따른 분양가 부담을 줄이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지만, 공사비가 계속 오르는 상황이라 블록별 최종 가격은 본청약 공고가 나와야 알 수 있습니다.
무엇을 확인해야 하나
첫째, 내 블록의 최신 일정을 직접 확인하세요. LH 청약플러스의 사전청약 당첨자 안내와 블록별 공지에서 본청약·입주 예정 시기가 바뀌었는지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정은 한 번만 바뀌는 게 아니라 여러 차례 다시 조정되기도 합니다.
둘째, 지연 사유가 어느 단계의 문제인지 보세요. 이주·보상, 문화재 조사, 지장물 이설처럼 공사 전 단계에서 막힌 블록은 앞으로도 일정이 더 밀릴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큽니다. 이미 착공한 블록과는 다르게 봐야 합니다.
셋째, 추정 분양가보다 높아질 경우를 자금 계획에 넣어 두세요. 성남신촌 사례처럼 1억원 안팎이 오를 수 있다고 가정하고 계약금과 중도금, 잔금 조달 계획을 다시 짜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대출 규제도 당첨 때가 아니라 실제 대출을 받는 시점의 기준이 적용된다는 점을 기억하세요.
넷째, 당첨 지위를 지킬지 냉정하게 판단하세요. 사전청약 당첨자는 본청약까지 무주택 등 자격을 유지해야 합니다. 그 사이 다른 주택을 사거나 다른 청약에 당첨되면 사전청약 당첨 지위를 잃을 수 있습니다. 세부 조건은 해당 블록의 공고문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대기 기간이 4~5년으로 길어진 블록이라면, 그동안의 주거비와 기회비용을 시세 차익 기대와 비교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전청약은 '시간을 미리 확정해 준다'는 데 가치가 있는 제도였습니다. 그 시간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당첨 자체보다 일정 관리가 더 중요해집니다. 3기 신도시 등 수도권 공공분양을 기다리는 분이라면 이번 국정감사에서 어떤 대책이 나오는지도 함께 지켜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