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9월 30일 발표한 8월 주택통계에서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9134가구로 집계됐습니다. 7월(6만8217가구)보다 1.3% 늘었고, 7만 가구까지는 866가구가 남았습니다. 이른바 '악성'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2만8080가구로 한 달 새 3.7% 줄었습니다. 얼핏 보면 오래된 재고가 정리되는 신호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숫자를 나눠 보면 다른 모습이 보입니다. 늘어난 미분양은 거의 전부 85㎡ 초과 대형에서 나왔고, 아직 완공되지 않은 단지에서 쌓였습니다.
악성은 줄었는데, 새 재고는 2000가구 늘었다
전체 미분양에서 준공 후 미분양을 빼면 '준공 전 미분양'이 남습니다. 분양은 했지만 아직 짓고 있는 단지에서 팔리지 않은 물량입니다. 이 수치는 7월 약 3만9065가구에서 8월 약 4만1054가구로 2000가구 가까이(약 5%) 늘었습니다.
준공 후 미분양이 1072가구 줄었는데도 전체가 917가구 늘었다는 것은, 오래된 재고가 빠진 자리보다 새로 생긴 재고가 더 많았다는 뜻입니다. 준공 후 미분양 감소의 원인이 할인 분양인지, 임대 전환인지, 매입인지는 이번 통계만으로는 구분되지 않습니다. 다만 새로 분양한 단지의 계약률이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숫자로 확인됩니다.
85㎡ 초과가 8.8% 늘었다
규모별로 보면 차이가 뚜렷합니다. 85㎡ 초과 미분양은 1만4961가구로 한 달 새 8.8% 늘었습니다. 반면 85㎡ 이하는 5만4173가구로 0.5% 줄었습니다. 역산하면 대형은 약 1200가구 늘고 중소형은 약 270가구 줄었습니다. 전국 증가분 917가구는 사실상 대형 평형이 만든 셈입니다.
이는 최근 청약시장 흐름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분양가가 오르면서 같은 단지 안에서도 소형에는 수요가 몰리고, 총액이 큰 대형은 계약까지 이어지지 않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대출 한도가 묶인 상황에서 실수요자는 분양가 '총액'을 먼저 따질 수밖에 없습니다. 대형 평형은 그 문턱에서 가장 먼저 걸립니다.
서울·인천은 줄고, 경북이 늘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엇갈렸습니다. 수도권 미분양은 1만9136가구로 1.7% 줄었습니다. 서울은 898가구(-9.7%), 인천은 3729가구(-8.4%)로 감소했고, 경기만 1만4509가구로 0.8% 늘었습니다. 수도권 미분양의 4분의 3이 경기에 있습니다.
비수도권은 4만9998가구로 2.5% 늘어 5만 가구에 바짝 다가섰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경북입니다. 한 달 새 772가구(15.1%) 늘어 5879가구가 됐고, 이 중 준공 후 미분양도 2814가구입니다. 대구는 반대입니다. 전체 미분양은 4162가구로 2.7% 줄었지만, 이 중 3375가구(81.1%)가 준공 후 미분양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습니다. 새로 쌓이는 게 문제인 곳과, 이미 다 지은 재고를 소화하는 게 문제인 곳이 나뉜 것입니다.
비수도권의 8월 분양 물량은 2708가구로 1년 전보다 57.1% 줄었습니다. 공급을 크게 줄였는데도 미분양이 늘었다는 점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닙니다.
무엇을 봐야 하나
첫째, 관심 단지의 '평형별' 계약 상황을 확인하세요. 청약 경쟁률이 단지 평균으로는 괜찮아 보여도 대형 타입만 미달이거나 계약 포기가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입주자모집공고와 무순위 공고에서 어떤 타입이 다시 나왔는지 보면 됩니다.
둘째, 미분양이 많은 지역의 대형 평형이라면 할인·조건 변경 가능성을 따져보세요. 재고가 쌓이면 분양 조건이 바뀌는 일이 흔합니다. 다만 먼저 계약한 사람과의 형평 문제, 입주 시점의 시세가 분양가를 밑돌 위험도 함께 봐야 합니다.
셋째, 준공 후 미분양 감소만 보고 시장이 회복됐다고 단정하지 마세요. 이번 달처럼 준공 전 재고가 늘면 1~2년 뒤 준공 시점에 다시 악성 미분양으로 넘어올 수 있습니다. 경북처럼 새 재고가 빠르게 쌓이는 지역은 특히 그렇습니다.
참고로 미분양 통계는 사업 주체가 신고한 수치를 집계한 것이라 실제 팔리지 않은 물량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7만 가구를 넘느냐보다 어디에서, 어떤 크기의 집이 늘었는지를 보는 것이 실수요자에게는 더 쓸모 있는 독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