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옥션이 지난 7일 내놓은 '8월 경매동향보고서'를 보면,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97.0%였습니다. 7월 101.0%에서 한 달 만에 4.0%포인트가 빠졌습니다. 평균 응찰자 수도 7.2명에서 6.1명으로 줄었고, 낙찰률은 37.1%로 석 달 연속 30%대에 머물렀습니다. 숫자만 보면 서울 경매 열기가 식었다고 읽힙니다. 그런데 같은 달 중랑구의 낙찰가율은 115.2%, 노원구는 102.8%였습니다. 평균은 내려갔는데, 특정 지역은 감정가를 넘겨 팔렸습니다. 이 두 숫자의 간격이 8월 경매시장의 실제 얼굴입니다.
평균을 끌어내린 쪽과, 평균을 넘어선 쪽
서울 낙찰가율을 떨어뜨린 것은 일부 대형 면적과 이른바 '나홀로 단지'였습니다. 이런 물건들이 감정가의 60~80% 선에서 낙찰되면서 구별 평균을 함께 낮췄습니다. 반대로 생활 여건이 괜찮은 중저가 아파트, 재건축·리모델링 기대가 붙은 단지에서는 감정가를 웃도는 낙찰이 이어졌습니다. 노원구 상계주공6단지 전용 58㎡는 감정가 6억4600만원짜리가 8억1300만원에 낙찰됐습니다. 감정가보다 23% 높은 값입니다. 8월 중순 서울 물건 중에는 용두동 신동아가 132.0%, 상도동 대림이 122.2%, 월계동 현대가 121.6%를 기록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즉 '낙찰가율 97%'는 시장이 4% 싸졌다는 뜻이 아닙니다. 100%를 훌쩍 넘는 물건과 70%대에 팔리는 물건이 한 통계에 섞여 나온 평균값입니다. 경매에서 평균 낙찰가율을 그대로 시세 판단에 쓰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물건은 쌓이는데, 소화는 3분의 1
더 눈여겨볼 대목은 물량입니다. 8월 전국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3614건으로, 여섯 달 연속 3000건을 웃돌았습니다. 지난해 같은 달 2874건과 비교하면 26% 많습니다. 반면 전국 낙찰률은 35.4%로 전월보다 1.9%포인트 떨어졌고, 낙찰가율은 84.7%로 석 달 연속 내림세입니다. 들어오는 물건은 늘고, 팔려나가는 비율은 줄고 있다는 뜻입니다. 적체는 다음 달 물건 수로 다시 돌아옵니다.
지역별로는 방향이 엇갈립니다. 경기는 낙찰률이 49.1%에서 37.7%로 11.4%포인트 급락해 올해 최저였지만, 낙찰가율은 89.8%로 3.0%포인트 올라 2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하남·동탄·수지 같은 선호 지역이 값을 지탱했습니다. 인천은 낙찰률 32.7%, 낙찰가율 79.1%로 둘 다 내렸고, 일부 물건은 감정가의 50~60%에 팔렸습니다. 지방에서는 울산이 84.4%로 전월 대비 5.7%포인트 올라 상승폭이 가장 컸고, 대전 83.2%, 부산 80.1%, 대구 79.5% 순이었습니다.
응찰 전에 확인할 세 가지
첫째, 감정가가 언제 매겨졌는지 봐야 합니다. 감정평가는 통상 매각기일보다 6개월에서 1년쯤 앞서 이뤄집니다. 그 사이 시세가 오른 지역이라면 낙찰가율 115%가 실제로는 시세보다 싸게 산 것일 수 있고, 시세가 내린 지역이라면 90%에 받아도 비싸게 산 것이 됩니다. 낙찰가율이 아니라 '낙찰가 대비 현재 실거래가'로 계산하십시오.
둘째, 응찰자 수를 함께 보십시오. 서울 평균 6.1명은 물건별 편차가 큽니다. 감정가를 20% 넘겨 낙찰된 사례들은 대부분 응찰자가 두 자릿수로 몰린 건들입니다. 경쟁이 붙으면 값은 시세에 수렴하다가 넘어갑니다. 경매의 이점은 싸게 사는 데 있는데, 그 이점이 사라진 입찰이라면 굳이 인수 위험을 떠안을 이유가 없습니다.
셋째, 권리분석과 명도 비용을 값에 넣으십시오. 대항력 있는 선순위 임차인이 있으면 보증금을 낙찰자가 떠안습니다. 미납 관리비, 인도 지연에 따른 기간 비용도 실질 매입가에 더해집니다. 낙찰가만 시세와 비교하면 계산이 틀어집니다.
경매업계에서는 지금처럼 자금 부담이 작은 외곽 중저가에 수요가 몰리는 국면을 경계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시장이 조정 국면으로 들어가면 조정 폭이 가장 큰 곳도 그 지역이라는 지적입니다. 8월 통계가 남긴 메시지는 단순합니다. 평균은 방향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물건 하나하나를 봐야 합니다.
*자료: 지지옥션 '2026년 8월 경매동향보고서' / [브릿지경제](https://www.viva100.com/article/20260907500570), [파이낸셜뉴스](https://www.fnnews.com/news/202609071354135458), [헤럴드경제](https://biz.heraldcorp.com/article/10866074), [머니투데이](https://www.mt.co.kr/estate/2026/08/22/20260821175247773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