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이 94.7%를 기록했습니다. 8월(97.0%)보다 2.3%포인트 낮고, 지난해 2월(91.8%) 이후 1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숫자만 보면 "서울 경매가 식었다"고 읽힙니다. 그런데 같은 달 낙찰가율 상위 10건 가운데 9건은 노원·도봉·강북·성북구에서 나왔습니다. 평균은 내려갔지만 서울 외곽 법정은 오히려 더 붐볐다는 뜻입니다. 10월 2일 발표된 지지옥션 9월 경매동향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평균을 끌어내린 쪽, 떠받친 쪽
9월 서울에서는 아파트 201건이 경매에 나왔습니다. 8월(159건)보다 42건 많고,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많은 물량입니다. 낙찰률은 35.3%로 전월(37.1%)보다 1.8%포인트 내려갔습니다. 열 건 중 세 건 남짓만 주인을 찾은 셈입니다. 건당 평균 응찰자는 5.41명이었습니다.
지지옥션은 낙찰가율 하락 원인으로 강남권 초고가 아파트를 꼽았습니다. 세제개편안 논의가 이어지면서 보유세 부담을 우려한 수요가 빠졌고, 고가 물건의 낙찰가율이 크게 낮아져 서울 전체 평균을 끌어내렸다는 분석입니다.
반대편 숫자는 이렇습니다.
- 노원구 중계동 '중계무지개': 감정가 3억8400만원 → 낙찰가 4억9510만원(128.9%) - 도봉구 창동 '주공아파트': 감정가 7억4800만원 → 낙찰가 9억2365만원(123.5%) - 강북구 번동 '번동1단지주공': 123.4% - 노원구 중계동 '중계그린': 121.8% - 성북구 장위동 '래미안장위퍼스트하이': 121.2%
다섯 건 모두 감정가보다 20% 넘게 비싸게 팔렸습니다. 지지옥션 이주현 선임연구원은 "15억원 이하 중소형 아파트, 특히 외곽 지역 물건은 낙찰가율이 오히려 올라갔다"고 설명했습니다.
왜 외곽 소형으로 몰리나
이 흐름은 9월에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닙니다. 메트로신문이 지지옥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8월 서울 전용 60㎡ 이하 아파트의 평균 낙찰가율은 108.4%였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94.4%)보다 14.0%포인트 높고, 1월부터 8월까지 한 달도 빠짐없이 100%를 넘었습니다. 건당 응찰자도 60㎡ 이하는 7.88명에서 8.53명으로 늘었지만, 60㎡ 초과~85㎡ 이하는 9.36명에서 6.86명으로 줄었습니다.
배경은 대출입니다. 15억원 이하는 대출로 자금을 마련할 길이 남아 있고, 경매로 산 집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의 실거주 의무를 적용받지 않습니다. 대출 규제와 세 부담이 겹치면서 "살 수 있는 가격대"로 수요가 몰렸고, 그 가격대가 몰려 있는 곳이 노원·도봉·강북·성북입니다. 이들 지역에 재건축 연한을 넘긴 주공 단지가 많다는 점도 응찰자를 끌어들였습니다.
입찰 전에 봐야 할 세 가지
첫째, 감정가 120%는 시세 대비로 다시 계산하세요. 감정평가는 보통 입찰 6개월~1년 전에 이뤄집니다. 그 사이 시세가 올랐다면 감정가 120%도 급매보다 싼 가격일 수 있고, 시세가 그대로라면 일반 매매보다 비싸게 산 셈이 됩니다. 낙찰가율이 아니라 최근 실거래가와 비교한 숫자가 기준이어야 합니다.
둘째, 경매에 드는 비용을 모두 더하세요. 취득세, 명도 비용과 기간, 미납 관리비, 잔금 대출 금리까지 넣으면 실제 매입가는 낙찰가보다 올라갑니다. 응찰자가 20명씩 몰리는 물건이라면 이 비용을 빼고 나서도 남는 것이 있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셋째, 쏠림이 거꾸로 돌 때를 생각하세요. 이주현 연구원은 지난달 8월 동향을 설명하면서 "대출 의존도가 높은 외곽 중소형 아파트가 지금 경매시장의 상승을 이끌고 있지만, 하락기에는 가장 먼저 꺾일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9월 서울 경매 물량은 1년 만에 최대였고 낙찰률은 내려갔습니다. 물건은 늘고 있는데 사려는 사람은 특정 가격대에만 몰려 있다는 신호입니다.
정리하며
94.7%라는 평균은 서울 경매의 서로 다른 두 모습을 섞어 놓은 숫자입니다. 강남 초고가는 세금 변수 때문에 유찰과 저가 낙찰이 늘었고, 외곽 중소형은 대출이 닿는 가격대라는 이유로 감정가를 훌쩍 넘겨 팔리고 있습니다. 실수요자라면 "평균이 내려갔으니 싸게 살 수 있다"고 판단하기보다, 내가 보는 물건이 어느 쪽에 속하는지부터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노도강 소형을 노린다면 이미 경쟁이 붙은 가격대라는 점을, 고가 물건을 노린다면 세제개편안이 확정되기 전까지 가격이 계속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자료: 지지옥션 2026년 9월 경매동향(10월 2일 뉴시스·미디어데일 보도), 메트로신문(9월 29일), 헤럴드경제(9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