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빌라(다세대·연립) 경매는 2025년 1분기 4462건이었습니다. 올해 2분기에는 9843건이 진행됐습니다. 두 배가 넘습니다. 인천도 2049건에서 3844건으로 87.6% 늘었습니다. 그런데 새 주인을 찾은 물건은 두 지역 모두 네 건 중 한 건 남짓입니다. 경매 물건이 쌓이는 속도를 입찰자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인일보가 9월 17일 지지옥션 자료를 바탕으로 보도한 내용입니다.
물건은 두 배, 입찰자는 줄었습니다
같은 기간 수치를 나란히 놓아 보겠습니다(2025년 1분기와 2026년 2분기 비교).
- 경기: 낙찰률 37.7% → 26.1%, 낙찰가율 80.9% → 76.8%, 평균 응찰자 7.09명 → 4.41명 - 인천: 낙찰률 34.5% → 26.8%, 낙찰가율 75.6% → 70.1%, 평균 응찰자 6.13명 → 4.22명
낙찰률은 경매에 나온 물건 가운데 실제로 팔린 비율이고, 낙찰가율은 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입니다. 두 지표가 함께 내려갔습니다. 덜 팔리고, 팔려도 더 싸게 팔렸다는 뜻입니다. 물건 하나에 붙는 응찰자도 7명 안팎에서 4명대로 줄었습니다.
유찰된 물건은 다음 회차에서 최저가가 20~30%씩 깎여 다시 나옵니다. 팔리지 않은 물량이 다음 달 물량에 더해지면서 '경매 대기' 물건이 쌓이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많이 나오나
원인은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전세사기와 깡통전세의 뒤처리입니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이 직접 강제경매를 신청하거나, 보증금을 대신 갚아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돈을 회수하려고 경매를 신청하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고금리입니다. 이자를 감당하지 못한 집주인의 집을 금융기관이 담보권을 실행해 경매(임의경매)에 넘기는 사례가 겹쳤습니다.
HUG의 역할도 달라졌습니다. 헤럴드경제·문화일보 보도(7월)에 따르면 HUG가 신청한 경매에서 HUG가 직접 낙찰받은 물건은 지난해 3510건이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1325건에 그쳤습니다. 같은 기간 일반 응찰자가 가져간 물건은 4347건으로 전체 낙찰의 76.6%였습니다. HUG가 직접 떠안던 물량이 이제는 시장에서 소화돼야 합니다.
서울과의 거리가 가격을 가릅니다
같은 빌라 경매라도 지역에 따라 분위기는 크게 다릅니다. 서울에서는 아파트 전월세가 귀해지면서 빌라 수요가 살아났습니다. 올해 7월 보도에서는 강동구 길동 전용 24㎡ 다세대가 감정가 2억6600만원의 136%인 3억6201만원에 낙찰된 사례가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경기·인천 외곽은 다릅니다. 지지옥션 이주현 전문위원은 "서울과 가깝거나 규제지역인 곳은 낙찰가율이 높지만, 평택 등 외곽은 아파트도 낙찰가율이 낮다"며 "당분간 서울 접근성에 따른 격차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경기·인천 평균 낙찰가율 70%대에는 서울 인접 지역의 선전과 외곽의 부진이 함께 섞여 있습니다.
입찰 전에 무엇을 봐야 할까
유찰이 거듭된 빌라는 최저가만 보면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빌라 경매에서 싼 가격에는 대개 이유가 있습니다.
1. 임차인 보증금 인수 여부: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 있으면 낙찰자가 보증금을 물어줘야 할 수 있습니다. 매각물건명세서에서 임차인 전입일, 확정일자, 배당요구 여부를 먼저 확인하세요. HUG가 신청한 사건은 HUG가 대항력을 포기했는지도 명세서에 적혀 있으니 반드시 확인하세요. 2. 시세 확인: 감정가는 과거 시점 기준입니다. 빌라는 아파트보다 실거래가 드물어 시세를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같은 건물과 인근 빌라의 최근 매매·전세 실거래가를 직접 비교해야 합니다. 감정가보다 30% 싸더라도 지금 시세가 그보다 낮으면 싼 물건이 아닙니다. 3. 되팔 수 있는지: 물건이 쌓이는 지역은 낙찰받은 뒤 되팔거나 세를 놓기도 어렵습니다. 역세권인지, 서울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주변에 새 아파트 공급이 예정돼 있는지 따져 보세요. 4. 대출 조건: 수도권 주택은 경락잔금대출에도 한도와 전입 의무가 붙습니다. 입찰 전에 은행에서 실제 가능한 한도를 확인해 두셔야 잔금을 못 내 보증금을 잃는 일을 막을 수 있습니다.
경기·인천 빌라 경매에는 물건이 넘치고 입찰자는 적습니다. 실수요자에게는 고를 물건이 많아진 셈입니다. 다만 물건이 쌓이는 이유가 전세사기와 이자 부담이라는 점에서 권리관계와 시세를 확인하는 비중이 어느 때보다 커졌습니다. 수치만 보면 싸 보이지만, 실제로 싼지는 서류와 현장을 확인해야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