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전국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85.4%였습니다. 같은 달 서울은 101.0%로 넉 달 연속 100%를 넘겼습니다. 숫자 두 개만 보면 "경매 시장은 서울만 뜨겁다" 정도로 요약됩니다. 그런데 지방을 한 칸 더 들어가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제주는 지난달 927건이 경매에 나왔고, 그중 낙찰된 것은 15.1%였습니다. 낙찰가율은 46.1%. 감정가의 절반도 못 받고 팔렸다는 뜻입니다.
물건은 쌓이고, 응찰자는 오지 않습니다
제주의 지난달 경매 물건 927건은 2008년 10월(1,014건) 이후 가장 많은 수치입니다. 전월 902건에서 또 늘었습니다. 용도별로 보면 토지가 463건으로 절반을 차지했고, 업무·상업시설 244건, 주거시설 214건 순이었습니다.
낙찰률은 용도를 가리지 않고 낮았습니다. 주거시설 19.6%(214건 중 42건), 토지 14.5%(463건 중 67건), 업무·상업시설 12.3%(244건 중 30건). 낙찰가율도 토지 33.8%, 주거시설 53.5%, 업무·상업시설 56.1%에 그쳤습니다. 현지에서는 "한두 차례 유찰돼 가격이 반토막 난 뒤에야 응찰자가 붙는다"는 말이 나옵니다. 경매는 통상 한 번 유찰될 때마다 최저입찰가가 20~30% 낮아지므로, 두 번 유찰이면 감정가의 절반 수준에서 입찰이 시작됩니다. 제주의 46.1%라는 숫자는 그 지점에서 겨우 거래가 성사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제주만의 일이 아닙니다
울산 아파트 낙찰가율은 7월 78.7%였습니다. 전월 94.7%에서 16.0%p가 한 달 만에 빠졌고, 2023년 7월(73.8%) 이후 3년 만의 최저치입니다. 진행 97건 중 낙찰 42건, 평균 응찰자는 3.9명이었습니다. 울산 전체 경매 진행 건수는 520건으로 올해 최고였습니다.
다만 여기엔 단서가 붙습니다. 현지 관계자는 특정 단지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며 저가 낙찰이 몰린 영향이 크고, 나머지 아파트는 80%대 중후반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 달치 평균값 하나로 지역 전체를 판정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부산 낙찰가율도 78.8%로 8개월 만에 70%대로 내려앉았습니다. 반대로 강원은 83.8%로 전월 대비 12.1%p 올랐습니다. 지방이 일제히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지역별로 방향이 갈리고 진폭이 커지고 있는 국면입니다.
무엇을 봐야 하는가
첫째, 전국 평균은 참고치일 뿐입니다. 7월 전국 진행 건수는 3,755건으로 올해 최고였고, 낙찰률은 37.3%로 오히려 3.8%p 올랐습니다. 물건은 늘고 낙찰률도 올랐는데 낙찰가율만 1년 4개월 만의 최저로 떨어졌다는 것은, 가격을 낮춘 물건 위주로 소화되고 있다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둘째, 평균 응찰자 수를 함께 보십시오. 낙찰가율은 낙찰된 물건들의 평균일 뿐, 팔리지 않은 85%는 반영되지 않습니다. 제주처럼 낙찰률이 15%대인 시장에서 낙찰가율은 표본이 얇은 숫자입니다. 응찰자 수가 3~4명대에 머문다면 그 지역 수요는 아직 얕다고 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셋째, 유찰 횟수와 감정 시점을 확인하십시오. 감정평가는 통상 입찰일보다 6개월~1년 앞서 이뤄집니다. 하락장에서는 감정가 자체가 이미 시세보다 높을 수 있어, "감정가 대비 60%"가 실제로는 시세 대비 90%일 수 있습니다. 낙찰가율보다 인근 실거래가와 직접 비교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넷째, 토지는 다른 시장입니다. 제주 토지 낙찰가율 33.8%는 개발 기대가 꺼진 자산의 유동성이 얼마나 빨리 마르는지를 보여줍니다. 아파트 기준의 감각으로 토지 경매에 접근하면 출구를 찾기 어렵습니다.
지방 경매의 물건 적체는 시간이 걸려야 풀립니다. 값이 싸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들어가기보다, 그 물건이 왜 두 번 유찰됐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순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