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한강변의 성수전략정비구역 네 지구가 모두 시공사를 정하거나 정하기 직전입니다. DL이앤씨가 지난 10월 1일 성수2지구 조합에 수의계약 입찰제안서를 냈습니다. 조합은 11월 21일 총회에서 최종 선정 여부를 결정합니다. 이 결정이 나면 1~4지구 9047가구, 공사비 약 7조3580억원 규모의 사업이 모두 시공사를 확보합니다. 그런데 이 7조원대 사업에서 건설사끼리 실제로 경쟁한 곳은 네 지구 중 한 곳뿐이었습니다.
네 지구, 네 건설사
지구별 현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지구 | 시공사 | 규모 | 공사비 | 선정 방식 | |---|---|---|---|---| | 1지구 | GS건설 | 최고 64층·3014가구 | 2조1540억원 | 두 차례 유찰 뒤 수의계약 (4월 25일 선정) | | 2지구 | DL이앤씨 | 최고 65층·2381가구 | 2조137억원 | 단독 응찰로 유찰 뒤 수의계약 (11월 21일 총회 예정) | | 3지구 | 삼성물산 | 최고 72층·2213가구 | 약 1조8275억원 | 두 차례 유찰 뒤 수의계약 (9월 19일 선정) | | 4지구 | 롯데건설 | 최고 64층·1439가구 | 1조3628억원 | 대우건설과 경쟁 (7월 5일 선정) |
롯데건설과 대우건설이 맞붙은 4지구만 표 대결을 치렀습니다. 롯데건설은 72.4%(449표)를 얻었습니다. 나머지 세 곳은 한 건설사만 입찰해 유찰됐고, 조합이 수의계약으로 전환했습니다. 성수2지구는 8월 말 DL이앤씨의 단독 응찰로 유찰됐고, 9월 23일 DL이앤씨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됐습니다. 우선협상대상자는 아직 시공사로 확정된 것이 아니며, 조합원 총회를 통과해야 시공사 지위를 얻습니다.
왜 대형 건설사들은 서로 피했을까
한강변 초고층 단지는 건설사마다 하이엔드 브랜드를 걸 만큼 탐내는 사업지입니다. 그런데도 경쟁이 드물었던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공사비가 1조~2조원대라 수주전에 드는 홍보비와 금융 조건 경쟁의 부담이 큽니다. 둘째, 같은 시기에 압구정·목동·여의도 등 대형 사업지가 한꺼번에 시공사를 찾고 있어, 건설사들이 사업지를 나눠 맡는 쪽을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9월 7일부터 10월 4일까지 전국에서 16곳이 시공사를 정했고, 목동12단지(1조7888억원)도 GS건설 단독 응찰 뒤 수의계약으로 전환됐습니다.
수의계약이 곧 나쁜 조건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GS건설은 1지구에 이주비 LTV 100%와 가구당 최저 20억원의 이주비를 제안했습니다. 삼성물산은 3지구에 공사 기간 중 사업비를 'CD금리+0%포인트'로 조달하고, 조합원 분담금을 입주 때 전액 내도록 하는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다만 비교할 경쟁 제안서가 없으면 조합이 공사비와 조건을 깎을 근거가 약해집니다. 3.3㎡당 공사비도 1지구 약 968만원, 3지구 약 1210만원으로 차이가 큽니다.
실수요자·투자자가 봐야 할 것
1) 11월 21일 성수2지구 총회 결과. 단독 후보라도 찬성률이 낮게 나오거나 안건이 부결되면 일정이 다시 밀립니다. 3지구는 재적 959명 중 598명이 찬성했습니다.
2) 본계약 공사비. 입찰 공고 금액은 출발점일 뿐입니다. 설계 변경이나 물가 상승을 이유로 공사비가 오르는 일은 흔합니다. 경쟁 없이 정해진 사업장일수록 본계약 단계의 공사비 조정 조항과 물가연동 기준을 꼼꼼히 봐야 합니다. 공사비가 오르면 그만큼 조합원 분담금이 늘어납니다.
3) 다음 단계의 속도. 시공사 선정은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인가로 가는 중간 단계일 뿐입니다. 네 지구 모두 60~70층대 초고층이라 건축심의와 교통·경관 검토 분량이 많습니다. 시공사가 정해졌다고 입주 시점이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4) 매수 전 확인할 것. 지분을 매수하려면 현재 단계에서 조합원 지위를 넘겨받을 수 있는지, 입주권을 받을 수 있는 물건인지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투기과열지구의 정비사업은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을 받습니다. 거래 시점에 따라 현금청산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감정평가 전이라 예상 권리가액과 분담금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합니다.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오랫동안 멈춰 있다가 올해 들어 빠르게 시공사를 확보했습니다. 하지만 경쟁 없이 계약한 세 곳은 앞으로의 공사비 협상에서 조합의 협상력이 시험받게 됩니다. 9047가구 규모의 성수 한강변이 실제 단지로 완성되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단계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