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1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구역 재개발 조합이 임시총회를 열고 현대건설과의 수의계약을 찬성 162표(94.2%)로 가결했습니다. 예정 공사비 약 6093억원 규모 사업입니다. 7월과 9월 두 차례 입찰에 응찰한 곳은 모두 현대건설뿐이었습니다. 2차 현장설명회에는 3개사가 왔지만 입찰서를 낸 곳은 1곳이었습니다. 이 장면은 올해 서울 정비사업의 축소판에 가깝습니다. 일감은 역대급인데 조합이 비교할 상대가 줄고 있습니다.
수주는 46조, 입찰장은 한산했습니다
아시아타임즈 집계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사의 올해 도시정비 누적 수주액은 약 46조2067억원으로, 9월 말보다 7조5873억원 늘었습니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두 회사가 50.2%를 차지합니다. 한국경제는 연말 예정 사업까지 마무리되면 지난해(48조6655억원)를 넘어 역대 최대가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런데 입찰장 풍경은 다릅니다. 목동 6·8·10·12·13단지의 예정 공사비 합계는 9조1773억원인데, 두 회사 이상이 맞붙은 곳은 0건입니다. 13단지에는 5개사, 12단지에는 4개사가 현장설명회에 왔지만 입찰에는 각각 1곳만 참여했습니다. 여의도 시범아파트도 7개사가 설명회에 참석했으나 본입찰은 삼성물산뿐이었습니다. 압구정3·4구역과 성수1·3지구 역시 경쟁이 성립하지 않았습니다. 경쟁입찰이 성사된 곳으로는 압구정5구역, 신반포19·25차, 성수4지구가 꼽힙니다.
업계는 건설사가 수주 가능성이 높은 사업장에 집중하고, 공사비와 금융비용 부담으로 경쟁을 피한다고 설명합니다. 입찰 문턱도 높습니다. 최근 시공사 선정에 착수한 목동9단지의 입찰보증금은 800억원입니다. 현행 규정상 경쟁입찰이 두 차례 이상 유찰되면 수의계약으로 넘어갈 수 있고, 이때도 조합원 총회 의결은 거쳐야 합니다.
단독 응찰이 곧 비싼 공사비는 아닙니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점이 있습니다. 단독 응찰이라는 사실만으로 공사비나 분담금이 늘어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조합 입장에서는 유찰을 줄이고 시공사를 일찍 정하는 이점도 있습니다.
조합이 잃는 것은 비교표입니다. 압구정5구역이 좋은 예입니다. DL이앤씨는 3.3㎡당 1139만원과 상가 건축비 자체 부담, 미분양 시 직접 인수를 내걸었습니다. 현대건설은 1168만원을 제시하되 특화·운영 비용 1927억원을 공사비에 포함했다고 맞섰고, 상대 공사비에 빠진 항목이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조합원은 58.9%로 현대건설을 택했습니다. 단가가 낮은 쪽이 이기지는 않았지만, 항목별로 따져볼 기회는 분명히 있었습니다.
단독 응찰이던 압구정4구역에서는 올봄 삼성물산 제안서의 3.3㎡당 1245만원과 '계약 체결일로부터 91일'이라는 공사비 인상 기준이 조합원 사이에서 논란이 됐습니다. 층수와 규모가 달라 단가를 곧바로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비교할 경쟁 제안서가 없으면 이런 조건을 조합원이 스스로 따져야 합니다.
조합원과 투자자가 볼 네 가지
첫째, 단가보다 포함 항목입니다. 특화 설계, 운영비, 인허가 비용이 공사비 안에 있는지 별도인지 확인하세요.
둘째, 공사비가 언제부터 오르는지입니다. 확정 공사비 기간과 물가 연동 기준일이 핵심입니다. 시공사 선정부터 착공까지 평균 약 60개월이 걸린다는 분석이 있어, 계약서의 인상 조항이 선정 당시 단가만큼 중요합니다.
셋째, 이주비의 값입니다. 한강로구역의 현대건설은 기본 이주비에 신용공여를 합쳐 LTV 100% 수준의 조달을 제안했습니다. 다만 대형 건설사 신용공여 추가 이주비 금리는 연 6~8% 수준으로 보도됩니다. 3억원을 연 7%로 빌리면 이자만 연 2100만원입니다. 한도뿐 아니라 금리와 부담 주체를 확인해야 합니다.
넷째, 검증 수단입니다. 토지등소유자나 조합원 5분의 1 이상이 요청하면 공사비 검증 대상이 되며, 신청은 조합을 통해 합니다. 검증 결과가 계약을 강제하지는 않지만 보고서는 총회에 공개해야 합니다. 서울시가 10월 21일 연 공사비120센터는 시공자 선정 단계부터 무료 상담을 제공하며, 12월까지 시범 운영합니다.
남은 일정도 촘촘합니다. 11월에는 목동12·13단지와 성수2지구(21일) 총회가, 12월 12일에는 목동8단지 총회가 예정돼 있습니다. 목동9단지는 예정 공사비 2조6067억원 규모로 본입찰이 내년 1월 11일 마감됩니다. 이곳에서 경쟁이 성립하는지가 다음 분기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