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8월 10일부터 12일까지 사흘간 온비드에서 진행한 압류재산 공매의 개찰 결과가 오늘(13일) 공개됩니다. 이번 회차에 나온 물건은 1506건, 감정가 기준으로는 5918억원 규모였습니다. 그런데 이 숫자보다 눈여겨볼 것이 따로 있습니다. 전체 1506건 가운데 858건이 감정가의 70% 이하 가격으로 입찰에 부쳐졌다는 점입니다. 열에 여섯 가까이가 이미 크게 깎인 가격표를 달고 나왔다는 뜻입니다.
감정가 70% 이하 858건이 의미하는 것
압류재산 공매는 유찰될 때마다 다음 회차 공매예정가격이 10%씩 내려갑니다. 회차는 대체로 주 단위로 돌아갑니다. 감정가 100%에서 시작해 90%, 80%, 70%로 내려오니, 감정가 70% 이하라는 것은 최소 세 번은 주인을 찾지 못했다는 신호입니다.
이 비율은 최근 회차들과 비교해봐야 의미가 잡힙니다. 앞선 회차에서는 1340건 중 823건이 감정가 70% 이하였습니다. 비율로는 61.4%, 이번 회차는 57.0%입니다. 절대 건수는 늘었지만 비율은 다소 낮아졌습니다. 즉 "유찰이 급격히 쌓이는 국면"이라기보다, 감정가 70% 이하 물건이 상시적으로 절반을 넘는 상태가 굳어져 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싸 보이는 가격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세 번 유찰됐다는 것은 세 번의 회차 동안 그 가격에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었다는 뜻입니다. 시세보다 싸서 남은 게 아니라, 팔리지 않아서 남았을 가능성을 먼저 의심해야 합니다.
부동산 1467건 중 902건이 토지였다
물건 구성을 뜯어보면 성격이 더 분명해집니다. 이번 공매의 부동산 1467건 가운데 임야를 포함한 토지가 902건으로 61%를 차지했습니다. 반면 아파트·단독주택 같은 주거용 건물은 260건, 전체의 18%에 그쳤습니다. 나머지 39건은 비상장주식·자동차 등 동산이었습니다.
주거용 260건 중 서울·경기 등 수도권 소재는 135건으로 절반 남짓입니다. 지역별로는 경기도 물건이 426건으로 가장 많았고, 광주시 다가구주택(12억원대), 수원시 상가주택(6억원대), 안산시 토지(33억원대) 등이 포함됐습니다.
이 구성이 왜 중요할까요. 감정가 대비 크게 깎인 858건의 상당수가 토지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토지는 아파트와 달리 비교 가능한 실거래 시세가 없습니다. 맹지 여부, 도로 접합, 지목과 용도지역, 분묘 유무 같은 변수를 직접 확인하지 않으면 감정가 50%도 비쌀 수 있습니다. 아파트 경매의 낙찰가율 감각을 그대로 토지 공매에 적용하면 어긋납니다.
진입장벽은 낮아졌지만, 책임은 그대로입니다
공교롭게도 입찰 마감일인 8월 12일, 캠코는 온비드에 'AI 예상 낙찰가 서비스'를 도입했습니다. 프롭테크 업체 '미스고 부동산'과 연계해, 이용자가 클릭 한 번으로 AI가 추정한 예상 낙찰가와 인근 시세를 무료로 확인할 수 있게 한 것입니다. 앞서 7월 20일부터는 여러 회차 입찰에 동시 참여할 수 있는 '빠른입찰'도 시범 도입됐습니다. 기존 45~60일이던 처분기간을 20~30일로 줄이는 방식으로, 우선 회생법원 파산재단 자산부터 적용한 뒤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입니다.
정보 접근성이 좋아지고 절차가 빨라지는 것은 분명한 진전입니다. 다만 AI 예상 낙찰가는 참고 지표이지 권리분석의 대체재가 아닙니다. 캠코도 안내하듯, 압류재산 공매에서 임차인 명도 책임은 낙찰자에게 있습니다. 법원경매의 인도명령 같은 절차가 공매에는 없어, 점유자가 나가지 않으면 별도의 명도소송을 거쳐야 합니다. 여기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감정가 30% 할인"을 그대로 삼켜버리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또 하나, 체납세금이 뒤늦게 납부되면 입찰 직전이라도 공매가 취소될 수 있습니다. 임장과 서류 검토에 들인 노력이 무위로 돌아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무엇을 봐야 할까요
첫째, 가격 저감률이 아니라 저감 이유를 먼저 확인하십시오. 몇 회차 유찰됐는지보다, 왜 유찰됐는지가 핵심입니다. 등기부등본 열람과 현장 확인은 선택이 아닙니다.
둘째, 주거용을 노린다면 260건이라는 모수를 기억하십시오. 이번 회차 기준 수도권 주거용은 135건에 불과합니다. 물건 수 자체가 적으니 경쟁은 몰릴 수 있고, 그만큼 '싸게 산다'는 기대는 낮춰 잡는 편이 안전합니다.
셋째, 명도 비용과 기간을 입찰가에 미리 반영하십시오. 점유자가 있는 물건이라면 소송·이주비·공실 기간을 합산해 실질 매입가를 계산해야 합니다.
공매는 정보의 비대칭이 큰 시장입니다. AI가 그 격차를 조금 좁혀주기 시작했지만, 낙찰 이후의 위험은 여전히 낙찰자가 온전히 짊어집니다. 858건이라는 숫자는 기회의 목록이 아니라, 먼저 검증해야 할 숙제의 목록에 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