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매물이 늘고 있습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16일 서울 아파트 매물은 7만6153건이었습니다. 한 달 전 7만1906건보다 5.9% 많습니다. 국토교통부가 18일 내놓은 시장 점검 자료에서도 서울 매매 매물은 약 7만4000건으로, 연초 5만7000건보다 30% 늘었습니다. 그런데 한국부동산원 주간 통계로 서울 아파트값은 88주 연속 올랐습니다. 10월 둘째 주 상승률 0.16%는 2주 연속 커진 수치입니다. 팔려는 집은 쌓이는데 가격 지수는 꺾이지 않는 셈입니다. 이 둘을 같이 읽어야 지금 시장이 보입니다.
정부가 본 '안정 신호'
국토부 진단의 뼈대는 세 가지입니다. 먼저 강남이 식었습니다. 9월 한 달 동안 강남구 아파트값은 1.65%, 서초구는 1.25%, 송파구는 0.45% 내렸습니다. 강남·서초는 10주 연속 하락입니다. 다음은 투기 수요가 빠졌다는 점입니다. 서울 아파트 거래에서 갭투자가 차지한 비중은 지난해 10월 37.9%에서 올해 8월 6.1%로 줄었습니다. 서울 주택매매 소비심리지수도 7월 139.9에서 9월 130.8로 두 달 연속 내려왔습니다. 마지막은 공급입니다. 3~8월 서울 주택 인허가는 3만6000가구로 1년 전보다 74% 늘었습니다.
다만 정부도 단기 상승 요인을 분명히 적었습니다. 올해 수도권 아파트 입주물량은 10만5000가구로 10년 평균 18만 가구에 한참 못 미칩니다. 서울 착공도 1만7000가구로 늘긴 했지만 장기 평균 3만1000가구에는 모자랍니다. 인허가가 실제 입주로 이어지려면 몇 년이 걸립니다. 국토부가 공급 개선 시점을 2028년 이후로 잡은 것도 그래서입니다.
매물이 늘어난 곳과 값이 오르는 곳이 같다
눈여겨볼 점은 매물이 어디서 늘었느냐입니다. 아실 기준 한 달 매물 증가율 상위는 성북구(15.2%), 동대문구(13.3%), 마포구(11.0%)였습니다. 그런데 같은 시기 주간 상승률 상위에도 강북권이 많습니다. 중랑 0.42%, 성북 0.41%, 도봉 0.39%였습니다. 성북구는 매물도 가장 많이 늘었고 값도 가장 크게 오른 구에 들어갑니다.
이런 장면은 보통 줄다리기일 때 나옵니다. 집주인은 오름세를 보고 호가를 올려 내놓습니다. 매수자는 높아진 값과 대출 부담 때문에 계약을 미룹니다. 그 사이 몇 건 안 되는 거래가 신고가로 찍히면 지수는 오릅니다. 하지만 팔리지 않은 매물은 목록에 그대로 남습니다. 머니투데이가 전한 현장 분위기도 같습니다. "매물은 늘지만 매수자는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금리도 매수자 편이 아닙니다. 기준금리는 6월 2.5%에서 8월 3.0%로 올랐습니다. 8월 주담대 고정금리는 4.88%로, 집값이 내리던 2022년 9월(4.86%)보다 높습니다. 반대로 전세는 매물이 귀해 오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세를 찾다가 매수로 돌아서는 수요가 외곽 중저가 단지를 받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무엇을 봐야 하나
첫째, 매물 증가율을 거래량과 함께 보십시오. 매물이 늘고 거래도 늘면 손바뀜이 활발하다는 뜻입니다. 매물만 늘고 거래가 따라오지 않으면 호가와 실거래가 벌어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관심 단지가 있다면 최근 실거래가와 지금 호가의 차이를 직접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둘째, 신고가 한 건을 단지 시세로 보지 마십시오. 거래가 적을 때는 한두 건이 지수를 움직입니다. 같은 평형에서 최근 석 달 거래가 몇 건이었는지부터 세어 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셋째, 강남의 하락이 강북으로 번지는지 보십시오. 강남 매물 증가는 이미 노원·금천 같은 외곽으로 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외곽 매물 증가가 몇 달 이어지는데 거래가 살아나지 않으면 상승폭도 결국 줄어들 가능성이 큽니다. 반대로 입주물량 부족과 전세난이 계속되면 매물이 소화되면서 다시 오를 수도 있습니다.
넷째, 실수요자라면 서두를 이유가 줄었습니다. 매물이 30% 늘었다는 것은 고를 수 있는 집이 많아졌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다만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 실거주 의무(4개월 내 입주, 2년 거주)가 붙습니다. 자금 계획과 입주 시점을 먼저 맞춰 두시는 것이 협상력의 출발점입니다.
정부는 하향 안정의 신호가 나왔다고 말합니다. 시장은 아직 줄다리기 중입니다. 다음 몇 달 동안 쌓인 매물이 값을 낮춰 팔리는지, 그대로 버티는지가 방향을 정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