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제개편안을 내놓은 8월 3일 이후, 서울 아파트 매매 시장의 무게중심이 눈에 띄게 아래로 내려왔습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신고된 8월 이후 계약 5473건 가운데 4321건, 79%가 15억원 이하였습니다. 25억원을 넘는 거래는 5.8%에 그쳤습니다. 다만 이 숫자를 "중저가 시장이 뜨겁다"로만 읽으면 절반만 본 셈입니다. 같은 기간 거래량 자체가 크게 줄었기 때문입니다.
세 구간, 한 방향
보도된 집계는 시장을 세 시기로 나눕니다. 지난해 10·15 대책 이전(2024년 12월~2025년 9월), 대책 이후(2025년 10월~2026년 7월), 그리고 세제개편안 이후(2026년 8월~)입니다.
| 가격대 | 10·15 이전 | 10·15 이후 | 세제개편안 이후 | |---|---|---|---| | 6억 이하 | 17.0% | 20.5% | 약 25% | | 6억~9억 | 23.2% | 25.9% | 27.6% | | 9억~15억 | 33.1% | 30.4% | 26.3% | | 15억~25억 | 18.4% | 16.0% | 15.3% | | 25억 초과 | 8.3% | 7.2% | 5.8% |
15억원 이하 비중은 73.3%에서 76.8%, 79.0%로 계단처럼 올랐습니다. 그런데 그 안을 보면 9억~15억원 구간은 33.1%에서 26.3%로 오히려 줄었습니다. 늘어난 곳은 9억원 이하입니다. 두 구간을 합친 비중이 40.2%에서 약 53%로 올라 서울 거래의 절반을 넘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15억 아래'가 아니라 '9억 아래'로 옮겨간 것입니다. (6억 이하 비중은 매체에 따라 25.0% 또는 25.1%로 전해집니다.)
세금보다 먼저, 대출이 그은 선
이 경계선은 대출 한도와 겹칩니다. 10·15 대책 이후 주택담보대출 최대 한도는 시가 15억원 이하 6억원, 15억 초과~25억원 이하 4억원, 25억원 초과 2억원입니다. 집값이 비쌀수록 빌릴 수 있는 돈이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6억원 선은 디딤돌 같은 정책대출의 대상주택 기준(일반 5억원, 신혼·2자녀 6억원 이하)과 맞닿아 있습니다.
여기에 전세가 겹쳤습니다. 한국부동산원 9월 넷째 주(28일 기준) 조사에서 서울 전셋값은 0.16% 올랐습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세제개편안이 중저가 실수요자에게 사도 된다는 신호를 줬고, 전세 매물이 없어 매수로 돌아서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대출 부담 탓에 실수요가 서울 외곽과 경기 인기 지역으로 이동한다고 짚었습니다.
가격도 같은 방향으로 갈렸습니다. 같은 주 서울 매매가는 0.09% 올라 전주(0.13%)보다 상승폭이 줄었습니다. 강남구(-0.56%)·서초구(-0.33%)·송파구(-0.19%)는 내렸고, 서대문구(0.41%)·노원구(0.34%)는 올랐습니다. 강남·서초는 세제개편안 발표 뒤 8주 연속 하락입니다.
무엇을 봐야 하나
첫째, 비중과 건수는 다릅니다. 서울 아파트 거래는 7월 5852건에서 8월 3443건으로 41.2% 줄었습니다. 중저가 비중이 커진 데에는 매수가 몰린 것 외에, 고가 거래가 더 빠르게 빠진 영향도 섞여 있습니다. 실거래 신고 기한이 30일이라 9월 계약분은 아직 다 잡히지 않았다는 점도 감안해야 합니다.
둘째, '대출이 나오는 값'이 '적정한 값'은 아닙니다. 수요가 6억·9억·15억 선 바로 아래로 모이면 그 구간의 호가는 잘 내려오지 않습니다. 실수요자라면 한도에 맞춰 집을 고르기보다, 같은 단지의 최근 실거래와 전세가를 먼저 놓고 보시길 권합니다.
셋째, 경매를 보시는 분께는 양쪽 다 신호입니다. 일반론이지만 매매 수요가 붙는 중저가 지역은 응찰 경쟁도 붙기 쉽습니다. 낙찰가가 시세에 가까워질수록 경매의 이점은 줄어듭니다. 반대로 거래가 뜸해진 고가 구간은 감정가가 몇 달 전 시세를 담고 있을 수 있으니, 감정가 대비 할인율만으로 판단하시면 안 됩니다.
넷째, 금리입니다. 기준금리는 두 차례 인상으로 연 3.00%입니다. 이달 금융통화위원회가 수도권 집값과 가계부채를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따라, 대출 선 아래로 모인 수요의 체력도 달라집니다.
지금 서울 시장은 오르는 시장도 내리는 시장도 아니고, 살 수 있는 값에서만 거래되는 시장입니다. 79%라는 숫자는 시장의 열기보다 대출이 허락한 범위를 보여줍니다.
*참고: [서울신문](https://www.seoul.co.kr/news/economy/estate/2026/10/06/20261006032002) · [뉴스핌](https://www.newspim.com/news/view/20261006001275) · [문화일보](https://www.munhwa.com/article/11621464) · [뉴데일리경제](https://biz.newdaily.co.kr/site/data/html/2026/10/05/2026100500024.html) · [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https://www.aru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678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