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3일 국토교통부가 '주택 신속공급 방안'을 내놨습니다. 수도권 23만호+α라는 총량이 헤드라인을 가져갔지만, 재개발 구역에 땅이나 집을 가진 분들에게 실제로 와닿는 항목은 따로 있습니다. 재개발 조합설립 동의율을 토지등소유자의 75%에서 70%로 낮춘다는 대목입니다. 숫자로는 5%포인트, 100명짜리 구역이면 다섯 명입니다. 작아 보이지만 조합설립 문턱에서 몇 년째 멈춰 선 구역에는 결코 작지 않은 숫자입니다. 다만 이 발표를 읽을 때 반드시 함께 봐야 할 조건이 두 가지 더 있습니다.
사람 수 요건만 내려갔습니다
재개발 조합설립 인가 요건은 두 개의 문을 동시에 통과해야 합니다. 하나는 토지등소유자 수 기준 동의율, 다른 하나는 토지면적 기준 2분의 1 이상 동의입니다. 이번 대책이 손댄 것은 앞의 문 하나뿐입니다. 면적 50% 요건은 현행 그대로 유지됩니다.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실제로 조합설립이 막히는 구역의 상당수가 '머릿수'가 아니라 '면적'에서 걸리기 때문입니다. 구역 안에 대형 필지를 가진 지주나 종교시설, 상가 소유주가 반대하면 소유자 수로는 70%를 넘겨도 면적 요건에서 주저앉습니다. 반대로 다세대·다가구가 촘촘히 박힌 구역은 소유자 수가 많아 5%포인트 완화의 체감이 큽니다. 내 구역이 어느 쪽인지는 추진위원회가 보유한 동의서 집계표에서 '소유자 수 동의율'과 '면적 동의율'을 나란히 확인하면 바로 드러납니다. 두 숫자 중 어느 쪽이 낮은지가 이번 대책의 수혜 여부를 가릅니다.
함께 발표된 완화 항목도 방향은 같습니다. 공공재개발·공공재건축의 사업시행자 지정 동의율은 67%에서 60%로 내려가고, 조합설립 인가 신청 전 토지등소유자에게 알려야 하는 통지 기한은 60일에서 30일로 줄어듭니다. 정부는 이 조치들로 2030년까지 수도권 정비사업 약 23만4000가구의 착공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에는 공공재개발 38곳, 약 6만 가구가 포함돼 있습니다.
아직 시행된 규제 완화가 아닙니다
두 번째 조건이 더 결정적입니다. 동의율 완화는 도시정비법을 고쳐야 효력이 생깁니다. 국토부는 동의율 완화와 조합 임원 성과·책임 체계를 담은 개정안을 9월에 발의하고, 정비사업 전문 중재위원회 신설 법안은 12월에 제출하겠다고 했습니다. 즉 지금 이 순간의 법정 동의율은 여전히 75%입니다.
실무적으로는 이 시차가 애매한 구간을 만듭니다. 현재 동의율 71~74% 언저리에 있는 구역이라면 "곧 문턱이 내려오니 기다리자"는 판단이 나올 수 있고, 그러면 동의서 징구 동력이 오히려 멎습니다. 반대로 국회 논의가 길어지거나 원안이 수정되면 그 대기 시간은 그대로 손실이 됩니다. 동의서에는 유효기간과 철회 문제도 얽혀 있습니다. 구역 소식지에 '동의율 완화'가 실렸다면, 그 아래 근거 법 조항이 이미 개정된 것인지 아직 발의 단계인지부터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센티브의 기준선은 관리처분 시점입니다
이번 대책에서 돈으로 환산되는 부분은 조합설립 단계가 아니라 훨씬 뒤쪽에 놓여 있습니다. 대책 발표 이후 관리처분인가를 받아 2년 안에 착공하는 사업장에 한해 취득세는 2027년까지 면제, 2028년에는 75% 감면됩니다. 임대주택 인수가격은 기본형건축비의 80%에서 100%로 오르고, PF 대출보증 한도는 총사업비의 60%까지 확대됩니다.
조건문을 두 번 읽으실 필요가 있습니다. '발표 이후 관리처분인가'와 '2년 내 착공'이 함께 걸려 있습니다. 이미 관리처분인가를 받아둔 구역, 그리고 인가는 받았지만 이주·철거가 길어져 2년을 넘길 구역은 이 혜택 바깥에 놓입니다. 조합설립 문턱을 낮춰 입구를 넓히면서, 보상은 출구 속도에 거는 구조입니다. 정부가 조합장 자격을 정비사업 경력 5년 이상의 변호사·공인회계사 등 외부 전문가에게 열어주고, 임원 성과급과 총회 보고 의무를 함께 도입하려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힙니다.
무엇을 확인해야 할까요
투자 판단으로 옮긴다면 순서는 이렇습니다. 첫째, 관심 구역의 동의율을 소유자 수와 면적 두 축으로 나눠 확인합니다. 면적에서 걸려 있다면 이번 완화의 효과는 제한적입니다. 둘째, 9월 국회에 올라갈 개정안의 처리 경과를 봅니다. 통과 전까지 '동의율 70%'는 계획일 뿐입니다. 셋째, 관리처분인가를 앞둔 구역이라면 인가 시점과 착공 계획 사이의 간격을 조합에 직접 확인하십시오. 2년이라는 선이 세금과 사업비 양쪽을 가릅니다.
속도를 높이는 대책은 대체로 준비된 구역에 먼저 도착합니다. 문턱이 5%포인트 내려간다는 소식보다, 내 구역이 어느 문 앞에서 멈춰 있는지가 훨씬 실질적인 정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