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보증금 3억원을 집주인 대신 공공기관이 받습니다. 집주인은 목돈 대신 매달 약 109만원을 받습니다. 9월 22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월세 안심신탁센터' 출범식을 열었고, 9월 말부터 임대인과 임차인 모집을 시작합니다. 첫 입주는 2027년 1월로 예정돼 있습니다. 전세사기 이후 개인 간에 오가던 목돈을 공공이 직접 관리하겠다는 제도라서, 전세 시장의 거래 방식 자체를 바꿀 수 있는 실험입니다.
돈은 어떻게 흐르나
구조는 HUG와 임대인, 임차인이 맺는 3자 약정입니다. 임차인은 보증금을 집주인이 아닌 HUG에 맡깁니다. HUG는 이 돈을 '주택공급 활성화 펀드'에 넣어 HUG가 보증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등에 굴립니다. 집주인은 그 운용수익으로 매달 정해진 금액을 받습니다.
수익률은 연 4.35%가 유력하다고 HUG 측은 밝혔습니다. 3억원에 4.35%를 적용하면 연 1305만원, 한 달에 약 109만원입니다. 공실이 생기면 2개월 치를 보전하는 방안도 나와 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약정 규모는 이미 1조원을 넘었고, HUG는 잠재 규모를 2조~3조원으로 보고 있습니다.
임차인 쪽 요건은 간단합니다. 시세 20억원 이하 주택이면 되고, 소득이나 자산 조건은 없습니다. 계약이 끝나면 보증금은 HUG가 직접 돌려줍니다. 그래서 별도로 전세금반환보증에 가입할 필요가 없고, 운용에서 손실이 나더라도 원리금 지급은 HUG가 보증하는 구조입니다.
왜 중요한가
첫째, 전세사기의 핵심 고리가 끊깁니다. 지금까지 보증금은 집주인 계좌로 들어갔고, 그 돈이 다음 투자나 대출 상환에 쓰였습니다. 보증금이 사라진 자리에 남는 것은 경매로 넘어간 집과 대위변제 청구였습니다. 안심신탁에서는 보증금이 처음부터 집주인에게 가지 않습니다.
둘째, 갭투자의 계산이 달라집니다. 전세금을 받아 집값의 일부를 치르는 방식은 이 제도 안에서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참여하는 집주인에게 남는 것은 매달 들어오는 수익입니다. 이미 세입자가 있는 집이라면 기존 보증금을 돌려줄 자금도 따로 마련해야 합니다. HUG가 모기지보증 한도를 감정가의 60%에서 70~75%로 올리는 방안을 함께 검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셋째, 월세화 흐름을 거스르려는 시도입니다. 정부는 임차인이 월세 대신 전세에 머물면 주거비가 줄어든다고 설명합니다. 전세 매물이 줄어드는 시장에서 공공이 전세 공급을 떠받치겠다는 뜻입니다.
아직 '검토'인 것들
집주인을 끌어들일 유인책은 대부분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 임대소득세: 연 2000만원 이하 주택임대소득의 분리과세 세율을 14%에서 한 자릿수(예시 9%)로, 필요경비율을 50~60%에서 60~70%로 조정하는 방안이 거론됩니다. 세법을 바꿔야 하는 사안입니다. 과세는 입주 이듬해인 2028년부터 시작됩니다. - 양도세 중과 배제: 임대 의무기간이 끝난 뒤 안심신탁으로 전환한 주택에 중과를 빼 주는 방안이 8월 말 보도됐지만 검토 수준입니다. - 임차인 전용 전세대출: 주택도시기금과 시중은행이 별도 상품을 만들고,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청하는 단계입니다.
금리도 따져봐야 합니다. 이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현재 모기지 금리는 연 4.5% 안팎으로, 약정수익률 4.35%보다 높습니다. 대출을 끼고 참여하는 집주인이라면 이자가 수익을 앞지를 수 있어서, HUG는 금융권에 금리 인하를 요청해 둔 상태입니다.
무엇을 봐야 하나
임차인이라면 모집 공고가 나왔을 때 대상 주택의 권리관계와 전용 전세대출 조건을 함께 확인하세요. 보증금 안전성은 높아지지만, 대출 금리가 일반 전세대출보다 불리하면 주거비를 아낀다는 장점이 줄어듭니다.
임대인이라면 4.35%라는 숫자만 보지 말고 세후 수익으로 비교하세요. 세율 인하가 입법되지 않으면 14% 분리과세가 그대로 적용됩니다. 목돈이 들어오지 않는 대신 무엇을 얻는지도 계산해야 합니다. 공실 보전, 연체 위험 감소, 가능해질 수 있는 양도세 혜택이 그 대상입니다.
시장 전체로는 운용처가 관건입니다. 보증금이 PF 사업장으로 흘러가고, 손실이 나면 HUG가 떠안는 구조입니다. 약정액이 조 단위로 커질수록 PF 경기와 HUG 재무 건전성이 곧 이 제도의 안전판이 됩니다. 앞으로 발표될 모집 공고의 세부 조건과 연말 세법 개정 논의에서 임대소득세 인하가 실제로 담기는지를 차례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