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 안에서 세입자가 살고 있는 집을 살 때 적용되는 '실거주 의무 유예'를 한 번 더 넓혔습니다. 국토교통부는 9월 17일, 유예 신청 기한을 올해 12월 31일에서 2027년 12월 31일로 1년 연장하고, 기존 임대차계약뿐 아니라 갱신계약 1회(최대 2년)까지 유예 대상으로 인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두 가지를 합치면 매수자가 입주를 미룰 수 있는 기간은 최장 3년 3개월, 달력으로는 2029년까지 늘어납니다. 관련 시행령 개정안은 9월 18일 입법예고를 거쳐 10월 1일부터 적용될 예정입니다. 그런데 같은 날 공개된 숫자는 방향이 반대였습니다. 8월 한 달 서울 아파트 토지거래허가 신청 3012건 가운데 실거주 유예 신청은 135건, 4.5%에 그쳤습니다. 전달보다 34.8% 줄어든 수치입니다.
왜 이 시점에 손질했나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허가를 받아 집을 사면 정해진 기간 안에 직접 들어가 2년을 살아야 합니다. 세입자가 있는 집은 이 원칙과 정면으로 부딪힙니다. 파는 쪽은 세입자를 내보내야 팔 수 있고, 사는 쪽은 임대차 기간이 끝나기를 기다릴 수 없습니다. 그래서 지난 5월 '세 낀 매물'에 한해 남은 임대차 기간까지 입주를 미뤄주는 특례가 도입됐습니다. 이번 조치는 그 특례를 넉 달 만에 다시 늘린 것입니다.
배경에는 8·3 세제개편안이 있습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가 한시적으로 완화되고 조정대상지역 매입임대 아파트의 세제 혜택이 단계적으로 없어지면서, 임대 놓던 집을 정리하려는 움직임이 예고돼 있습니다. 문제는 그 매물의 상당수에 세입자가 살고 있다는 점입니다. 세금으로는 팔라고 등을 밀면서 토허제로는 못 팔게 막는 엇박자를 푸는 것이 이번 연장의 실질적인 목적입니다.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도 "세제 개편으로 나올 매물이 토허제에 막히는 엇박자를 풀고, 세입자가 사는 집이 거래되면서도 임대 물량으로 남도록 한 취지"라고 평가했습니다.
숫자가 말하는 한계
정책의 취지와 시장의 반응은 별개입니다. 8월 유예 신청 135건은 전체 허가 신청의 4.5%, 전월 대비로는 3분의 1 넘게 줄었습니다. 제도가 없어서 안 쓴 것이 아니라, 제도를 써도 살 수 없는 구조가 남아 있다는 뜻으로 읽는 편이 정확합니다.
막히는 지점은 대체로 자금입니다. 규제지역에서 무주택자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은 40%이고, 여기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과 주택 가격대별 대출 총액 한도가 함께 걸립니다. 세 낀 집을 사면 보증금만큼은 승계하지만, 나머지는 스스로 만들어야 합니다. 6억5000만원짜리 집에 보증금 3억원이 걸려 있다면 3억5000만원을 따로 마련해야 하는데, 정작 매수자 본인의 돈은 지금 살고 있는 전셋집 보증금에 묶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입주 시점을 3년 뒤로 미뤄줘도, 잔금 날짜는 그대로입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유예기간 연장이 당장의 거래량 증가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본 이유입니다.
예측 가능성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신보연 세종대 교수는 충분한 검토 없이 문제가 생긴 뒤 보완책을 반복하는 방식이 "신뢰를 훼손하고 선의의 피해자를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5월에 도입한 제도를 9월에 다시 늘렸다면, 다음 손질 가능성도 시장은 함께 계산하게 됩니다.
실수요자·투자자가 볼 것
첫째, 요건의 기준일입니다. 매수자는 2026년 5월 12일부터 계속 무주택이어야 하고, 입주 후 2년 거주 의무는 그대로 남습니다. '유예'는 의무의 면제가 아니라 시계를 뒤로 미루는 장치일 뿐입니다.
둘째, 순서입니다. 갱신계약을 활용하려면 유예를 신청하기 전에 갱신계약을 먼저 맺어야 합니다. 신청을 먼저 넣고 나중에 갱신하는 방식은 인정받지 못합니다. 세 낀 매물을 놓고 협상 중이라면 계약서 체결 순서를 먼저 확인하십시오.
셋째, 유예 기간 중 실제로 무엇을 감당해야 하는지입니다. 3년 3개월 동안 매수자는 남의 집에 세 들어 살면서 자기 집의 원리금을 갚습니다. 총액 한도에 걸려 부족한 금액을 어디서 메울지 계산이 서지 않는다면, 유예 확대는 본인에게 열린 문이 아닙니다.
참고로 법원경매로 취득하는 경우는 토지거래허가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같은 구역, 같은 단지라도 취득 경로에 따라 적용되는 규칙이 다르다는 점은 기억해둘 만합니다. 이번 조치는 매물이 나오는 쪽 문을 넓힌 것이고, 그 문을 실제로 통과하는 데 필요한 열쇠는 아직 대출 규제 쪽에 남아 있습니다. 10월 1일 시행 이후 유예 신청 건수가 다시 늘어나는지, 4.5%라는 비중이 움직이는지가 이 정책의 성적표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