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8월 19일) 오후 2시, 정부대전청사에서 국가유산위원회가 '서울 세운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부지 내 유적 보존방안'을 심의합니다. 2024년 1월 위원회가 "구체적인 보존방안을 다시 제출하라"며 심의를 보류한 뒤 2년 7개월 만에 재개되는 논의입니다. 안건에 오른 것은 아파트 높이도, 세대수도, 분담금도 아닙니다. 발굴조사에서 확인된 조선시대 이문(里門)과 그에 딸린 유구, 그리고 부지 북측 배수로입니다.
22년째 정비구역, 그리고 멈춰 선 2년 7개월
세운4구역이 도시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된 것은 2004년입니다. 올해로 22년째입니다. 그사이 사업 시행자는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로 정리됐고,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부지에 대한 발굴조사가 진행됐습니다. 국가유산청은 이 조사에서 "종묘를 비롯한 중요 건물의 출입과 이동을 밝혀줄 수 있는 도로 및 배수 체계 등 학술 가치가 높은 매장유산이 다수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실수요자와 투자자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원칙이 하나 있습니다. 발굴조사에 대한 완료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그 부지에서는 어떤 공사도 추진할 수 없습니다. 인가가 남아 있어도, 시공사가 정해져 있어도, 조합이나 시행자의 의지가 아무리 강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운4구역이 2년 7개월간 사실상 정지해 있었던 이유가 이것입니다. 정비사업의 병목은 늘 조합 갈등이나 공사비에서 온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도심 한복판에서는 땅 아래에서 오기도 합니다.
SH가 이번에 제시한 방안은 서측 배수로 일부를 현지에 그대로 보존하고, 이문과 나머지 배수로는 옮겨 복원한 뒤, 지하 1층에 '문화유산광장'을 조성해 관련 자료를 전시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위원회가 이를 받아들일지, 다시 보완을 요구할지가 오늘의 관전 포인트입니다.
71.9m와 145m — 숫자가 아니라 순서의 문제
갈등의 배경에는 높이가 있습니다. 국가유산청과 서울시는 2018년 세운4구역 건물의 최대 높이를 청계천변 기준 71.9m로 합의했습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의 역사 경관을 지키기 위한 상한선이었습니다. 그런데 2025년 서울시가 이 상한을 청계천변 145m로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계획을 변경하면서(종로변은 101m 수준), 8년 전 합의의 두 배 가까운 높이가 테이블에 올랐습니다.
양측의 마찰은 실제 행정 행위로도 번졌습니다. 국가유산청은 2026년 3월 SH의 무허가 시추 11곳을 경찰에 고발했고, 최근에는 종로구에 인가 취소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세계유산영향평가(HIA) 시행 요구도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즉 오늘 심의가 통과되더라도 사업이 곧바로 풀리는 구조가 아닙니다. 유적 보존방안은 '공사를 시작할 수 있느냐'의 문제이고, 높이는 '얼마를 지을 수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두 트랙은 별개로 굴러갑니다. 보존방안 가결 = 145m 승인이 아니라는 점을 혼동하지 않으셔야 합니다.
무엇을 봐야 하나
첫째, 오늘 결과의 형식입니다. '가결'인지, '조건부 가결'인지, 또 한 번의 '보류'인지에 따라 일정의 무게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조건부라면 어떤 조건이 붙었는지가 실질적인 일정표입니다.
둘째, 도심 재개발·재건축을 검토 중이시라면 매장유산 리스크를 사업성 항목으로 넣어 보시기 바랍니다. 서울 사대문 안, 왕릉·종묘·궁궐 주변, 옛 마을 입지의 저층 노후지는 지표조사와 발굴조사가 일정에 얹힐 가능성이 상시 존재합니다. 이 구간은 조합의 노력으로 단축되지 않습니다. 매수 전 해당 구역의 지표조사·발굴조사 이력을 확인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셋째, 최근 정부와 서울시가 인허가 절차 통합과 기간 단축에 힘을 싣고 있지만, 문화유산 심의는 그 단축 대상 바깥에 있는 별도 절차라는 점입니다. "정비사업 기간을 12년으로 줄이겠다"는 목표치와, 한 구역이 배수로 하나로 2년 7개월을 보낸 현실은 같은 시장 안에 나란히 존재합니다.
세운4구역은 서울 도심 정비사업의 예외 사례가 아니라, 도심 재개발이 어떤 층위의 규제와 마주하는지를 보여주는 표본에 가깝습니다. 높이 숫자보다 절차의 순서를 먼저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