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27일, 정부는 수도권·규제지역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소득과 무관하게 6억 원으로 묶는 초강수를 뒀습니다. 이른바 6·27 대책입니다. 그로부터 꼭 1년이 지난 지금, 성적표를 펼쳐 볼 시점이 됐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집값은 잡히지 않았고, 대신 시장의 '지도'가 바뀌었습니다. 이 변화를 정확히 읽는 것이 앞으로의 판단에 훨씬 중요합니다.
숫자가 말하는 1년
가격만 보면 규제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습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대책 직전인 지난해 5월 92.56에서 올해 5월 102.71로 약 10.9% 올랐습니다. 6월 중순 기준으로도 1년 새 9.44% 상승했고, 동대문·마포·성동 등은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대출 문턱을 높이면 값이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와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 셈입니다.
반면 거래는 확연히 얼어붙었습니다. 대책 전후를 비교하면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은 약 70% 넘게 줄었습니다. 값은 오르는데 사고파는 사람은 줄어드는, 전형적인 '거래 절벽 속 상승' 국면입니다.
주목할 대목은 거래의 무게중심이 이동했다는 점입니다. 서울에서 9억 원 이하 아파트 거래 비중은 대책 이후 38%에서 50%로 커졌습니다. 6억 원까지만 빌릴 수 있으니, 수요가 그 한도 안에서 감당 가능한 가격대로 밀려 내려온 것입니다. 집값을 낮춘 게 아니라, 실수요자가 살 수 있는 집의 '범위'가 낮아졌다고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나
핵심은 현금과 대출의 분리입니다. 6·27 대책은 대출에 기대는 실수요자에겐 강력한 제약이지만, 대출이 필요 없는 현금 보유층에겐 사실상 무관한 규제였습니다. 규제가 거를 수 있었던 건 '빚내서 사는 수요'였고, 상급지의 현금 거래는 그대로 흘러갔습니다. 그 결과 규제지역일수록 오히려 자산가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는 양극화가 나타났습니다.
정부도 이를 의식해 후속 조치를 이어갔습니다.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을 막아 갭투자 경로를 차단했고, 주담대를 받으면 6개월 내 전입하도록 실거주 의무를 걸었습니다. 지난해 10·15 대책에서는 서울 전역과 경기 일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어 규제 범위를 넓혔습니다. 규제의 그물은 촘촘해졌지만, 상승세는 외곽으로 번지며 풍선효과의 흔적을 남겼습니다.
실수요자가 지금 봐야 할 세 가지
첫째, '한도'가 아니라 '총부담'입니다. 7월 1일부터 시행된 스트레스 DSR 3단계까지 겹치면서, 같은 소득이라도 실제 빌릴 수 있는 금액은 더 줄었습니다. 6억 원이라는 상한선 이전에, 본인의 DSR 안에서 감당 가능한 원리금이 얼마인지부터 계산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둘째, 9억 원 안팎의 '경계 가격대'입니다. 대출 한도에 맞춰 수요가 몰린 구간은 그만큼 매물 소진이 빠르고 호가도 단단합니다. 반대로 이 선을 넘는 구간은 현금 여력에 따라 매수층이 얇아지므로, 같은 지역이라도 가격대별 온도차를 확인해야 합니다.
셋째, 지표의 시차입니다. KDI는 실거래가지수가 계약·신고·집계 과정에서 약 2개월의 시차를 갖는다고 지적합니다. 대책 직후의 주간 통계 몇 주치로 '효과가 있다/없다'를 단정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뜻입니다. 규제의 진짜 영향은 계절을 하나 넘겨야 드러납니다.
1년간의 교훈은 분명합니다. 대출을 조이면 수요는 사라지는 게 아니라 자리를 옮깁니다. 규제 지도가 어디를 막고 어디를 열어 뒀는지, 그리고 그 안에서 내 대출 여력이 어디에 서 있는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다음 관전 포인트는 하반기 공급 시그널과 금리 흐름입니다. 규제만으로 안 되는 시장이라면, 결국 그 두 축이 방향을 정할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