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7월 말 기준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을 내놨습니다. 서울은 3.3㎡당 6208만6000원. 지난 5월의 6355만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값입니다. 그런데 같은 표에서 전국은 내렸습니다. 수도권도 내렸습니다. 오른 곳은 사실상 서울과 기타지방뿐이었습니다. 숫자를 하나만 떼어 읽으면 "분양가가 또 뛰었다"가 되지만, 표 전체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오른 건 서울, 내린 건 전국이었다
7월 기준 전국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당 620만1000원, 3.3㎡로 환산하면 2049만9000원입니다. 전월 대비 0.56% 내렸습니다. 수도권은 ㎡당 1076만9000원으로 1.47% 하락해 낙폭이 더 컸고, 5대 광역시·세종은 636만5000원으로 0.92% 내렸습니다. 반면 서울은 ㎡당 1878만1000원으로 0.71% 올랐고, 기타지방이 436만6000원으로 0.72% 올랐습니다.
서울과 기타지방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건, 이 지표가 집값의 방향을 그대로 따라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HUG 분양가격 동향은 최근 12개월간 분양보증이 발급된 단지의 이동평균입니다. 시세 지수가 아니라 그 기간에 실제로 분양한 단지들의 평균입니다. 어떤 단지가 표본에 들어오고 빠지느냐에 따라 값이 움직입니다.
지수를 흔든 건 135가구였다
같은 자료의 뒷장을 보면 답이 나옵니다. 7월 한 달 전국 신규 분양물량은 1만2008가구로 전월보다 2956가구 줄었습니다. 수도권은 6907가구로 260가구 감소. 그리고 서울은 135가구였습니다. 전월보다 1068가구가 줄어든 숫자입니다.
한 달 135가구. 12개월 이동평균이니 이 한 달이 지수 전체를 뒤집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서울처럼 연간 분양 자체가 적은 지역은 12개월을 다 합쳐도 표본이 얇습니다. 표본이 얇으면 강남권 고가 단지 하나가 들어오고 나가는 것만으로 평균이 수백만 원씩 출렁입니다. 5월 6355만원, 이후 하락, 7월 다시 6208만원이라는 톱니 모양이 그래서 나옵니다. 서울 분양가 지수는 "서울 새 아파트가 얼마나 비싸졌나"보다 "이번 달에 어디가 분양했나"를 먼저 반영합니다.
같은 주, 429가구에 6083건
공급이 얇다는 사실은 수요 쪽에서 훨씬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이번 주 서울에서는 세 개 단지가 동시에 청약을 받았습니다. 중구 충정로역자이르네 186가구, 영등포구 써밋 클라비온 176가구, 더샵 신길센트럴시티 67가구. 일반분양을 다 합쳐 429가구입니다.
18일 특별공급 결과, 써밋 클라비온에는 6083건이 접수돼 평균 65.4대 1을 기록했습니다. 생애최초는 3650건이 몰려 304.2대 1이었습니다. 충정로역자이르네 특별공급도 35.61대 1이었습니다.
여기서 한 번 더 봐야 할 것이 분양가입니다. 써밋 클라비온 전용 59㎡는 16억6760만~18억6630만 원, 충정로역자이르네 59㎡는 17억4000만~18억8500만 원입니다. 생애최초 특별공급 304대 1은 16억 원대 59㎡를 두고 벌어진 경쟁이라는 뜻입니다. 소득 요건을 맞춘 무주택자가, 대출 규제가 강화된 환경에서, 그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뒤에 남습니다.
실수요자가 볼 것 세 가지
첫째, 평균 분양가 지수를 시세로 읽지 마십시오. 내 관심 단지의 3.3㎡당 분양가를 인근 준신축 실거래가와 직접 비교하는 편이 훨씬 정확합니다. 지수는 표본의 함수입니다.
둘째, 당첨자 발표일을 확인하십시오. 주택공급규칙상 당첨자 발표일이 같은 단지는 한 곳만 청약할 수 있습니다. 이번 세 단지는 접수일은 겹쳤지만 발표일이 8월 27일·28일·31일로 달라 중복 신청이 가능했습니다. 다만 복수 당첨 시 먼저 발표된 단지의 당첨이 확정되면 이후 건은 무효 처리되고 부적격 이력이 남을 수 있습니다. 접수일이 아니라 발표일을 보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셋째, 경쟁률의 분모를 보십시오. 65대 1은 물량이 적어서 나온 숫자일 수도, 입지가 좋아서 나온 숫자일 수도 있습니다. 특별공급 유형별 접수 건수와 모집 가구수를 나눠 보면 어느 쪽인지 대체로 드러납니다.
서울 분양가가 역대 두 번째로 높았다는 헤드라인과, 그 달 서울에서 135가구만 분양됐다는 숫자는 같은 자료에 나란히 실려 있습니다. 둘을 함께 읽어야 지금 청약시장의 모양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