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0일 밤, 카카오톡과 SNS에 짧은 메모 하나가 돌았습니다. 정부가 집값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더 줄인다는 내용이었습니다. 15억 원이 넘는 주택은 대출을 막고, 10억 원 초과는 2억 원, 10억 원 이하는 4억 원까지만 빌려준다는 것이었습니다. 몇 시간 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X(옛 트위터)에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올렸고, 금융위원회는 오후 7시 20분께 보도설명자료를 내 수사 의뢰 방침을 밝혔습니다. 청와대도 "가짜뉴스"라고 일축했습니다. 소동은 하루 만에 가라앉았습니다. 그래도 이런 소문이 왜 먹혔는지는 따져 볼 필요가 있습니다.
소문과 현행 규칙, 무엇이 다른가
지금 적용되는 규칙은 지난해 10·15 대책으로 정해졌습니다. 수도권과 규제지역에서 주담대 한도는 집값에 따라 세 구간으로 나뉩니다.
| 주택 가격 | 현행 한도 | 소문 속 한도 | |---|---|---| | 15억 원 이하 | 6억 원 | 10억 원 이하 4억 원, 10억~15억 원 2억 원 | | 15억~25억 원 | 4억 원 | 대출 금지 | | 25억 원 초과 | 2억 원 | 대출 금지 |
소문대로라면 10억 원 안팎의 아파트를 사려는 실수요자 한도가 단번에 2억~4억 원씩 줄어듭니다. 서울 중저가 아파트를 노리는 사람에게는 사실상 구매 계획을 다시 짜야 하는 수준입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주담대 규제 강화와 관련한 지시나 검토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재로서는 위 표의 '현행 한도'가 유효한 기준입니다.
왜 이런 소문이 쉽게 퍼졌나
근거 없는 소문이 그럴듯해 보인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비슷한 말이 이미 나온 적이 있습니다. 9월 30일 이성훈 LH 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15억 원 이하 아파트의 대출 한도를 6억 원에서 4억 원으로 낮춰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LH와 국토교통부는 '개인 의견'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공공기관장의 발언이었던 만큼 시장에서는 추가 규제 신호로 받아들인 사람이 적지 않았습니다.
둘째, 집값이 여전히 오르고 있습니다. 서울 아파트값은 88주 연속 올랐고 10월 둘째 주 상승률은 0.16%로 2주 연속 커졌습니다. 강남3구는 주춤하지만 비강남권으로 매수세가 번지는 모습입니다. 집값이 오르면 "곧 추가 대책이 나온다"는 관측도 따라 붙습니다.
셋째, 대출 규칙이 자주 바뀌어 왔습니다. 지난해 10·15 대책의 대출 한도 규제는 발표 바로 다음 날부터 적용됐습니다. 예고 없이 문턱이 바뀌는 일을 겪어 본 수요자일수록 소문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가 내세운 카드는 '대출'보다 '공급'
정부의 공식 메시지는 대출을 더 조이기보다 공급을 늘려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쪽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20일 인천 계양을 찾아 공급을 앞당겨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22일 국정감사에서 이형일 부총리는 "인허가·착공 등 선행지표가 늘고 있다"며 시장이 점차 안정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정책위의장은 최근 6개월 서울 인허가가 전년 동기보다 74%, 착공이 45%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숫자를 넓혀 보면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수도권 150만 가구 이상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올해 착공 실적은 연간 목표 26만8000가구의 37%인 9만9000가구 수준입니다. 국감에서는 본격 입주가 시작될 2028년까지 최소 2년의 공급 공백을 우려하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공급 효과가 늦게 나타나는 사이 집값이 더 오르면, 정책 수단이 다시 대출 쪽으로 돌아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번 부인은 '지금 검토하지 않는다'는 뜻이지, 앞으로도 바꾸지 않겠다는 약속은 아닙니다.
실수요자·경매 투자자가 지금 볼 것
1. 한도는 '공식 자료'로만 확인하세요. 금융위원회 보도자료와 거래 은행 창구 안내가 기준입니다. 메신저로 받은 요약본이나 캡처는 출처가 확인되지 않으면 계획의 근거로 삼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2. 경매는 '잔금 시점'의 규칙이 중요합니다. 경락잔금대출도 주택담보대출이므로 같은 한도 규칙을 적용받습니다. 낙찰 뒤 대금 납부 기한은 보통 한 달 남짓인데, 그사이 규칙이 바뀌면 자금 계획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입찰 전에 은행에서 예상 한도를 받아 두고, 한도가 줄어도 잔금을 낼 수 있는 여유 자금을 준비해 두세요. 잔금을 못 내면 입찰보증금을 잃게 됩니다.
3. 연말까지 정책 일정이 몰려 있습니다. 국토부는 11월 중 2027년 공시가격 추진방안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서울 25개 구와 경기 12개 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기간도 12월 31일에 끝나 연장 여부가 결정됩니다. 정기국회에서는 종부세·양도세 개편안 심사도 진행 중입니다. 대출 규칙 자체는 그대로여도 세금과 거래 규제가 함께 움직일 수 있습니다.
이번 소동에서 확인된 것은 두 가지입니다. 현재 대출 한도는 바뀌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시장이 그만큼 추가 규제를 의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소문에 서둘러 움직이기보다 확정된 규칙을 기준으로 자금 계획을 세우는 편이 안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