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7일 오후 2시부터 8시까지, 청와대에서 여섯 시간짜리 회의가 열렸습니다. 하루 전인 8월 6일 1차 회의도 여섯 시간이었습니다. 이틀 동안 열두 시간을 쓴 셈입니다. 주제는 하나였습니다. 수도권에 집을 얼마나, 그리고 얼마나 빨리 지을 것인가.
회의 직후 공개된 것은 없었습니다. 다만 8월 8일 기준으로 "이르면 다음 주" 공급대책이 발표된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발표 전에 독자가 미리 알아둘 만한 숫자들이 이미 시장에 나와 있습니다. 그 숫자들이 서로 어긋나 있다는 점이 이번 대책의 핵심입니다.
6만 가구에 5만 가구를 더한다
출발점은 올해 1월 29일 대책입니다. 정부는 그때 수도권에 약 6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서울 3만2000가구, 경기 2만8000가구, 인천 100가구입니다.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와 캠프킴, 경기 과천 경마장과 옛 군 기관 부지, 노원구 태릉골프장 같은 도심·근교 공공부지를 쓰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번 회의에서 논의된 것은 그 6만 가구를 실제 착공 일정으로 확정하고, 여기에 최대 5만 가구 이상을 더하는 안입니다. 추가분에는 그린벨트 일부 해제를 통한 신규 공공택지와 수도권 노후청사 복합개발이 거론됩니다. 조기 착공을 유도하기 위한 금융·세제 지원도 함께 검토됐습니다.
숫자만 보면 11만 가구입니다. 다만 공공택지는 지구지정에서 입주까지 통상 7~8년이 걸립니다. 그린벨트 해제는 주민 협의와 환경·교통 영향평가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합니다. 발표 물량과 시장에 실제로 도착하는 물량 사이에 상당한 시차가 있다는 뜻입니다.
용산에서 1만과 8000이 갈렸습니다
같은 땅을 두고 정부와 서울시의 숫자가 다릅니다. 국토교통부는 용산국제업무지구에 아파트 1만 가구를 짓겠다고 했지만, 서울시는 최대 8000가구까지가 한계라는 입장입니다. 주거비율 30%를 유지하기로 협의해 놓고 1만 가구가 발표됐다는 것이 서울시 설명입니다. 서울시 주택실장은 주택을 1만 가구로 늘리면 도로와 공원 계획을 다시 짜야 해 전체 일정이 2년 이상 밀릴 수 있다고 했습니다.
태릉골프장 6800가구를 두고도 서울시는 그린벨트 훼손에 비해 공급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2000가구 남짓한 차이로 보이지만, 계획 변경이 곧 일정 지연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실수요자에게는 물량보다 시기의 문제입니다.
서울시가 내민 숫자는 36.4%였습니다
8월 7일, 서울시는 다른 방향의 자료를 내놨습니다. 최근 3년간 준공된 정비사업 59곳에서 주택 수가 36.4% 늘었다는 내용입니다. 재개발은 27.4%, 재건축은 44.2% 증가했습니다. 2031년까지 관리 중인 253개 정비구역에서도 39.2%의 순증 효과를 예상했습니다.
서울시는 현재의 공급난을 2012~2020년 정비구역 389곳을 대규모로 해제한 결과로 진단하면서, 네 가지 규제 완화를 정부에 다시 건의했습니다. 재개발 임대주택 비율 완화와 용적률 상향,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의 3년 한시 유예, 이주비 대출 LTV 40%→70% 상향, 조합설립 동의율 75%→70% 완화입니다. 서울시는 2031년까지 31만1000가구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발생할 이주 수요를 약 9만8000가구로 추산합니다.
국토부 답변은 원론에 머물렀습니다. 주택실장은 "그 이상 진도가 나간 상태는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서울시는 공급으로 풀자고 하고, 정부는 가계부채 총량 관리라는 다른 축을 쥐고 있는 상태입니다.
다음 주에 확인해야 할 네 가지
발표가 나오면 물량 총계보다 아래 네 가지를 먼저 보시길 권합니다.
첫째, 추가 5만 가구의 성격입니다. 지구지정 전 후보지인지, 이미 절차가 진행 중인 부지인지에 따라 도착 시점이 몇 년씩 달라집니다.
둘째, 용산 물량이 1만인지 8000인지입니다. 서울시와의 합의 여부가 곧 일정의 신뢰도입니다.
셋째, 정비사업 항목이 대책에 포함됐는지입니다. 공공택지가 7~8년짜리라면 2~3년 안에 나올 물량은 결국 재건축·재개발에서 나옵니다. 조합원 지위 양도 유예와 동의율 완화가 담기는지가 분기점입니다.
넷째, 이주비 대출입니다. LTV 40%가 70%로 풀리면 정비사업 진행 속도에 직접 영향을 줍니다. 다만 이는 가계부채 관리 기조와 정면으로 부딪히는 항목이라 이번 대책에서 가장 조율이 어려운 부분으로 보입니다.
두 차례 회의에 열두 시간이 들어갔다는 사실 자체가, 부처와 지자체 사이의 이견이 아직 좁혀지지 않았음을 보여줍니다. 발표된 숫자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그 숫자에 붙은 일정과 합의 여부를 함께 읽으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