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서 새로 받는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14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아졌습니다. 한국은행이 10월 29일 발표한 '9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신규취급액 기준 주담대 금리는 연 4.88%로, 한 달 새 0.22%포인트 올랐습니다. 2012년 4월(4.94%) 이후 최고치입니다. 고정형은 5.11%로, 2013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 5%대에 들어섰습니다. 그런데 새 주담대 가운데 고정형 비중은 35.3%에서 34.2%로 오히려 줄었습니다. 나머지 3분의 2가량은 변동형입니다. 대출을 앞두고 계시다면 이 두 숫자를 함께 보셔야 합니다.
통계는 9월의 기록, 창구는 이미 움직였습니다
상승의 출발점은 기준금리입니다. 한은은 7월과 8월에 연속으로 금리를 올렸고, 기준금리는 현재 연 3.00%입니다. 김성준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8월 인상 이후 시장금리가 0.2%포인트 안팎 오른 것을 대출금리 상승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고정형의 지표인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1.54%포인트 뛰었습니다. 그 결과 9월 신규 가계대출 가운데 금리 5% 이상이 적용된 비중은 20.0%에서 31.6%로 한 달 만에 크게 늘었습니다.
다만 이 수치는 9월에 나간 대출의 평균입니다. 지금 창구 금리와는 다릅니다. 10월에는 장기금리와 단기금리가 엇갈렸습니다. 은행채 5년물은 9월 말 4.53%에서 10월 30일 4.236%까지 내려왔습니다. 반면 변동형의 기준인 9월 신규취급액 코픽스는 3.43%로 0.25%포인트 올라, 상승 폭이 46개월 만에 가장 컸습니다. 미디어펜에 따르면 10월 30일 5대 은행의 혼합형 금리는 연 4.57~6.47%, 6개월 변동형은 연 4.44~6.08%입니다. 고정형은 쉬어 가고 변동형은 따라 올라오면서 두 금리의 간격이 좁아지는 모습입니다.
0.35%포인트, 싸지만 얇은 차이입니다
9월 평균으로 보면 고정형(5.11%)과 변동형(4.76%)의 차이는 0.35%포인트입니다. 4억 원을 30년 원리금균등으로 빌린다고 가정해 단순 계산하면 월 상환액은 약 217만 원과 209만 원으로, 매달 8만5000원가량 차이가 납니다. 당장의 부담이 적은 변동형으로 기운 데에는 이 차이가 작용했을 수 있습니다. 한은이 밝힌 이유가 아니라 필자의 해석입니다.
하지만 이 간격은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한두 번이 대출금리에 그대로 반영되면 사라질 수 있는 크기입니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10월 22일 금리를 동결하면서도 "물가 오름세가 목표 수준(2%)에 안정적으로 도달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대응할 것"이라며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습니다. 금융권에서 "격차가 작은 지금은 고정형을 택할 유인이 크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그렇다고 고정형이 정답은 아닙니다. 은행의 고정형 상품은 대개 5년 뒤 변동으로 바뀌는 혼합형입니다. 은행채 금리에는 앞으로의 인상 기대도 어느 정도 담겨 있습니다. 2~3년 안에 갚거나 갈아탈 계획이라면 변동형이 나을 수 있으니, 중도상환수수료까지 넣어 비교해 보셔야 합니다.
이미 변동형을 쓰고 계신 분은 재산정 시점부터 확인하셔야 합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4분기에 금리가 바뀌는 은행 주담대 잔액은 165조 원입니다. 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5억 원 대출의 연 이자는 125만 원 늘어납니다.
무엇을 봐야 할까요
첫째, 11월의 두 일정입니다. 11월 중순에 나올 10월 코픽스는 변동형 금리를 바로 움직입니다. 11월 26일에는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립니다. 시장에서는 11월 인상 전망도 나오지만 어디까지나 전망이므로, 결과를 단정해 대출 시기를 잡는 것은 피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둘째, 은행채 하락이 실제 금리로 내려오는지입니다. 11월 말께 나올 10월 통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김성준 팀장도 지표금리를 따라가면 내릴 수 있지만 가산금리 조정을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연말에 대출 총량이 부담스러워지면 은행이 가산금리를 높이거나 우대금리를 줄여 하락 폭이 작아질 수 있습니다.
셋째, 은행별 격차입니다. 10월 30일 혼합형 금리 하단은 신한은행이 4.57%, 우리은행이 5.82%로 1.25%포인트 벌어져 있습니다. 상품과 우대 조건이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평균 금리만 보고 판단하지 마시고 여러 곳의 조건을 받아 보셔야 합니다.
넷째, 세입자와 낙찰자의 금리입니다. 9월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4.57%로 0.22%포인트 올랐습니다. 경매 낙찰자도 예외가 아닙니다. 이번 주담대 수치는 예금은행 기준인데, 같은 달 비은행권 일반대출 평균 금리는 신협 5.25%, 상호금융 5.09%, 새마을금고 4.97%였습니다. 주담대만 따로 낸 수치는 아니므로 참고용으로만 보시되, 경락잔금대출을 쓸 계획이라면 입찰 전에 실제 금리와 한도를 먼저 받아 두시기 바랍니다.
14년 5개월 만의 최고치는 9월에 대한 기록일 뿐, 오늘 내가 받을 금리는 아닙니다. 평균 금리보다 내 대출의 재산정 시점과 상환 기간부터 따져 보시기를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