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고양창릉 S3블록 나눔형 공공분양에 사전청약으로 이름을 올린 사람들에게 정부가 제시한 조건은 분명했습니다. 연 1.9~3.0% 고정금리, 최장 40년 만기, 분양가의 최대 80%(한도 5억원) 까지 빌려주는 전용 모기지. 이 한 줄을 믿고 4년 가까이 기다린 이들이 지난 6월 말 받아 든 본청약 입주자 모집공고문에는, 정작 그 한 줄이 없었습니다.
공고문에서 사라진 한 줄
본청약 공고에 남은 것은 전용 모기지가 아니라 일반 디딤돌 계열 대출이었습니다. 연 1.8~4.5% 금리, 최대 4억원, LTV 70% 수준. 게다가 "입주자 대환 불가", "중도금 집단대출 미정"이라는 문구까지 붙었습니다. 한도가 5억원에서 4억원으로, LTV가 80%에서 70%로 내려가면, 같은 집을 사는 데 필요한 자기자금은 대략 1억원 늘어납니다. 4년을 기다린 대가가 '분양가 상승'만이 아니라 '대출 축소'이기도 했던 셈입니다.
당첨자들은 지난달 30일 성명을 냈습니다. 요구는 네 가지였습니다. 사전청약 때 제시된 전용 모기지 조건을 그대로 적용할 것인지 명확히 밝힐 것, 적용이 어렵다면 특례대출 같은 보완책을 마련할 것, 계약을 포기할 경우의 청약 제한 등 불이익을 완화할 것, 그리고 대출조건이 바뀐 경위와 협의 내용을 공개할 것. 요컨대 "약속이 왜 조용히 사라졌는지"를 물은 것입니다.
5억은 돌아왔지만, 숫자 뒤의 조건
논란이 커지자 국토교통부는 7월 7일 해명을 내놨습니다. 사전청약 당첨자에게는 디딤돌 대출의 소득기준·주택가격 요건과 무관하게 전용 모기지를 최대 5억원 한도, LTV 80%, DSR 미적용으로 차질 없이 지원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표면적으로 한도(5억)와 LTV(80%)는 되살아났습니다.
문제는 그다음 문장입니다. 금리와 만기는 "시장상황 변동 등을 감안해 대출 신청 시점의 디딤돌 대출 요건을 적용" 하겠다고 했습니다. 사전청약 때 약속했던 '연 1.9~3.0% 고정금리, 40년 만기'라는 확정 조건이 아니라, 입주 시점(잔금대출 실행일)의 디딤돌 금리를 따르겠다는 뜻입니다. 되돌아온 것은 '5억'이라는 숫자였고, 사라진 것은 '고정'과 '40년'이라는 안전장치였습니다. 중도금 집단대출도 2027년 1분기에 협약을 추진하겠다는 계획만 나온 상태라, 입주까지의 자금 스케줄은 여전히 안갯속입니다.
사전청약이라는 제도가 남긴 청구서
이 사건은 한 단지의 해프닝이 아닙니다. 2021년 이후 사전청약을 진행한 단지는 99개, 공급 물량은 약 5만2,000가구에 이르지만, 2026년 6월까지 본청약을 마친 곳은 13개 단지뿐입니다. 정부는 이미 2024년 5월 사전청약 신규 시행을 중단했습니다. 그사이 본청약에 도달한 10개 블록을 보면 5곳은 사전청약 추정 분양가보다 15~20%, 나머지 5곳은 20~30% 올랐습니다. 고양창릉 S5블록은 6억7,300만원에서 7억7,289만원으로(+14.8%), 남양주왕숙2 A3블록은 5억6,330만원에서 7억3,245만원으로(+30.0%) 뛰었습니다.
가격은 오르고 대출은 줄자, 당첨자들은 발로 답했습니다. 고양창릉 S1블록은 배정 362가구 중 212가구만 본청약에 참여해 이탈률이 41.4%에 달했고, 첫 본청약 3개 블록(S5·S6·A4)에서도 당첨자 1,401명 중 373명이 떠났습니다. "먼저 당첨받았다"는 사실이 더는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신호입니다.
무엇을 봐야 하나
사전청약 당첨자라면, 국토부가 말한 '전용 모기지 지원'의 문구가 실제 본청약·잔금 공고에 명시되는지를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구두 해명과 공고문은 법적 무게가 다릅니다. 특히 ①금리가 고정인지 신청 시점 변동인지, ②만기가 40년으로 유지되는지, ③중도금 집단대출 협약이 실제로 체결됐는지 — 이 세 가지가 자금계획의 뼈대입니다. 나눔형처럼 '전용 금융'을 전제로 설계된 공공분양은, 분양가만큼이나 '약속된 대출이 공고문에 살아 있는가'가 당첨의 실질 가치를 좌우합니다. 숫자 하나가 아니라, 숫자 뒤에 붙은 조건까지 읽어야 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