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9월 수도권 연립·다세대(빌라) 경매 진행 건수는 4만5865건입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1% 늘었습니다. 물건은 크게 늘었는데 값은 내려갔습니다. 같은 기간 서울 빌라의 월평균 낙찰가율은 77.0%로 1년 전 82.9%보다 5.9%포인트 낮습니다. 경매 데이터 업체 지지옥션이 10월 25일 내놓은 집계입니다. 업계는 그 원인으로 2023~2024년에 몰렸던 전세보증 사고를 꼽습니다. 그 사고가 2년의 시차를 두고 이제 법원 경매 게시판에 올라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2년 전 사고가 왜 지금 경매로 나오나
구조는 이렇습니다.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세입자에게 먼저 보증금을 내줍니다(대위변제). 그다음 HUG가 그 채권을 들고 집주인의 집을 경매에 넘겨 돈을 회수합니다. 보증금 지급부터 임차권 정리, 경매 신청, 감정, 첫 매각기일까지 보통 1년 이상 걸립니다. 그래서 역전세가 가장 심했던 시기의 사고가 지금 물량으로 쌓이고 있습니다. 지지옥션도 HUG가 신청하는 경매가 크게 늘었고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역별로는 경기 2만846건, 서울 1만6885건, 인천 8134건입니다. 다만 이 숫자는 집이 아니라 '진행 건수' 기준입니다. 한 번 유찰된 집이 다음 기일에 다시 나오면 다시 셉니다. 실제 집 수는 이보다 적습니다.
77%와 24%가 같이 말하는 것
낙찰가율보다 먼저 볼 숫자는 낙찰률입니다. 서울 빌라의 월평균 낙찰률은 24.2%, 서울 오피스텔은 21.3%입니다. 경매에 나온 물건 10건 중 7~8건이 주인을 찾지 못하고 다음 회차로 넘어간다는 뜻입니다. 오피스텔 낙찰가율은 84.4%에서 73.1%로 11.3%포인트나 내려갔습니다. 경기(60.9%)와 인천(60.4%) 빌라는 평균적으로 감정가의 60% 선에서 팔렸습니다.
이 숫자는 회수하는 쪽의 사정과 바로 이어집니다. 한국일보가 보도한 HUG의 국정감사 제출 자료(김은혜 의원실, 10월 14일)를 보면, HUG가 상습 채무불이행자에게서 회수한 2조2625억 원 가운데 1조550억 원(46.6%)은 HUG가 경매에서 직접 집을 낙찰받고 대금을 채권과 상계한 금액입니다. 현금이 들어온 회수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사려는 사람이 없으니 보증기관이 직접 집을 떠안는 구조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입찰자가 확인할 세 가지
첫째, 임차인 보증금을 낙찰자가 떠안는지 확인하십시오. HUG가 승계한 임차권이 대항력을 갖춘 선순위라면, 배당으로 다 받지 못한 보증금을 낙찰자가 물어줘야 할 수 있습니다. HUG는 물건에 따라 낙찰자에게 남은 보증금을 청구하지 않겠다는 확약서를 법원에 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모든 물건이 그런 것은 아닙니다. 매각물건명세서의 '특별매각조건'과 인수 여부 기재를 반드시 확인하십시오. 여러 번 유찰돼 값이 많이 내려간 물건일수록 이 부분이 이유인 경우가 많습니다.
둘째, 감정가 대비가 아니라 시세 대비로 보십시오. 빌라는 거래가 드물어 시세를 잡기 어렵습니다. 감정가의 70%에 사도 실제 거래가보다 비쌀 수 있습니다. 인근 실거래가, 같은 건물의 최근 전세가, 그리고 낙찰률 24%라는 숫자를 함께 보셔야 합니다. 경매로도 잘 안 팔리는 시장이라면 나중에 일반 매매로 되팔기도 쉽지 않습니다.
셋째, 낙찰자와 원래 집주인의 관계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경향신문은 10월 25일, 세입자 8명의 보증금 12억6000만 원이 묶인 서울의 한 빌라가 8월 경매 첫 회차에서 바로 낙찰됐는데 낙찰자가 집주인 전남편의 매제였다고 보도했습니다. 세입자들은 '신종 전세사기'라고 주장합니다. 경찰은 두 차례 무혐의로 판단했고 사건은 현재 공소청이 검토하고 있어, 위법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민사집행규칙상 채무자 본인은 매수 신청을 할 수 없지만 친인척은 막혀 있지 않습니다. 보증보험이 없는 세입자에게는 경매 배당이 사실상 유일한 회수 수단입니다. 그래서 첫 회차 낙찰가가 낮게 정해지면 그 손실이 고스란히 세입자에게 돌아갑니다.
무엇을 지켜봐야 하나
앞으로는 두 가지를 보시면 됩니다. 하나는 낙찰률입니다. HUG 물건이 계속 유찰되면 최저가가 회차마다 20~30%씩 내려가고, 주변 빌라 시세의 기준점도 함께 낮아질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HUG 회수 통계의 공개 방식입니다. 국회는 자가낙찰 상계분과 현금 회수를 나눠 공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지금 공개된 통계로는 전체 경매 가운데 HUG가 신청한 물건이 얼마인지도 구분되지 않습니다.
빌라 경매가 싸 보이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2년 전 전세 사고의 정산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입찰을 생각하신다면 숫자보다 그 집에 남아 있는 보증금이 누구에게 어떻게 정리되는지를 먼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