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9~23일 한 주 동안 서울 법원경매에 나온 아파트는 69건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새 주인을 찾은 집은 15건, 낙찰률은 21.7%입니다. 그런데 팔린 15건의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은 평균 103.2%로 10주 만에 가장 높았습니다. 지지옥션 집계를 서울경제와 뉴스핌이 전한 내용입니다. 다섯 건 중 네 건은 주인을 찾지 못했는데, 팔린 집은 감정가보다 비싸게 팔린 셈입니다. 서로 어긋나 보이는 두 숫자를 함께 읽으면 지금 경매시장에서 돈이 어디로 몰리는지가 보입니다.
한 주 숫자, 무엇이 달라졌나
전주와 비교하면 서울 낙찰률은 26.7%에서 21.7%로 5.0%포인트 내렸습니다. 같은 기간 낙찰가율은 101.2%에서 103.2%로 2.0%포인트 올랐습니다. 평균 응찰자 수는 5.8명에서 5.9명으로 거의 같았습니다.
수도권 전체로 넓혀도 흐름은 비슷합니다. 수도권 아파트 경매는 269건이 진행돼 84건이 낙찰됐고, 낙찰률 31.2%는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반면 낙찰가율은 91.7%로 2주 연속 90%대를 지켰고, 평균 응찰자도 5.3명에서 6.5명으로 늘었습니다. 경기는 낙찰률이 48.8%에서 36.0%로 12.8%포인트 급락했고, 인천은 응찰자가 3.6명에서 7.7명으로 두 배 넘게 늘었습니다.
정리하면 경매에 참여하는 사람은 줄지 않았는데, 이들이 손을 드는 물건의 폭이 좁아졌습니다. 마음에 드는 집에는 여럿이 몰려 값을 올리고, 나머지는 그대로 유찰되는 구조입니다.
응찰이 몰린 곳은 60㎡ 안팎 중저가
낙찰가율을 끌어올린 물건은 대부분 전용 60㎡ 안팎의 소형 아파트였습니다. 구로구 구로동 한신휴플러스 전용 58㎡는 11명이 응찰해 8억7500만 원(낙찰가율 116.8%)에 팔렸습니다. 동대문구 답십리동 신답극동 68㎡는 약 7억2900만 원(115.2%), 강동구 강일동 강동리버스트4단지 60㎡는 10억4310만 원(111.9%), 강서구 방화동 장미아파트 59㎡는 약 6억5889만 원(110.9%)에 낙찰됐습니다. 경기에서도 안양 만안구 주공뜨란채(118.0%), 군포 금정동 주공3단지(113.1%)처럼 구축 소형 단지가 감정가를 넘겼습니다.
고가 아파트는 반대였습니다. 지지옥션 9월 보고서를 보면 성수동 트리마제 전용 152㎡와 여의도 삼부 146㎡는 모두 두 번 유찰된 뒤 감정가의 79% 수준에 낙찰됐습니다. 지지옥션은 세제 개편안 발표 뒤 세 부담을 걱정한 고가 아파트 매수세가 위축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같은 서울 아파트 경매라도 가격대에 따라 분위기가 정반대로 갈린 것입니다.
배경으로는 두 가지가 꼽힙니다. 첫째, 경매로 낙찰받은 아파트는 토지거래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고 물건도 비교적 많아 실수요자가 들어오기 쉽습니다(이현정 즐거운경매 대표, 한국경제). 둘째, 잔금 대출 여력이 줄면서 응찰자가 감당할 수 있는 가격대가 좁아졌습니다. 감당할 수 있는 10억 원 안팎 물건에 수요가 몰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입니다.
실수요자·투자자가 봐야 할 것
첫째, 한 주 숫자를 일반화하지 마십시오. 서울 69건, 낙찰 15건은 표본이 작아 몇 건만 비싸게 팔려도 평균이 크게 움직입니다. 9월 서울 아파트 월간 낙찰가율은 94.7%로 1년 7개월 만의 최저였습니다. 방향을 판단하려면 11월 초에 나올 10월 월간 보고서와 함께 보셔야 합니다.
둘째, 낙찰가율 100% 이상이 곧 '비싸게 샀다'는 뜻은 아닙니다. 감정가는 보통 경매 개시 몇 달 전 시세로 매겨집니다. 그사이 시세가 올랐다면 110%에 낙찰돼도 현재 시세보다 쌀 수 있고, 반대라면 90%도 비쌀 수 있습니다. 응찰 전에는 감정 시점과 최근 실거래가를 꼭 비교하십시오. 여기에 취득세, 명도 비용, 미납 관리비까지 더한 총비용이 기준이어야 합니다.
셋째, 유찰이 쌓인 물건에 기회와 함정이 함께 있습니다. 낙찰률이 낮다는 것은 다음 회차에 최저가가 떨어지는 물건이 늘어난다는 뜻입니다. 다만 강은현 명도 경매연구소장의 말처럼 대출 여력이 줄어든 상황에서는 "물건 증가→유찰 누적→낙찰가율 추가 하락" 흐름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싸졌다는 이유만으로 들어가기보다 왜 유찰됐는지부터 확인하셔야 합니다. 세 부담 때문인지, 입지 때문인지, 아니면 선순위 임차인 같은 권리 문제 때문인지를 따져야 합니다.
지금 서울 아파트 경매는 '덜 팔리지만, 팔리면 비싼' 시장입니다. 소형 중저가 물건이라면 감정가를 넘겨 써야 낙찰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고가·비인기 물건은 시간을 두고 기다리는 쪽이 유리해졌습니다. 내가 노리는 물건이 둘 중 어디에 속하는지부터 가려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