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0일 청주지법 영동지원 경매법정에 충북 영동군 매곡면의 논 1107㎡(약 335평)가 다시 나왔습니다. 이미 일곱 번 유찰된 물건이라 최저매각가격은 740만 원, 감정가의 21%까지 내려가 있었습니다. 그래도 응찰자는 한 명도 없었고, 여덟 번째 경매도 무산됐습니다. 이날 이 법정에 나온 논·밭·과수원은 34건이었는데, 응찰자가 있었던 물건은 4건이었고 그중 3건은 혼자 써낸 단독 입찰이었습니다. 같은 날 인근 옥천군의 한 아파트에는 12명이 몰렸습니다. 서울경제가 지지옥션에 의뢰해 22일 보도한 전국 농지 경매 분석에 나온 장면입니다.
물건은 52.7% 늘고, 팔리는 비율은 17.6%
숫자를 보면 영동 법정의 모습이 예외가 아닙니다. 올해 들어 10월 19일까지 전국 법원에 나온 농지 경매는 4만1941건입니다. 2024년 같은 기간 2만7466건보다 52.7% 많습니다.
물건이 늘어난 만큼 팔리지는 않았습니다. 입찰에 부쳐진 물건 가운데 실제로 주인을 찾은 비율(매각률)은 2024년 22.9%, 2025년 19.5%, 올해 17.6%로 해마다 낮아졌습니다. 다섯 건 중 네 건 넘게 유찰된다는 뜻입니다. 올해 평균 응찰자 수도 1.78명에 그쳤습니다.
가격은 더 떨어졌습니다. 올해 낙찰된 논·밭·과수원 7395건 가운데 5008건(67.7%)이 감정가의 50% 이하에 팔렸습니다. 이 비중은 2024년 42.5%, 2025년 58.1%였고, 2년 만에 25.2%포인트 올랐습니다. 영동군 매곡면 어촌리의 한 밭도 일곱 번 유찰된 끝에 감정가의 22%에 최고가매수신고인이 정해졌습니다.
전수조사가 매수 심리를 더 눌렀다
농촌 인구가 줄고 고령화되면서 농지를 사서 직접 지을 사람이 줄어든 것은 오래된 흐름입니다. 올해는 여기에 제도 변화가 겹쳤습니다.
5월 7일 국회를 통과한 개정 농지법은 지방자치단체 재량이던 농지 처분명령을 의무로 바꿨습니다. 법률신문에 실린 법무법인 율촌의 분석을 보면, 처분명령을 받은 소유자는 원칙적으로 6개월 안에 농지를 팔아야 합니다. 팔지 않으면 감정평가액과 공시지가 중 높은 금액의 25%가 이행강제금으로 매년 부과됩니다. 배우자나 직계존비속 같은 특수관계인에게 넘기는 것도 막혔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5월 18일부터 지방정부와 함께 1996년 농지법 시행 이후 취득한 농지 115만㏊에 대한 전수조사에 들어갔습니다(농민신문). 위성사진과 AI 탐지, 공익직불금·농자재 구매 이력을 대조해 실제로 농사를 짓는지 확인하는 방식입니다. 1996년 이전에 취득한 80만㏊는 2027년부터 조사합니다.
지지옥션 분석에서는 전수조사가 진행된 5월 18일부터 10월 19일까지 매각률이 16.4%였습니다. 조사 전(19.1%)과 지난해 같은 기간(19.3%)보다 모두 낮습니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전수조사 이후 거래시장이 더 냉각됐다고 진단했습니다. 은퇴 뒤 귀농을 대비해 미리 농지를 사두던 수요가 줄었다는 현지 주민의 말도 같은 흐름입니다.
싸다는 이유만으로 들어가면 안 되는 이유
감정가의 20%대라는 숫자만 보면 기회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가격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농지 경매에 참여하려는 분은 다음을 먼저 확인하셔야 합니다.
첫째, 농지취득자격증명입니다. 농지는 낙찰을 받아도 정해진 기한 안에 농취증을 내지 못하면 매각이 불허되고, 법원이 특별매각조건으로 정한 경우 입찰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입찰 전에 해당 읍·면에서 발급이 가능한지 확인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둘째, 사고 난 뒤의 경작 의무입니다. 경매로 취득한 농지도 실경작 의무가 있습니다. 농사를 짓지 않으면 처분명령과 연 25% 이행강제금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직접 지을 계획 없이 싼 값만 보고 샀다가는 몇 년 안에 땅값보다 큰 부담을 질 수 있습니다.
셋째, 되팔 수 있는지입니다. 매각률 17.6%는 내가 나중에 팔 때도 사줄 사람이 드물다는 뜻입니다. 낙찰가가 싸도 유동성이 없으면 묶인 돈이 됩니다. 진입로, 맹지 여부, 농업진흥구역 지정 여부도 반드시 따져야 합니다.
이 흐름은 농촌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담보로 잡힌 농지가 거듭 유찰되면 금융기관은 처분이 늦어지고 회수액도 줄어듭니다. 땅값이 떨어지면 농가가 그 땅을 담보로 빌릴 수 있는 돈도 줄어들고, 이는 다시 농지 수요를 위축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김홍상 농정연구센터 이사장은 투기적 취득은 엄격히 관리하되 중장기 원칙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정리하면, 지금 농지 경매의 낮은 낙찰가는 시장이 바닥이라는 신호라기보다 수요가 구조적으로 줄고 규제 부담이 커졌다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앞으로는 8~12월 심층조사 결과와 실제 처분명령 규모, 그리고 청년농 등 실경작자에게 농지를 넘기는 지원책이 나오는지를 지켜보셔야 합니다. 직접 농사를 지을 분이라면 지금이 협상력이 큰 시기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시세차익만 노리는 분에게는 감정가의 21%도 결코 싼 값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