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기준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는 2577만3825명입니다. 지난해 12월 말 2618만4107명과 비교하면 7개월 만에 41만282명이 사라졌습니다. 청약통장 이탈은 몇 해째 반복돼 온 이야기라 그 자체로는 새롭지 않습니다. 다만 이번 숫자에는 그냥 넘기기 어려운 대목이 하나 더 있습니다. 같은 기간 1순위 가입자는 51만8148명이 줄었습니다. 전체 감소분보다 10만명 넘게 많습니다.
전체보다 1순위가 더 줄었다는 뜻
전체 감소폭보다 특정 계층의 감소폭이 크다는 것은 산술적으로 한 가지를 의미합니다. 신규 가입자는 있었지만 그들은 아직 1순위 요건을 갖추지 못한 구간에 머물러 있고, 정작 통장을 깬 쪽은 오래 납입해 1순위 자격을 이미 확보한 사람들이었다는 뜻입니다. 1순위 가입자는 지난해 말 1705만5826명에서 7월 말 1653만7678명으로 내려왔습니다.
한 달 단위로 쪼개 보면 패턴이 더 선명합니다. 6월 말 전체 가입자는 2583만4034명, 1순위는 1664만5497명이었습니다. 7월 한 달 동안 전체는 6만209명 줄었는데, 1순위는 10만7819명이 빠졌습니다. 신규 유입이 하단을 메우는 사이 상단이 그보다 빠르게 비어 가는 구조입니다. 가입자 정점이었던 2022년 6월(2859만9279명)과 비교하면 4년 만에 282만명가량이 이탈했습니다.
통장을 깨는 사람의 계산법
10년, 15년을 부어 1순위가 된 사람이 통장을 해지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유지 비용 대비 당첨 확률이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올해 1~7월 전국 아파트 1순위 평균 경쟁률은 5.04대 1이지만, 평균은 실감을 가려 줍니다. 서울 서초구 오티에르 반포의 1순위 평균 경쟁률은 710.2대 1이었습니다. 서울 주요 단지의 당첨 가점은 70점대가 예사이고, 84점 만점 당첨자가 나온 곳도 있습니다. 가점 60점 안팎의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서울 인기 단지는 사실상 응모권 없는 추첨입니다.
분양가도 통장의 매력을 깎아내립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집계로 서울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6208만6000원, 지난 5월 기록한 6355만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준입니다. 당첨돼도 잔금을 감당할 수 있느냐가 먼저 걸리는 구간입니다.
한쪽은 상시화, 한쪽은 2년 앞당김
정부도 이 흐름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지난 8월 3일 발표된 2026년 세제개편안은 주택청약종합저축 납입액 소득공제의 2028년 12월 31일 일몰 규정을 삭제해 제도를 상시화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총급여 7000만원 이하 무주택 세대주가 연 300만원 한도로 납입액의 40%, 최대 120만원을 공제받는 현행 혜택이 기한 없이 유지되는 방향입니다.
그런데 같은 개편안에서 청년 대상 청약저축의 이자소득 비과세(500만원 한도)는 적용기한이 2028년 말에서 2026년 말로 2년 앞당겨졌습니다. 폐지가 확정될 경우 늘어나는 세수는 연 6억원 남짓으로 추산됩니다. 한쪽 문은 열어 두고 다른 쪽 문은 앞당겨 닫는 셈이라, 정작 신규 유입이 가장 필요한 20~30대에게 보내는 신호가 엇갈립니다.
실수요자가 지금 확인할 것
첫째, 소득공제 상시화는 아직 정부안입니다. 개편안은 입법예고와 국무회의를 거쳐 9월 3일 이전 정기국회에 제출됩니다. 확정은 연말 국회 처리 이후이니, 통장 유지 여부를 이 조항 하나에 걸어 두고 판단하기에는 이릅니다.
둘째, 청년 비과세 해당자는 연내 일정을 점검해야 합니다. 올해 말 종료가 유력한 만큼, 납입 스케줄을 앞당길 실익이 있는지 본인 이자소득 규모로 계산해 보시기 바랍니다.
셋째, 유형별 경쟁률 차이를 보십시오. 올해 1~7월 특별공급 평균 경쟁률은 3.52대 1로 일반공급 1순위(5.04대 1)보다 낮았습니다. 생애최초는 9.79대 1로 높았지만, 나머지 유형은 상대적으로 문이 넓습니다. 가점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통장을 정리하기 전에 본인이 쓸 수 있는 특별공급 유형부터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넷째, 1순위 이탈은 경쟁률의 분모가 줄어든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서울 핵심 단지에서는 체감되지 않겠지만, 지방과 수도권 외곽 단지에서는 실제로 문턱이 낮아질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짚어 두겠습니다. 청약통장 잔액은 주택도시기금의 핵심 재원입니다. 가입자가 282만명 빠져나간 상태가 이어지면 디딤돌·버팀목 같은 정책대출의 여력에도 제약이 생깁니다. 청약을 준비하지 않는 매매·경매 수요자에게도 남의 일이 아닌 이유입니다. 청약통장 통계는 매달 청약홈에서 공개됩니다. 8월 수치에서 1순위 감소폭이 전체 감소폭을 계속 웃도는지가 다음 확인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