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자에게 경매는 보증금을 돌려받는 거의 유일한 통로였습니다. 그런데 그 통로로 얼마를 돌려받을지는 낙찰가가 정했습니다. 유찰이 거듭돼 최저가가 내려가면 배당도 함께 줄었습니다. 10월 6일 국무회의는 이 구조 아래에 바닥을 하나 까는 내용의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습니다. 11월 13일부터 경·공매 등으로 돌려받은 금액이 임차보증금의 3분의 1에 못 미치면, 국가가 그 차액을 지급합니다.
바닥은 '보증금의 3분의 1'입니다
계산 방식부터 보겠습니다. 기준은 보증금의 3분의 1인 '최소보장금'입니다. 여기서 피해자가 이미 회수한 금액을 빼면 국가가 줄 '최소지원금'이 나옵니다. 빼는 항목은 대항력·우선변제권으로 받은 배당금, 임차보증금반환채권 변제액, 경매차익, 임대료 지원액입니다. 경매차익은 공공주택사업자가 피해주택을 매입할 때 생기는 감정가와 낙찰가의 차이를 말합니다.
국토부가 든 예시는 이렇습니다. 보증금 1억5000만원인 피해자가 경매 배당 2000만원과 경매차익 1000만원을 받았다면, 지금은 회수액이 3000만원에서 끝납니다. 앞으로는 최소보장금 5000만원과의 차액 2000만원을 추가로 받아 회수액이 5000만원이 됩니다.
다만 이름 그대로 '최소' 보장입니다. 같은 예시에서도 보증금의 3분의 2인 1억원은 여전히 돌려받지 못합니다. 피해를 메워 주는 제도라기보다는, 경매 결과가 아무리 나빠도 일정 수준 아래로는 떨어지지 않게 하는 안전판으로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경매가 끝나기 전에 받는 사람은 따로 있습니다
이번 개정에는 '선지급·후정산' 제도도 들어 있습니다. 경·공매가 끝나기 전에 지원금을 먼저 지급하고, 이후 추가로 회수한 금액을 반영해 정산하는 방식입니다. 일부 보도는 이를 피해자 전반에 적용되는 것처럼 소개했지만, 대상은 신탁사기 등 무권계약 피해자입니다. 처분 권한이 없는 사람과 계약해 배당 순위 자체가 불리한 경우를 먼저 구제하려는 취지입니다.
신청 시점은 경우에 따라 다릅니다.
- 피해주택 매입을 공공주택사업자에게 요청한 경우: 경매차익 산정이 끝난 뒤 최소지원금 신청 - 매입을 요청하지 않은 경우: 피해주택 처분 절차가 끝난 뒤 신청 - 선지급금: LH의 매입이나 처분 절차가 끝나기 전까지 신청
지급과 정산은 LH가 맡습니다. LH는 신청일로부터 90일 안에 지급 여부와 금액을 알려야 하며, 부득이한 경우 30일 범위에서 한 번 연장할 수 있습니다. 결정에 이의가 있으면 통지일로부터 30일 안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피해자가 지금 챙겨야 할 것
제도가 생겼다고 자동으로 돈이 들어오지는 않습니다. 법조계 해설(인천일보 '로펌스토리')은 신청이 막히는 경우로 세 가지를 꼽습니다. 피해주택을 직접 사들인 경우, 경·공매에서 배당요구나 배분요구를 하지 않은 경우, 이미 선지급을 받은 경우입니다. 특히 배당요구 기한을 놓치면 경매 배당을 못 받는 데 그치지 않고 최소지원금 신청까지 막힐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지금 경매가 진행 중인 피해자라면 배당요구 종기일부터 확인하셔야 합니다.
피해주택을 직접 낙찰받을지도 다시 따져 봐야 합니다. 직접 매수하면 집은 남지만 최소보장 대상에서 빠질 수 있습니다. 낙찰받아 계속 사는 쪽과 3분의 1을 보장받고 나가는 쪽 가운데 어느 쪽이 유리한지는 보증금, 예상 배당액, 대출 여력에 따라 달라집니다. 신청 전에 숫자로 비교해 보시기 바랍니다.
지원금을 받은 뒤 보증금을 추가로 회수하면 신고하고 그만큼 반납해야 합니다. 기한 안에 반납하지 않으면 위반 횟수에 따라 최대 3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경매 참여자에게는 무엇이 달라지나
일반 응찰자에게도 의미가 있습니다. 이번 개정으로 공공주택사업자가 경·공매로 피해주택을 사들이면서 그 집에 사는 비피해 임차인의 보증금 반환채무를 떠안으면, 그 비용을 주택 취득비용에 넣을 수 있게 됐습니다. 그동안 공공 매입을 가로막던 비용 문제 하나가 풀린 셈입니다. 다가구·빌라처럼 피해자와 비피해 임차인이 함께 사는 물건에서 공공 매입이 늘어날 여지가 생겼습니다.
그러니 피해주택 물건에 응찰하실 계획이라면 권리분석에 한 가지를 더하셔야 합니다. 해당 물건이 공공 매입 대상으로 요청됐는지, LH가 같은 물건을 노리고 있는지입니다. 시세보다 싸 보이는 빌라 경매라도 경쟁 구도는 예전과 달라질 수 있습니다.
11월 13일까지 5주가 남았습니다. 피해자는 배당요구와 신청 시점을, 응찰자는 공공 매입이 늘어나는지를 지켜보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