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은 전통적인 분양 성수기입니다. 올해도 숫자만 보면 그렇습니다. 부동산R114 집계 기준 9월 전국 분양 예정 물량은 임대를 포함해 3만3268가구로, 8월보다 74% 많고 지난해 같은 달보다 6% 많습니다. 그런데 이 물량을 지역별로 펼쳐놓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수도권 1만9949가구 가운데 경기가 1만1686가구, 인천이 8019가구입니다. 서울은 244가구입니다. 수도권 물량의 1.2%입니다.
늘어난 물량은 서울 밖에 있었습니다
집계 기관에 따라 숫자는 조금씩 다릅니다. 직방은 임대를 뺀 기준으로 9월 분양 예정을 26개 단지 2만2704가구, 일반분양 1만8643가구로 봤습니다. 일반분양만 놓고 보면 지난해 9월보다 43% 많은 규모입니다. 이 기준에서 서울은 1개 단지 85가구입니다. 경기가 12개 단지 9544가구, 인천이 3개 단지 3908가구입니다.
두 집계의 서울 숫자가 244가구와 85가구로 갈리는 건 임대분 포함 여부와 집계 시점 차이 때문입니다. 다만 어느 쪽을 쓰든 결론은 같습니다. 가을 성수기의 물량은 경기와 인천에서 나오고, 서울에서는 사실상 나오지 않습니다.
수도권에서 규모가 큰 단지는 인천 부평구 산곡역자이힐스테이트&하늘채 2706가구, 인천 미추홀구 시티오씨엘9단지오션파크뷰 1949가구, 경기 화성 아크메르동탄 1808가구, 경기 광주 경기광주역롯데캐슬시그니처 2단지 1249가구, 성남 더샵분당하이스트 1149가구 등입니다. 지방은 1만3319가구로, 광주 3216가구·충남 2025가구·경남 1963가구가 중심입니다.
8월 성적표: 21.20대 1과 2.79대 1
물량 분포보다 중요한 건 그 물량이 어떤 시장을 만나느냐입니다. 8월 청약 결과가 참고가 됩니다.
서울 4개 단지는 일반공급 691가구 모집에 1만4648건이 접수돼 21.20대 1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비수도권 8개 시도는 4692가구 모집에 1만3096건이 들어와 2.79대 1에 그쳤습니다. 서울 경쟁률이 지방의 7.6배입니다.
더 눈여겨볼 건 비중입니다. 서울의 일반공급 물량은 전체의 9.2%에 불과했는데, 전체 청약 신청의 42.1%를 가져갔습니다. 물량의 10분의 1이 신청의 5분의 2를 흡수한 셈입니다.
지방 하단은 경쟁률이라는 말을 쓰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부산은 347가구 모집에 73건(0.21대 1), 울산 0.15대 1, 전북 0.13대 1이었고, 제주는 378가구에 23건이 접수돼 0.06대 1이었습니다. 전국 1순위 경쟁률은 13개월 연속 한 자릿수입니다.
예정 물량은 예정일 뿐입니다
한 가지 더 감안해야 할 게 있습니다. 분양 '예정' 물량은 그대로 실현되지 않습니다. 8월만 봐도 계획 2만8015가구 중 실제 공급은 1만9140가구, 이행률 68%였습니다. 일반분양은 1만8861가구 계획에 1만4571가구가 나와 77%였습니다.
9월은 25일이 추석입니다. 금요일이라 연휴가 하순을 통째로 잘라내는 구조여서, 실제 청약 접수는 9월 초·중순에 몰릴 가능성이 큽니다. 일정이 밀린 단지는 10월로 넘어갑니다. 3만3268이라는 숫자를 그대로 신뢰하기보다, 청약홈 캘린더에서 모집공고가 실제로 뜬 단지만 세는 편이 정확합니다.
실수요자가 봐야 할 세 가지
첫째, 분양가와 인근 시세의 격차입니다. 지금 시장은 지역이 아니라 가격 경쟁력으로 갈립니다. 8월 결과가 보여주듯 같은 수도권에서도 시세 대비 저렴한 단지에만 통장이 몰렸고, 그렇지 않은 곳은 1000가구 넘는 대단지도 1순위를 못 채웠습니다. 입지 브랜드보다 시세 대비 몇 퍼센트인지를 먼저 계산하시기 바랍니다.
둘째, 자금 조달 가능 여부를 청약 전에 확정해 두는 것입니다. 대출 규제가 조여진 상태에서 당첨은 곧 계약 의무입니다. 중도금 대출 조건과 잔금 시점의 소득·보유 요건을 미리 확인하지 않으면, 당첨이 부담으로 바뀝니다.
셋째, 서울 물량의 희소성을 과대 해석하지 않는 것입니다. 서울 공급이 244가구뿐이라는 사실은 서울 청약 경쟁률을 계속 높게 유지시킬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그것이 곧 '지금 사야 한다'는 신호는 아닙니다. 경쟁률이 높다는 건 당첨 확률이 낮다는 뜻이고, 가점이 충분치 않다면 9월 서울 청약은 사실상 대기 전략에 가깝습니다.
물량이 74% 늘었다는 헤드라인은 사실입니다. 다만 그 물량이 내가 청약할 수 있는 곳에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올가을 분양 시장에서 확인해야 할 건 총량이 아니라 위치와 가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