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 상계동 SK북한산시티는 3830세대 대단지입니다. 2026년 8월 말 기준 이 단지에 걸린 전세 매물은 8건이었습니다. 그중 59㎡, 흔히 25평이라 부르는 평형은 단 1건이었습니다. 2856세대인 창동주공3단지는 7건, 1281세대인 월계동 현대아파트는 1건이었습니다. 같은 시기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2.75%에서 3.00%로 올렸고, 강남구 아파트값은 한 주 만에 0.41% 내렸습니다. 금리는 오르고 강남은 내리는데, 서울 외곽은 오르고 있습니다. 이 어긋남을 설명하는 열쇠는 매매 시장이 아니라 전세 시장에 있습니다.
매물이 21.8% 사라지는 동안, 월세는 10.4%포인트 늘었다
숫자부터 정리하겠습니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026년 8월 4일 기준 2만803건입니다. 2024년 같은 시점 2만6599건, 2025년 2만2865건이었으니 2년 사이 21.8%가 사라졌습니다.
같은 기간 월세는 반대로 움직였습니다. 월세 매물은 1만4547건에서 1만7553건으로 20.7% 늘었고, 전체 임대 매물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35.4%에서 45.8%로 10.4%포인트 뛰었습니다. 전세가 줄어든 만큼 월세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 전세였던 물건이 월세로 갈아탄 것에 가깝습니다.
수요 쪽 지표도 같은 방향입니다. 7월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126.2로, 같은 달 매매수급지수 112.6보다 높습니다. 이 지수는 100을 넘으면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뜻입니다. 지금 서울에서 더 급한 쪽은 사려는 사람이 아니라 살 곳을 구하는 사람입니다.
가격은 그 결과입니다. 7월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월 대비 1.34% 올랐고, 올해 누적 상승률은 5.72%입니다. 전국 2.69%, 지방 1.25%와 견주면 서울만 두 배 넘게 뛴 셈입니다.
강북구 전세가율 63.8%, 81개월 만의 숫자
전셋값이 오르면 전세가율, 즉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올라갑니다. 2026년 8월 기준 강북구는 63.8%로 2019년 11월 이후 81개월 만에 가장 높습니다. 도봉구는 61.1%, 노원구는 56.0%입니다. 평당 전셋값은 1년 전보다 노원 1967만원, 도봉 1699만원, 강북 2025만원 선으로, 12~16% 올랐습니다. 서울 평균 상승률 10%를 웃돕니다.
여기서 오해하기 쉬운 대목이 있습니다. 전세가율이 오르면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 즉 '갭'이 줄어드니 갭투자가 늘어난 것 아니냐는 해석입니다.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과 대출 규제로 전세보증금을 끼고 집을 사는 방식 자체가 상당 부분 막혀 있습니다. 전세가율이 오른 것은 투자금이 몰려서가 아니라, 전세 공급이 말라서 분자가 커진 결과입니다. 같은 63.8%라도 2019년의 63.8%와 성격이 다릅니다.
8월 31일, 강남 -0.41% 옆에서 성북 +0.54%
8월 31일 기준 주간 조사에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22% 올랐습니다. 상승폭은 전주보다 0.07%포인트 줄어 3주 만에 축소됐습니다. 그런데 안을 열어보면 방향이 갈립니다.
강남구 -0.41%, 서초구 -0.23%, 송파구 +0.01%로 고가 지역은 내리거나 멈췄습니다. 반면 성북구 +0.54%, 중랑구 +0.52%, 강북구 +0.45%, 동대문구 +0.42%로 외곽이 끌어올렸습니다. 경기도 수원 영통구 +0.65%, 성남 중원구 +0.54%, 분당구 +0.53%가 눈에 띕니다. 다만 경기 전체는 0.23%에서 0.19%로, 수도권은 0.22%에서 0.17%로 둔화됐습니다.
기준금리 3.00%는 고가 주택에 먼저 작용합니다. 대출 규모가 큰 만큼 이자 부담 증가분도 크고, 규제지역 대출 한도까지 겹칩니다. 반대로 전셋값 상승 압력은 중저가 지역에 먼저 닿습니다. 전세를 한 번 더 올려주느니 그 돈에 조금 보태 사겠다는 판단이 나오는 가격대이기 때문입니다.
실수요자가 봐야 할 세 가지
첫째, 전세 만기 6개월 전에 시세를 확인하십시오. 노도강처럼 평당 전셋값이 1년에 12~16% 오른 지역이라면 재계약 때 요구받을 증액분이 수천만원 단위입니다. 만기 직전에 알면 선택지가 없습니다.
둘째, 월세 전환을 별도 비용으로 계산하십시오. 월세 비중 45.8%는 '전세를 구하려 해도 물건이 없을 확률'로 읽는 게 정확합니다. 전세가 안 되면 반전세·월세인데, 전환율에 따라 연간 주거비가 크게 달라집니다.
셋째, 전세가율을 매수 신호로 읽지 마십시오. 지금의 전세가율 상승은 전세 공급 부족이 만든 숫자입니다. 입주 물량이 늘거나 규제가 바뀌어 전세가 다시 풀리면 이 비율은 내려갑니다. 갭이 작아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무리한 매수에 나서면, 전셋값이 조정될 때 되돌려줄 보증금이 부담으로 남습니다.
지금 서울에서 움직이는 것은 매수 심리가 아니라 거주 수요입니다. 3830세대 단지에 남은 8건이 그 사실을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