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이나 청약 경쟁률보다 먼저 움직이는 지표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집을 고치는 씀씀이입니다. 집을 사면 고치고, 고칠 마음이 없으면 사지 않습니다. 그래서 건자재·인테리어 업계의 분기 실적은 거래 통계보다 반 박자 늦지만, 그 거래가 '진짜 실수요였는지'를 알려주는 후행 검증표에 가깝습니다.
지난 8월 3~4일 발표된 2분기 실적은 그 검증표가 확실히 좋아졌음을 보여줍니다. LX하우시스는 2분기 매출 9397억원, 영업이익 549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7% 늘었고 영업이익은 329.0% 뛰었습니다.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은 100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07.5% 증가했습니다. 주력인 건축장식자재 부문만 보면 매출 6557억원(+19.9%), 영업이익 367억원입니다. 한샘도 B2C 전략상품 판매 호조를 바탕으로 수익성을 개선했다고 밝혔습니다. NH투자증권은 한샘의 올해 B2C(리하우스·홈퍼니싱) 매출이 지난해보다 16% 늘 것으로 봤습니다.
숫자를 만든 것은 신축이 아니라 구축입니다
이 반등의 연료는 분양 물량이 아닙니다. 국토교통부 6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6월 전국 주택 매매거래는 6만8819건으로 전월보다 3.5% 늘었습니다. 수도권이 3만9078건(+1.6%), 비수도권이 2만9741건(+6.2%)으로, 오히려 지방의 증가폭이 컸습니다. 상반기 누계로 전국 아파트 거래는 31만751건으로 10.4% 늘었는데, 같은 기간 서울은 4만2186건으로 2.8% 줄었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서울은 규제와 가격 부담으로 거래가 줄었고, 가격 문턱이 낮은 지방과 수도권 외곽의 구축 주택에서 실수요 매수가 붙었습니다. 구축을 산 사람은 반드시 무언가를 고쳐야 합니다. 창호가 낡았고 바닥이 들떴고 도배가 필요합니다. 건자재 실적을 밀어올린 것은 이 '어쩔 수 없는 수리'였습니다.
그런데 고치는 방식이 달라졌습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이 나옵니다. 업계에 따르면 풀리모델링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0% 감소했습니다. 전체 시장은 살아나는데 가장 비싼 상품은 오히려 줄어든 것입니다.
수천만원을 들여 집 전체를 새로 만드는 대신, 창호·바닥재·도배처럼 체감이 확실한 항목만 골라 교체하는 이른바 '실속형 인테리어'로 무게중심이 옮겨갔습니다. 같은 거래 한 건이 만들어내는 인테리어 객단가가 낮아졌다는 뜻입니다. 업계에서도 "최소한의 수리·교체 수요가 함께 늘어나는 분위기"라는 표현을 씁니다. 회복은 맞지만, 예전의 회복과는 결이 다릅니다.
이 변화는 구매자의 심리를 그대로 반영합니다. 시세 차익에 확신이 있으면 집에 돈을 넣습니다. 확신이 흐릿하면 살 수 있을 만큼만 고칩니다. 지금 시장은 후자에 가깝습니다.
하반기에는 반대 방향의 힘이 옵니다
숫자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전에 짚어야 할 것이 두 가지 있습니다.
첫째, 2분기 실적에는 일회성 요인이 섞여 있습니다. LX하우시스의 경우 비용 절감과 미국법인 관세 환급이 반영됐습니다. 증가율 329%는 지난해 2분기가 부진했던 기저효과이기도 합니다. 상반기와 같은 수익성이 하반기에도 유지될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둘째, 정책 변수가 수요를 누르는 쪽으로 작동합니다. 하나증권은 하반기 보유세 등 정책으로 인테리어 수요가 둔화할 수 있다며 LX하우시스 목표주가를 5만7000원에서 4만8000원으로 낮췄습니다. 회사 역시 대출 규제와 신규 주택 공급 지연에 따른 주택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보유 부담이 커지면 집주인은 지출을 미룹니다. 인테리어는 미룰 수 있는 소비이기 때문입니다.
무엇을 봐야 할까요
실수요자라면 구축 매수 시 수리비를 별도 예산으로 잡되, 지금 시장의 표준이 '전면 공사'가 아니라 '선택적 교체'라는 점을 기준으로 삼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창호와 단열처럼 되돌리기 어려운 항목을 먼저 하고, 취향에 가까운 항목은 뒤로 미루는 순서가 낭비를 줄입니다.
투자자라면 건자재 실적을 시장의 온도계로 활용하되, 성장률보다 객단가를 보십시오. 거래 건수가 늘어도 한 건당 지출이 줄면 그 회복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그리고 확인할 다음 지표는 3분기 실적입니다. 일회성 요인이 빠지고 보유세 논의가 본격화된 뒤에도 건축장식자재 부문이 두 자릿수 성장을 지키는지가, 이번 반등이 추세였는지 반짝임이었는지를 가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