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중순 수도권 경매법정은 붐볐습니다. 8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105.3%, 낙찰률은 50.0%까지 올랐고 중랑구 신내아파트는 감정가의 128.8%에 팔렸습니다. 그런데 같은 시장의 다른 쪽에는 정반대 숫자가 쌓여 있습니다. 경매에 부쳐지는 물건은 계속 늘고, 그중 주인을 찾는 비율은 5년 전의 절반입니다. 오늘은 낙찰가율 대신 경매 물건이 만들어지는 쪽을 보겠습니다.
5년 새 2.6배, 늘어난 쪽은 '임의경매'였습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 기준으로, 아파트·오피스텔 등 집합건물의 임의경매 개시결정은 2021년 상반기 3,039건에서 올해 상반기 7,890건으로 늘었습니다. 약 2.6배입니다. 같은 기간 강제경매는 2,963건에서 5,641건으로 1.9배 늘었습니다.
둘의 차이가 이 통계의 핵심입니다. 강제경매는 채권자가 소송에서 이겨 판결문을 받아 신청하는 절차입니다. 반면 임의경매는 근저당권 같은 담보권을 그대로 실행하는 절차라 판결이 필요 없습니다. 쉽게 말해 임의경매의 대부분은 집을 담보로 빌린 돈을 갚지 못해 은행이 곧바로 넘긴 물건입니다.
그 임의경매가 강제경매보다 더 가파르게 늘었다는 것은, 소송으로 번지는 일반 채무보다 주택담보대출 상환 부담 쪽이 먼저 한계에 닿았다는 뜻입니다. 고금리 구간이 길어지면서 이자만 감당하던 차주들이 원금 상환 시점에 걸린 결과로 읽힙니다.
물건은 올해 최다인데, 소화력은 뒷걸음쳤습니다
들어오는 물건이 늘면 나가는 물건도 늘어야 정상입니다. 그런데 매각률은 2021년 상반기 42.6%에서 올해 상반기 21.9%로 떨어졌습니다. 열 건 중 넷이 팔리던 시장이 둘로 줄었습니다.
월간 지표도 같은 방향입니다. 지지옥션의 7월 경매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3,755건으로 올해 들어 가장 많았고, 낙찰률은 37.3%, 낙찰가율은 85.4%로 1년 4개월 만의 최저치였습니다. 울산처럼 한 달 새 낙찰가율이 16%포인트 빠진 지역이 전국 평균을 끌어내렸습니다.
반면 서울은 101.0%로 넉 달 연속 100%를 넘겼습니다. 180건이 진행돼 38.3%가 팔렸고 평균 응찰자는 6.1명이었습니다. 같은 나라 같은 달의 숫자인데 방향이 정반대입니다. 요약하면 물건은 전국에서 쏟아지고, 수요는 서울과 수도권 중저가 구간에만 몰려 있는 상태입니다.
실수요자가 확인해야 할 세 가지
첫째, 감정가가 언제 매겨졌는지 봅니다. 경매개시결정에서 실제 매각기일까지는 보통 1년 안팎이 걸립니다. 감정 시점이 오래된 물건은 낙찰가율 105%가 시세보다 싼 값일 수 있고, 반대로 그 사이 값이 빠진 지역은 85%도 비쌀 수 있습니다. 낙찰가율은 시세 대비가 아니라 감정가 대비 비율이라는 점을 잊으면 안 됩니다.
둘째, 유찰 횟수보다 '왜 유찰됐는지'를 봅니다. 매각률이 21.9%까지 떨어진 시장에서는 값이 비싸서가 아니라 권리 때문에 남은 물건이 섞여 있습니다. 대항력 있는 선순위 임차인이 있으면 낙찰가에 보증금을 더한 금액이 실제 매수 비용이 됩니다. 유치권 주장, 법정지상권, 지분 매각 물건도 마찬가지입니다. 두세 번 유찰돼 최저가가 반값이 된 물건일수록 매각물건명세서와 현황조사서를 먼저 읽어야 합니다.
셋째, 낙찰 이후의 자금 계획을 먼저 세웁니다. 임의경매가 늘어난 이유가 대출 상환 부담이라면, 낙찰자도 같은 조건 위에 서게 됩니다. 잔금은 통상 한 달 남짓 안에 납부해야 하고, 기한을 넘기면 재매각 절차로 넘어가면서 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물건이 늘어나는 시장은 분명 기회입니다. 다만 매각률이 절반으로 줄어든 시장은 아무 물건이나 골라도 되는 시장이 아니라, 골라야만 하는 시장입니다. 경쟁률이 높아진 서울 중저가 물건은 감정가 대비 프리미엄을, 경쟁이 사라진 지방 물건은 권리와 환금성을 각각 다르게 계산하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