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5일 마감된 강원 강릉시 교동 '리쉐스302'의 1순위 청약 접수 건수는 1건이었습니다. 302가구를 모집했으니 경쟁률로는 계산조차 어려운 숫자입니다. 하루 앞서 진행된 특별공급 42가구는 신청자가 아예 없었습니다. 유일한 접수도 전용 142㎡ 한 개 주택형에서 나왔고, 나머지 평형은 전부 빈칸으로 마감됐습니다. 옛 강릉고속버스터미널 부지에 들어서는 이 단지는 전용 128㎡ 최고 7억8226만원, 142㎡ 최고 8억6897만원의 중대형 하이엔드를 표방했습니다. 가격표와 시장의 답이 이 정도로 벌어진 사례는 최근 드뭅니다.
지방만의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같은 시기 울산 울주군 온양읍 '센텀 엘카사'는 1순위 72가구 모집에 2명이 접수했습니다. 이미 지난 3월 사용검사를 마친 후분양 단지, 즉 당첨되면 곧바로 입주할 수 있는 물건인데도 그랬습니다.
주목해야 할 곳은 세 번째 사례입니다. 경기 이천시 '이천 휴먼빌 클래스원'은 7월 28일 1순위에서 532가구 모집에 13명이 신청해 0.02대 1에 그쳤습니다. 전용 84㎡ 분양가가 최고 5억7440만원, 계약 시 500만원만 내면 되는 정액 계약금 조건까지 붙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강릉·울주가 '지방 침체'로 설명된다면, 이천은 그 설명이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는 신호입니다.
세 단지의 공통점은 분명합니다. 광역 중심지에서 한 걸음 물러난 입지, 대형 평형 또는 지역 시세 대비 높게 잡힌 분양가, 그리고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브랜드입니다. 청약통장을 쓰는 수요자가 이 세 가지를 동시에 감수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수도권 미분양이 1년 반 만에 가장 많습니다
통계도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국토교통부 집계로 6월 말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7464가구로 한 달 새 3.4%(2225가구) 늘었습니다. 지방이 4만8694가구로 4.4% 증가하며 흐름을 주도했지만, 더 눈에 띄는 건 수도권입니다. 1만8770가구로 지난해 1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경기가 1만3553가구, 인천이 4204가구입니다.
다 지어놓고도 주인을 못 찾은 '준공 후 미분양'은 2만9786가구로 3만 가구 문턱에 붙었습니다. 지역별로는 경북이 한 달 만에 23.5%(1005가구) 늘어 증가 폭이 가장 컸고, 충남은 8894가구로 2018년 10월 이후 가장 많았습니다.
공급 지표는 엇갈립니다. 올 상반기 분양 실적은 10만9186가구로 1년 전보다 60.7% 늘었지만, 인허가는 11만6611가구로 15.8% 줄었습니다. 준공은 10만3735가구로 49.5% 급감했습니다. 지금 쏟아지는 물량은 늘고 2~3년 뒤 들어설 물량은 줄어드는 구조인데, 그 '지금'의 소화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 이번 청약 결과의 의미입니다.
8월에만 2만8015가구가 더 나옵니다
부동산R114 집계 기준 8월 분양 예정 물량은 33개 단지 2만8015가구, 일반분양은 1만8861가구입니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43% 많습니다. 이 가운데 2만2492가구, 약 80%가 수도권에 몰려 있습니다. 경기가 1만626가구, 인천이 5096가구(일반 3679가구), 서울이 6770가구(일반 2530가구)입니다.
즉 미분양이 1년 반 만에 최대치로 쌓인 바로 그 시장에, 여름 비수기 기준으로는 이례적인 물량이 추가로 투입됩니다. 참고로 6월 전국 1순위 평균 경쟁률(12개월 이동평균)은 5.90대 1로 35개월 만의 최저였습니다. 평균이 낮아진 상태에서 물량이 늘면, 상위 단지와 하위 단지의 결과 차이는 더 벌어집니다.
실수요자가 확인할 세 가지
첫째, 주변 시세와의 격차입니다. 리쉐스302처럼 '지역 최초 하이엔드'를 내건 단지일수록 인근 실거래가와 분양가를 직접 비교해야 합니다. 격차가 크면 준공 후에도 그 격차가 그대로 부담으로 남습니다.
둘째, 잔여물량 처리 방식입니다. 1순위에서 대거 미달한 단지는 무순위·선착순 계약으로 넘어가며 할인 분양이나 계약 조건 완화가 뒤따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계약하는 사람보다 나중에 계약하는 사람이 유리해질 가능성을 감안해야 합니다.
셋째, 후분양 여부입니다. 센텀 엘카사처럼 이미 준공된 단지는 입주 시점 리스크가 없는 대신, 미달이 곧바로 준공 후 미분양 통계로 잡힙니다. 단지 내 공실이 오래 남을 때 관리비와 시세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도 함께 봐야 합니다.
반대로 이 흐름은 청약 가점이 낮은 실수요자에게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경쟁률이 낮아진 지금이 통장을 쓸 시점인지, 아니면 조건이 더 좋아질 때까지 기다릴 시점인지 — 결국 개별 단지의 가격과 입지로 판단할 문제입니다. 시장 전체의 평균이 아니라 그 단지 하나의 숫자를 보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