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경매에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자이개포 전용 76.77㎡가 나옵니다. 감정가와 최저입찰가는 모두 30억3000만원입니다. 같은 면적의 KB시세 일반가는 35억원입니다. 이 물건은 한 번도 유찰되지 않은 신건인데도 시세보다 4억7000만원, 약 13% 낮은 가격에서 입찰을 시작합니다. 감정평가를 한 뒤 집값이 올랐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물건이 10월 서울 경매 일정에 여럿 있습니다. 경매를 보는 실수요자라면 이 차이가 기회인지, 착시인지 먼저 따져 보셔야 합니다.
신건이 시세보다 싸게 나오는 이유
법원경매의 감정가는 경매 개시 결정이 난 뒤 감정평가사가 매긴 가격입니다. 첫 매각기일은 대개 그로부터 몇 달 뒤에 잡힙니다. 그 사이 시세가 오르면 감정가는 과거 가격이 됩니다.
파이낸셜뉴스가 9월 25일 정리한 10월 입찰 물건을 보면 차이가 꽤 큽니다.
- 양천구 목동신시가지7단지 전용 59.39㎡(10월 7일): 최저입찰가 17억5000만원. KB시세 20억원보다 2억5000만원, 7월 실거래가 19억6000만원보다 2억1000만원 낮습니다. - 구로구 개봉동 두산아파트 전용 84.96㎡(10월 7일): 최저입찰가 6억4500만원. KB시세 7억6500만원보다 1억2000만원(약 16%) 낮습니다. - 노원구 중계동 동진·신안아파트 전용 134.74㎡: 감정가 13억5000만원에서 한 번 유찰돼 최저가가 10억8000만원으로 내려왔습니다. KB시세 15억원보다 4억2000만원 낮습니다.
이렇게만 보면 모두 싸 보입니다. 그런데 경매시장 흐름을 함께 보면 조금 달리 읽힙니다.
낙찰가율은 3주째 100% 아래
지지옥션 자료를 인용한 아시아경제 보도에 따르면 9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89.3%였습니다. 전주 94.8%보다 5.5%P 내려갔고, 9월 들어 3주 연속 100%를 밑돌았습니다. 반면 평균 응찰자는 4.9명에서 5.8명으로 늘었습니다. 경매장을 찾는 사람은 늘었는데 감정가보다 높게 써 내는 사람은 줄었다는 뜻입니다.
이 흐름은 가격대와 면적에 따라 갈렸습니다. 광진구 구의동 파크레이크 노블 207㎡는 낙찰가율 83.72%, 송파구 잠실 파크리오 143㎡는 83.62%에 그쳤습니다. 반면 송파구 풍납동 85㎡는 응찰자 11명이 몰려 104.2%에 낙찰됐습니다. 수도권에서는 경기 낙찰가율이 96.7%로 9.1%P 올랐고, 성남 분당(134.9%)과 수원 영통(127.8%) 같은 반도체 벨트 지역이 강했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시세를 못 따라온 감정가가 가장 큰 할인 효과를 내는 곳은 고가·대형 물건입니다. 그런데 요즘 서울 경매에서 가장 약한 곳도 바로 고가·대형 물건입니다. 감정가와 시세의 차이, 낙찰가율 흐름, 자금 여건을 함께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입찰 전에 확인하실 네 가지
1. 비교 기준은 유찰 횟수가 아니라 현재 시세입니다. 기사에 인용된 전문가는 "감정가가 20% 내려갔더라도 현재 시세가 더 낮다면 싼 물건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거꾸로 신건이라도 시세보다 낮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같은 단지, 비슷한 면적의 최근 3개월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삼으시기 바랍니다. KB시세는 참고용 호가 성격도 있어 실거래와 다를 수 있습니다.
2. 할인 폭은 경쟁으로 줄어듭니다. 시세와 차이가 크다는 건 다른 응찰자도 똑같이 압니다. 목동7단지처럼 수요가 두터운 단지는 낙찰가가 시세에 바짝 붙을 수 있습니다. 입찰가는 '얼마까지 올려 쓸 수 있는지'보다 '어디서 멈출지'를 먼저 정하고 들어가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3. 권리분석과 명도 비용을 빼고 계산하십시오. 낙찰가 외에 인수해야 할 권리, 점유자 명도에 드는 시간과 비용, 밀린 관리비, 취득세가 붙습니다. 시세와의 차이 1~2억원은 이런 비용과 시간에 생각보다 빨리 줄어듭니다.
4. 잔금 조달 계획이 먼저입니다. 경매는 매각허가 결정이 확정된 뒤 정해진 기한 안에 잔금을 내야 합니다. 경락잔금대출에도 현재 대출 규제가 그대로 적용되므로, 30억원대 물건이라면 대출 한도를 먼저 확인하셔야 합니다. 잔금을 못 내면 최저가의 10%인 입찰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합니다.
무엇을 봐야 하나
앞으로 볼 지표는 두 가지입니다. 먼저 10월 1일과 7일 매각 결과입니다. 시세보다 낮게 시작한 물건이 시세 근처까지 올라 낙찰되는지, 할인된 가격에 팔리는지가 서울 경매 수요의 온도를 보여줍니다. 다음은 서울 낙찰가율이 4주째에도 100% 아래에 머무는지입니다. 이 흐름이 이어지면 고가 아파트 경매는 '시세보다 싸게 시작하는 물건'에서 '유찰을 기다리는 물건'으로 성격이 바뀔 수 있습니다.
감정가는 과거를 보여주고, 낙찰가는 지금 시장을 보여줍니다. 입찰표에 쓸 가격은 시세를 기준으로 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