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6일 한국은행이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를 엽니다. 시장에서는 기준금리를 연 3.00%에서 3.25%로 0.25%포인트 올릴 거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근거는 두 숫자입니다. 하나는 식료품과 에너지를 뺀 10월 근원물가 상승률 2.8%입니다. 9월과 같은 수준이라 내려오지 않았습니다. 다른 하나는 5대 은행 정기예금에 10월 한 달 동안 새로 들어온 24조4009억 원입니다. 금리가 오르자 돈이 먼저 움직였습니다. 집을 사거나 팔 계획이 있는 분들이 이번 결정 전에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정리했습니다.
쉬었던 인상, 다시 시작될 가능성
한국은행은 올해 7월과 8월 두 번 연속 기준금리를 올렸습니다. 10월 22일에는 만장일치로 동결했지만 "추가 인상 시기와 속도 등을 결정해 나갈 것"이라는 문구는 그대로 두었습니다. 신현송 총재는 성장과 물가 압력이 8월보다 강해졌다며 긴축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물가가 목표치 2%에 안정적으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대응하겠다고 했습니다.
이후 나온 지표도 인상 쪽에 무게를 실었습니다. 3분기 실질 GDP는 전기보다 1.0% 늘어 한국은행 전망치 0.3%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8%로 9월(2.9%)보다 조금 낮아졌습니다. 다만 바클레이즈는 근원물가가 "견조한 경직성"을 유지하고 있다며 11월과 내년 2월에 각각 0.25%포인트씩 올릴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시장이 보는 최종 금리는 연 3.50% 안팎입니다. 미국 연준이 10월에 동결해 한미 금리차가 1%포인트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도 한국은행이 인상을 결정하는 데 부담을 덜어줍니다.
물론 아직 전망입니다. 확정된 결정은 26일 의결문을 보고 판단하셔야 합니다.
예금 24조가 보여주는 것
10월 말 5대 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1030조4880억 원입니다. 한 달 증가액(24조4009억 원)은 9월 증가액의 약 28배로, 올해 들어 7월 다음으로 많습니다. 금융권은 시장금리가 오르고 은행이 예금 금리를 올린 영향으로 봅니다.
부동산 쪽에서 보면 이 숫자는 기회비용이 커졌다는 신호입니다. 예금 금리가 오를수록 집값 상승을 기대하고 대출을 끼고 사는 투자의 이점은 줄어듭니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은 1조7005억 원 늘었습니다. 다만 매매 계약과 대출 실행 사이에 시차가 있어 앞서 이뤄진 거래가 뒤늦게 잡힌 영향이 큽니다. 새로운 매수세가 붙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시장 상황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11월 4일 기준 8만430건으로 올해 가장 많습니다. 한국부동산원 집계 9월 서울 매매 거래량은 3915건으로 1년 전보다 42.4% 줄었습니다.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대출을 활용한 매수 수요가 상반기에 상당 부분 소진됐다며 거래 감소와 매물 증가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봤습니다.
대출이 있는 분, 지금 확인할 세 가지
첫째, 변동금리 대출의 금리 변경 주기를 확인하세요. 11월 2일 기준 5대 은행 주담대 변동금리는 연 4.38~6.38%입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시장금리와 은행 조달금리에 순서대로 반영되고, 금리 변경일이 돌아올 때 내 대출금리에도 적용됩니다. 내 대출의 다음 금리 변경일이 언제인지 미리 알아두면 이자 부담이 언제 늘어날지 계산할 수 있습니다.
둘째, 고정금리로 갈아탈지는 금리 차이와 중도상환수수료를 같이 따져 보세요. 현재 고정금리는 연 4.55~6.5%로 변동금리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시장이 예상하는 인상 폭(최대 0.5%포인트 안팎)과 갈아타는 비용을 비교해 보고 결정하셔도 늦지 않습니다.
셋째, 매수를 준비 중이라면 서두를 이유가 줄었습니다. 매물은 쌓이고 거래는 줄었습니다. 이런 시장에서는 매수자가 가격을 협상할 여지가 커집니다. 금리 인상이 확정되면 대출 한도와 이자 부담도 함께 달라지므로, 결정 이후 바뀐 조건으로 자금 계획을 다시 세워 보시기를 권합니다.
경매 시장은 조금 늦게 반응합니다
금리 인상은 경매 시장에 시차를 두고 나타납니다.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한 물건이 경매로 나오기까지는 보통 연체와 법적 절차를 거치며 몇 달 이상 걸립니다. 지금 당장 경매 물건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인상 주기가 내년까지 이어지면 내년 하반기 이후 경매 물건 흐름을 눈여겨볼 만합니다. 대출 비중이 높은 지역과 단지부터 신규 경매 물건 수를 살펴보시면 흐름을 빨리 읽을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이번 금통위는 집값을 바로 움직이기보다 돈이 어디로 흐르는지를 다시 정하는 자리에 가깝습니다. 예금으로 간 24조가 언제 다시 부동산으로 돌아올지는 근원물가 2.8%가 언제 내려오느냐에 달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