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월 말까지 전국 법원에서 진행된 경매가 26만3018건으로 집계됐습니다. 한국경제가 10월 20일 전한 수치로, 지난해 한 해 진행 건수(28만767건)의 94%에 이릅니다. 연말에는 34만~35만 건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그대로 간다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의 최다 기록(약 29만7000건)을 넘게 됩니다. 다만 '경매 쓰나미'라는 말만 보고 시장 전체가 무너진다고 읽을 일은 아닙니다. 같은 기간 누적 매각률이 21.2%라는 숫자를 함께 봐야 합니다. 경매에 나온 물건 10건 가운데 8건 가까이는 주인을 찾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접수와 진행은 다른 숫자입니다
경매 통계를 읽을 때 먼저 구분할 것이 '접수'와 '진행'입니다. 대법원 사법연감을 인용한 머니투데이 보도(9월 30일)를 보면 전국 법원의 경매 접수는 2021년 7만8885건에서 2025년 12만1261건으로 약 54% 늘었습니다. 새로 경매에 들어온 사건이 실제로 많아졌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같은 2025년의 진행 건수는 28만 건이 넘습니다. 접수의 두 배를 웃도는 규모입니다. 법원경매에서는 한 물건이 유찰되면 최저가를 낮춰 다시 매각기일을 잡기 때문에, 물건 하나가 여러 차례 '진행'으로 잡힐 수 있습니다. 매각률이 낮을수록 같은 물건이 통계에 반복해서 들어가는 구조입니다. 올해 기록적인 진행 건수에는 새로 들어온 물건뿐 아니라 팔리지 않고 남은 물건도 상당히 섞여 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그렇다고 가볍게 볼 일은 아닙니다. 들어오는 물건은 늘고 나가는 물건은 줄어드는 상태가 함께 진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누적 매각률 21.2%는 역대 최저였던 지난해(22.7%)보다 더 낮습니다. 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인 누적 매각가율도 58.7%로 60%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2009년(69.7%)이나 부동산 침체기였던 2012년(67.4%)보다도 낮은 수준입니다.
늘어난 물건은 어디서 왔나
증가세가 특히 가파른 것은 강제경매입니다. 근저당을 잡은 금융기관이 신청하는 임의경매와 달리, 강제경매는 판결 같은 집행권원을 가진 채권자가 신청합니다.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가 반환 소송에서 이긴 뒤 집을 경매에 넘기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보증금을 대신 갚아준 뒤 신청한 경매도 2024년 7101건에서 2025년 1만1663건으로 약 64% 늘었습니다. 법원은 HUG 관련 경매의 약 70%를 맡는 서울남부지법, 인천지법, 부천지원에 인력을 추가하고 전담 재판부를 꾸렸습니다.
어떤 물건이 남는지도 뚜렷하게 갈립니다. 리치고가 집계한 최근 12개월(2025년 11월~2026년 10월) 전국 통계를 보면 아파트는 매각률 34.3%, 매각가율 85.4%로 비교적 잘 팔립니다. 반면 연립·다세대는 매각률 24.2%, 매각가율 66.7%에 그쳤고, 상가는 매각률 14.1%, 매각가율 39.5%까지 떨어졌습니다. 임야와 전답 같은 토지도 매각가율이 40%대입니다. 반대로 서울 아파트는 매각가율이 97%를 넘고, 노원·강북 같은 중저가 밀집 지역은 낙찰가율이 100%를 웃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경매 시장 전체가 식은 것이 아니라 빌라, 상가, 지방 토지가 쌓이고 있는 것입니다.
실수요자·투자자가 볼 것
첫째, 진행 건수보다 매각률과 유찰 횟수를 보셔야 합니다. 진행 건수는 유찰이 반복될수록 저절로 불어나는 숫자입니다. 관심 지역에서 2회 이상 유찰된 물건이 얼마나 쌓이는지가 그 지역 수요를 더 정확히 보여줍니다.
둘째, 물건이 많아졌다고 해서 싸게 살 기회가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강제경매로 나온 빌라와 오피스텔에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이 얽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항력 있는 임차인의 보증금을 낙찰자가 떠안는지는 반드시 확인하셔야 합니다. 여러 번 유찰된 데에는 대개 이유가 있습니다.
셋째, 경매 물량은 후행지표입니다. 지금 쌓이는 물건은 2~3년 전 고금리와 전세 사고가 남긴 결과입니다. 앞으로를 보시려면 주택담보대출 연체율과 신규 경매 접수 추이를 함께 확인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낮은 값의 낙찰이 반복되면 주변 시세와 담보가치에도 영향을 줄 수 있으니, 경매 시장에서 먼저 무너지는 유형이 무엇인지 꾸준히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