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서 새 아파트를 분양받는 데 드는 돈이 1년 만에 4분의 1 넘게 늘었습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9월 말 수도권 민간아파트의 ㎡당 평균 분양가는 1095만9000원입니다. 1년 전 871만7000원보다 25.7% 오른 값이고, 3.3㎡(평)로 바꾸면 약 3620만 원입니다. 같은 기간 서울은 38.0% 올랐습니다. 눈에 띄는 변화는 이런 상승이 이제 서울 밖에서도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9월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서 분양한 '더샵 분당하이스트'의 전용 84㎡는 27억~29억 원대에 공급됐습니다. 한강변이나 강남권에서만 보던 가격이 경기도에서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숫자로 본 분양가 상승
최근 1년 사이 전용 84㎡, 이른바 '국평'의 분양가는 아래와 같습니다.
- 서울 동작구 '써밋 더힐'(5월 분양): 29억 원대 - 서울 '아크로 리버스카이': 27억 원대 - 성남 분당 '더샵 분당하이스트'(9월 분양): 27억~29억 원대 - 과천 '디에이치 아델스타'(지난해 8월 청약): 최고 24억 원대
1년여 전 과천의 최고가가 24억 원대였는데, 지금은 분당이 그보다 3억~5억 원 비쌉니다. 수도권 핵심 지역의 국평 분양가가 20억 원을 넘는 일은 이제 드물지 않습니다.
HUG 통계를 읽을 때 주의할 점이 하나 있습니다. 이 수치는 집계 시점 직전 1년 동안 분양한 단지들의 평균입니다. 그래서 어느 지역에서 비싼 단지가 몇 곳만 나와도 평균이 크게 흔들립니다. '25.7%'는 모든 아파트값이 그만큼 올랐다는 뜻이 아니라, 새로 나오는 물량이 점점 비싼 입지와 상품으로 몰리고 있다는 뜻으로 읽는 편이 정확합니다.
왜 내려가지 않는가: 공사비와 공급
분양가를 밀어 올리는 힘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공사비입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8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8.74로 1년 전보다 6.0% 올랐습니다. 국토교통부도 9월에 분양가상한제 단지의 분양가 산정 기준인 기본형건축비를 4.07% 올렸습니다. 상한제가 적용되는 단지도 분양가 상한선 자체가 높아졌다는 뜻입니다.
둘째는 공급 감소입니다. 올해 1~8월 수도권 준공 물량은 8만75가구로 1년 전보다 21.6% 줄었습니다. 서울은 2만5630가구로 19.1% 감소했습니다. 새 아파트가 귀해지자 비싸도 청약하겠다는 수요가 오히려 늘었습니다. 서울 '오티에르반포'는 평균 710.23대 1, '이촌르엘'은 134.97대 1, '동작센트럴동문디이스트'는 114.79대 1을 기록했습니다. 수도권에서도 '안양에버포레자연앤e편한세상' 57.1대 1, '더샵 분당센트로' 51.3대 1 등 높은 경쟁률이 이어졌습니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공사비 상승과 공급 감소가 겹치면서 분양가가 쉽게 내려가기 어려운 구조"라며 "분양가가 오를수록 수요는 입지와 상품성을 갖춘 단지에 더 몰릴 것"이라고 봤습니다.
실수요자와 투자자가 봐야 할 것
1. 경쟁률보다 '주변 시세와의 차이'를 먼저 보십시오. 높은 경쟁률은 시세보다 싸게 나온 단지, 특히 상한제가 적용된 강남권 단지에 몰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같은 30억 원이라도 주변 신축 시세보다 싸면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시세와 비슷하거나 비싸면 당첨 뒤에 남는 이익이 거의 없습니다. 모집공고의 분양가를 인근 입주 5년 이내 단지의 실거래가와 직접 비교해 보시길 권합니다.
2. 자금 계획은 분양가 전체를 기준으로 세우십시오. 국평 분양가가 20억~30억 원대로 오르면 계약금 10%만으로도 2억~3억 원이 필요합니다. 지금처럼 대출 규제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는 중도금과 잔금 대출이 생각보다 적게 나올 수 있습니다. 확장비, 옵션 비용, 취득세까지 더한 실제 부담액을 미리 계산해 두셔야 합니다.
3. '지금이 제일 싸다'는 말을 그대로 믿지 마십시오. 기본형건축비 인상과 공사비 흐름을 보면 분양가가 더 오를 가능성은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HUG 평균은 비싼 입지의 비중이 커져서 오른 측면도 있습니다. 내가 원하는 지역과 평형의 분양가가 실제로 어떻게 변해 왔는지를 따로 확인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4. 정비사업 조합원이라면 일반분양가와 분담금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점을 기억하십시오. 공사비가 오르면 조합은 일반분양가를 높여 분담금을 줄이려 합니다. 반대로 일반분양 시장이 비싼 분양가를 받아주지 못하면 그 부담은 조합원 분담금으로 돌아옵니다. 이달 분양이 예정된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디에이치 반포124'처럼 대형 정비사업 단지의 청약 결과를 보면, 다른 재건축·재개발 조합의 분양가 전략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준공 물량 감소는 2~3년 뒤 입주 물량 감소로 이어지고, 그때는 전세 시장에도 영향을 줍니다. 분양가 통계는 청약을 준비하는 분만 볼 숫자가 아니라 수도권 주택시장 전체의 비용이 얼마나 올랐는지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이달에는 서울 문래·서초, 평택 지제, 의정부 등에서 분양이 이어집니다. 단지별 분양가가 이 흐름을 이어갈지, 시장이 그 가격을 받아줄지 확인해 볼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