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3일 국토교통부가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헤드라인은 '수도권 23만호+α 추가 공급'입니다. 다만 이번 대책의 핵심은 물량의 크기가 아니라 시간에 있습니다. 정부가 스스로 인정한 문제가 "발표와 실제 공급 사이의 간극"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대책을 읽을 때 봐야 할 숫자는 23만이 아니라, 68과 37, 그리고 2만7000입니다.
발표는 10만호, 지금 확정된 것은 2만7000호
정부는 연내 신규 공공택지 10만호를 지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실제로 지정된 곳은 세 곳, 합쳐서 약 2만7000가구입니다.
- 서울 강서지구: 강서구 염창동 염창공원 일대 5만1000㎡(약 1만5000평), 1000가구 규모. LH가 시행하며 착공 목표는 2029년 6월입니다. - 남양주 도심지구: 경의중앙선 도심역 인근 와부읍 고려대 덕소농장 일대 그린벨트 228만㎡(약 69만평)를 풀어 2만1700가구. 사실상 이번 대책의 몸통입니다. - 경기 광주역세권2지구: 4500가구.
나머지 7만3000호+α는 "연내 추가 발굴"입니다. 즉 오늘 확정된 것은 목표치의 4분의 1 남짓이고, 위치조차 공개되지 않은 물량이 4분의 3입니다. 서울 그린벨트 해제는 이번에 보류됐고, 대신 남양주 그린벨트가 열렸습니다. 서울 안에서 대규모 신규 택지를 만들 여지가 크지 않다는 현실이 그대로 드러난 셈입니다.
68개월을 37개월로 — 이번 대책의 진짜 승부처
공공택지는 지구 지정부터 착공까지 평균 68개월이 걸렸습니다. 5년 8개월입니다. 정부는 이를 37개월로 줄이는 '최단기 착공모델'을 도입하겠다고 했습니다. 지구계획과 보상, 인허가를 순차가 아니라 병행으로 돌리겠다는 구상입니다.
여기에 기존 3기 신도시 등에서 8만9000호를 조기 착공시키고, 과천·태릉은 2029년, 나머지 1·29 공급부지는 2030년 안에 첫 삽을 뜨겠다는 일정도 함께 제시됐습니다. 국무총리 주재 점검회의와 별도 신속공급 점검체계도 가동됩니다.
다만 이 31개월 단축은 아직 '목표'입니다. 보상 협의와 문화재·환경 영향평가처럼 행정력만으로 압축하기 어려운 구간이 남아 있습니다. 과거 대책들이 무너진 지점도 대부분 여기였습니다.
재개발 동의율 70%와 PF 이자 1%p
수도권 공급의 80% 이상은 민간이 담당합니다. 그래서 민간을 움직이는 손잡이가 함께 나왔습니다.
첫째, 재개발 조합설립 동의율이 75%에서 70%로 낮아집니다. 5%포인트지만, 동의율 70%대 초반에서 몇 년째 멈춰 있던 구역에는 결정적인 차이입니다. 이주비 대출 제도도 손봅니다.
둘째, PF 이자 지원입니다. 2027년 착공하면 1%포인트, 2028년이면 0.5%포인트를 지원합니다. 빨리 착공할수록 유리한 구조로, 사실상 시한부 인센티브입니다. 여기에 1조원 규모 앵커리츠가 하반기 가동되고, 공사비 분쟁을 다루는 조정기구도 신설됩니다. 조합과 시공사가 공사비로 멈춰 선 현장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효성을 지켜볼 대목입니다.
한편 대출 기조는 완화가 아닙니다. 전세대출보증 제한 확대와 DSR 소득산정 기준 개선은 그대로 갑니다. 청년·신혼 쪽에서는 결혼 후 부부 합산소득으로 정책대출이 끊기던 '결혼 페널티'가 정비되고, 공공분양의 약 15%가 지분적립형·수익공유형으로 나옵니다.
실수요자·투자자가 봐야 할 세 가지
첫째, 토지거래허가구역입니다. 정부는 서울 그린벨트 전역과 서울 인접 수도권 그린벨트를 5년간 한시적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습니다. 앞으로 나올 7만3000호 후보지를 감안한 선제 조치입니다. 해당 권역의 토지·주택은 실거주·실이용 목적이 아니면 거래 자체가 막힙니다. 경매 물건을 볼 때도 소재지가 이 범위에 드는지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둘째, 연내 추가 발표 일정입니다. 7만3000호가 어디로 갈지가 이번 대책의 남은 절반입니다. 발표 시점 전후로 인근 지역의 가격과 거래 규제가 함께 움직입니다.
셋째, 착공 실적입니다. 지구 지정은 시작일 뿐이고, 입주는 착공 이후 다시 3~4년입니다. 2029~2030년 착공 목표가 지켜지는지, 특히 남양주 덕소농장 부지의 보상 협의가 언제 시작되는지가 이 대책의 성적표가 될 것입니다.
정비사업을 보고 계신 분이라면 동의율 70%와 PF 이자 지원의 착공 시한(2027년)이 당장 계산에 들어와야 하는 변수입니다. 반대로 신규 택지 발표를 호재로 읽고 인근 토지에 접근하는 방식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는 벽을 먼저 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