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 만에 숫자가 뒤집혔습니다. 8월 첫째 주 23.1%였던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률이 둘째 주 50.0%로 올랐습니다. 26.9%포인트, 두 배가 넘는 급등입니다. 같은 기간 수도권 전체 낙찰가율은 84.5%에서 95.5%로 11.0%포인트 뛰었는데, 지지옥션 집계 기준 올해 1월 2주(97.7%) 이후 29주 만의 최고치입니다. 고가 주택에 대출과 세금 규제가 겹겹이 걸린 상황에서 나온 숫자라 더 눈에 띕니다. 다만 이 반등이 어디서 왔는지를 따져보면, 시장 전체가 달아올랐다는 이야기와는 결이 다릅니다.
규제가 비껴가는 통로
경매가 유독 붐비는 데는 제도적 이유가 있습니다.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는 민사집행법에 따른 경매를 토지거래계약 허가 대상에서 제외합니다.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지금, 일반 매매로 아파트를 사려면 구청 허가를 받고 실거주 의무를 져야 하지만 경매 낙찰에는 그 절차가 붙지 않습니다. 법원의 매각 절차는 모든 이해관계인에게 동등하게 열려 있어, 허가제를 우회하는 사적 거래로 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오해하기 쉬운 지점이 있습니다. 허가가 면제되는 것이지, 돈줄까지 풀리는 것은 아닙니다. 규제지역 LTV와 주택담보대출 한도 규제는 낙찰자에게 그대로 적용됩니다. 시세 15억원 초과 주택의 대출 한도가 조여 있으니, 자금 여력이 닿는 가격대로 수요가 밀려 내려가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실제로 7월 서울 아파트 경매 평균 응찰자는 6.1명으로 전월(7.2명)보다 줄었는데도 낙찰가율은 101.0%로 넉 달 연속 100%를 넘겼습니다. 사람이 늘어서가 아니라, 특정 가격대에 몰려서 나온 숫자입니다.
감정가를 넘긴 곳의 이름
8월 2주 서울 낙찰가율은 105.3%였습니다. 감정가보다 5% 이상 비싸게 팔렸다는 뜻인데, 그 평균을 끌어올린 단지 이름이 중요합니다. 중랑구 신내동 신내아파트가 128.8%, 노원구 상계주공6단지가 125.9%에 낙찰됐습니다. 강남권 고가 단지가 아니라 실수요층이 두꺼운 중저가 단지에서 감정가 대비 25% 안팎의 웃돈이 붙은 겁니다.
앞서 7월에는 송파구 문정시영 전용 46.3㎡가 감정가 8억원의 164.0%인 13억1200만원에 낙찰되며 40명이 몰리기도 했습니다. 재건축·리모델링 기대가 얹힌 소형 물건입니다. 정리하면 지금 경매 시장에서 값이 튀는 물건은 두 종류입니다. 대출 한도 안에 들어오는 중저가 단지, 그리고 면적은 작지만 사업 기대가 걸린 물건입니다. 그 바깥의 물건은 같은 주에도 유찰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인천이 보여주는 온도차
지역별로 보면 격차가 더 선명합니다. 8월 2주 인천 아파트 낙찰률은 51.2%로 수도권에서 가장 높았고, 평균 응찰자 수도 7.1명으로 올해 최고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낙찰가율은 80.8%에 그쳤습니다. 검단 금곡동 동남아파트에 22명, 연수구 유천아파트에 16명이 몰렸는데도 감정가의 80%대에서 마무리됐다는 뜻입니다.
경기는 낙찰률 42.8%, 낙찰가율 95.7%, 평균 응찰자 5.2명으로 전주(6.3명)보다 오히려 응찰자가 줄었습니다. 서울 105.3%, 경기 95.7%, 인천 80.8%. 같은 수도권 안에서 25%포인트에 가까운 간격이 벌어져 있습니다. 사람이 많이 온다는 것과 값을 높게 쓴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인천의 경쟁률은 "싸게 나온 물건이 많다"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무엇을 봐야 하는가
첫째, 주간 데이터의 표본을 확인하십시오. 8월 2주 수도권 진행건수는 236건, 그중 경기가 173건입니다. 서울과 인천의 표본은 수십 건 단위이고, 한 물건의 고가 낙찰이 주간 평균을 몇 %포인트씩 흔듭니다. 방향은 월간 통계로, 온도는 주간 통계로 나눠 읽는 편이 안전합니다.
둘째, 감정가의 기준 시점을 보십시오. 낙찰가율 128%는 비싸게 샀다는 뜻이 아니라, 감정평가가 1~2년 전 시세에 묶여 있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90%대 낙찰이 최근 감정 물건이라면 할인 폭은 생각보다 작습니다. 기준은 언제나 현재 실거래가입니다.
셋째, 허가 면제는 권리 안전과 무관합니다. 토지거래허가와 실거주 의무를 피했다고 해서 선순위 임차인의 보증금 인수, 유치권, 말소기준권리보다 앞선 가처분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매각물건명세서에서 임차인 전입일과 말소기준일을 하루 단위로 대조하는 작업은 그대로 남습니다.
넷째, 자금 계획을 먼저 확정하십시오. 낙찰 후 잔금 납부 기한은 통상 4~6주이고, 기한을 넘기면 매각허가결정이 취소되며 입찰보증금 10%를 잃습니다. 규제지역 대출 한도를 계산에 넣지 않은 채 분위기에 밀려 입찰가를 올리는 것이 가장 비싼 실수입니다.
지금 숫자는 회복 신호가 맞습니다. 다만 회복한 것은 시장 전체가 아니라 대출이 닿는 가격대입니다. 그 선 위에 있는 물건과 아래에 있는 물건의 성적표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다르게 찍힐 가능성이 큽니다.